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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윤리·배송혁신 바람 타고 비건시장 본격 개막


식품 넘어 패션·화장품까지…재구매율 높아 '블루오션' 부상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환경·윤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콜드체인을 앞세운 신선배송 기술 혁신이 이어지면서 '비건(Vegan)'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비건이란 단순히 육식을 피하는 식습관에 그치지 않고 동물성 재료나 동물 실험 과정을 거친 성분이나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를 의미한다.

13일 유통업계와 식품업계에 따르면, 시장 확장 속 비건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한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비건 식품은 물론, 화장품·패션 시장에서도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거나 모피 등 동물성 원자재를 사용하지 않고 개발된 제품들이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어서다.

◆유통업체 중심의 '비건 상품' 론칭에서 식품업계發 원재료 개발까지

롯데마트는 지난 2일 식초와 계란 등 기존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기능성 대두 등 순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한 자체브랜드(PB) 상품 '해빗 건강한 마요'를 출시했다.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PB상품 최초로 '한국 비건인증원'의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롯데마트는 이 외에도 비건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식물성 대체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앞서 BGF리테일이 운영하고 있는 CU는 간편식 수요가 높은 편의점 업계 현황을 반영해 비건 간편식을 지난해 11월 내놨다. 라인업은 100% 순식물성 단백질 고기를 이용한 도시락, 버거, 김밥 등으로 구성했으며, 특히 버거에는 빵과 소스에서도 동물성 성분을 완전히 제외했다. 이와 함께 BGF리테일은 계열사 '헬로네이처'에도 별도의 비건존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농심은 야채와 인도산 강황만을 사용한 '강황쌀국수볶음면'을 출시했으며, 오뚜기도 채소라면 '채황'을 내놓는 등 업계 전반에서 비건 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또 CJ제일제당은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고기의 맛을 살린 대체육을 연내 출시할 예정인 만큼, 이 같은 재료를 활용한 비건 식품의 출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가 선보인 '해빗 건강한 마요'와 오뚜기 '채황' [사진=각 사]
롯데마트가 선보인 '해빗 건강한 마요'와 오뚜기 '채황' [사진=각 사]

◆식품 넘어 패션·뷰티에도 '비건 열풍'

식품업계에서 시작된 비건 바람은 패션, 뷰티 업계에까지 발걸음을 넓히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자체 패션브랜드 'LBL'을 통해 'LBL X 슈퍼띵스' 라인업을 선보였다. 무스탕과 후드 머플러 등으로 구성된 이 라인업은 디자이너 브랜드 '슈퍼띵스 유니드나우(Super things you need now)'와 협업해 개발됐으며, 인조 스웨이드와 퍼 소재로 동물의 가죽 및 털을 대신했다.

이에 앞서 구찌, 프라다, 미우미우 등 해외 명품 브랜드들도 모피 의류를 '퇴출' 시킬 것을 선언했으며, 독일의 남성 패션 브랜드 휴고보스 또한 가죽 대신 파인애플 이파리 유래 성분을 소재로 한 친환경 신발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국내에서도 블랙야크, 노스페이스 등에서 친환경 충전재를 사용한 패딩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비건 화장품은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 피부에 주는 악영향이 적고 품질이 높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 2018년 론칭한 미국 비건 지향 화장품 '아워글래스'는 면세점에서 전년 대비 9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올리브영과 시코르 등 편집숍에 유통되는 비건 뷰티 브랜드 '디어달리아' 또한 분기 50%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국내 업체에서도 비건 화장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LF는 지난해 10월 여성용 비건 지향 화장품 브랜드 '아떼(ATHE)'를 론칭했으며, 에이블씨엔씨가 운영하는 브랜드 '어퓨'는 비건 화장품 '맑은 솔싹 라인'을 선보였다. 이들은 모두 프랑스 비건인증기관 이브(EVE)에서 제조과정 중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원료 및 용기에도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브랜드에만 부여되는 인증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도 최근 미국의 비건 화장품 브랜드 '밀크 메이크업'과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본격적 제품 판매에 들어갔으며, 화장품 제조기업 한국콜마도 지난달 글로벌 비건 인증기관인 영국의 '비건 소사이어티'로부터 자체개발 제품에 대한 인증을 획득했다.

비건 바람은 식품업계를 넘어 패션·뷰티 업계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사진=롯데홈쇼핑, 에이블씨엔씨]
비건 바람은 식품업계를 넘어 패션·뷰티 업계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사진=롯데홈쇼핑, 에이블씨엔씨]

◆소비자 인식 높아지고 시장도 성장세…'비건 유행' 계속될 것

업계는 이 같은 비건 제품의 유행에 대해 윤리 및 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제고됨에 따른 결과라고 바라보고 있다. 또 최근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동물성 재료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고, 콜드체인 도입을 통해 유통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친환경 배송혁신으로 인해 보다 편하게 관련 제품을 구할 수 있게 된 것도 '비건 바람'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빠른 시장 성장세도 유통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10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150~200만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육식을 피하는 것을 넘어 완전 채식을 하는 비건 인구 또한 50만 명에 육박했다.

글로벌 시장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대체육류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약 42억 달러(4조7천500억 원)에서 오는 2025년 75억 달러(8조5천2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비건 패션 및 화장품 시장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33억 달러(3조8천478억 원)였던 글로벌 비건 화장품 시장은 오는 2025년 208억 달러(24조2천528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공가죽 시장도 같은 기간 연평균 14.2%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비건 시장이 국내에서 큰 비중은 없지만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또 비건 소비자들은 대부분 구매력과 재구매 의향이 높아 고가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입하는 성향이 있어 업계에서도 반드시 잡아야 할 '블루 오션'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도 비건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관련 상품 출시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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