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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상업 출신 번갈아가며 우리은행장' 이번엔 깨질 가능성


우리금융 "철저하게 능력에 맞춘 인사될 것" 손태승의 흑묘백묘론 탄력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흑묘백묘(黑猫白猫)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이다. 중국의 덩샤오핑이 주장한 말로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인민을 잘 살게 하면 그게 최고라는 뜻이다.

'어떻게든 목표만 이루면 된다'라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결함은 있지만, 어찌됐든 흑묘백묘론은 오늘 날 '실용주의'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최근 우리은행장 인사를 두고 다시금 흑묘백묘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간 한일은행 출신과 상업은행 출신 인사가 번갈아가면서 은행장을 맡아왔던 점에 비춰볼 때, 이번에도 전통을 따를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우리은행 측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능력에 걸맞은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이번엔 '파벌'이라는 고리를 끊어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6일 은행장과 자회사 대표 선출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우리금융은 설 연휴를 전후로 해 선임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은행장 하마평에 오른 인물은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부문장, 조운행 우리종합금융 사장, 이동연 우리에프아이에스 사장, 정채봉 우리은행 영업부문 겸 개인그룹 부문장 등 5명이다.

외부인사 중에선 우리은행 출신인 이동빈 Sh수협은행장,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 등이 후보로 올랐다. 하지만 최근 금융업계가 변화보단 안정을 택하는 추세라 외부인사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금융권에선 이들 중 상업은행 출신인 조운행 사장과 김정기 부문장이 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인사가 번갈아가면서 행장직을 맡았던 전례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998년 한국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대등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그 후 '한빛은행'으로 은행명을 바꿨다가 2002년 우리은행으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합병 이후 한동안 외부인사가 행장을 맡아오다가 지난 2008년부터 한일은행 출신인 이종휘 행장,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이광구 행장이 우리은행의 CEO직을 맡았다. 최근까지 우리은행장을 겸직했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우리은행은 '출신'이 아닌 능력 위주의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하게 밝혔다. 앞으로 한동안 은행의 수익을 위협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확실시 되는 만큼, 은행을 이끌어갈 능력을 고려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특히 합병한 지 햇수로 20년이 된 만큼, 내부 구성원들도 한일·상업 출신이 아닌 우리은행 출신이 절대다수라 '라인'은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우리은행으로 선발된 직원 비중이 90%를 넘어가고 있는 만큼, 출신에 의한 인사를 하면 직원들도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라며 "철저하게 능력에 맞춘 인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추위 위원장을 맡은 손태승 회장도 능력 위주의 인사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손 회장은 지난 2017년 행장에 취임하면서 "조직의 화합을 최우선 과제로 건전한 소통문화를 정착시키고, 인사 혁신과 영업문화 혁신을 통해 직원, 고객 모두에게 신뢰를 회복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 금융권에서 '파벌'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간 인수합병이 숱하게 이뤄진 탓에 각자마다의 '출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부터 인수합병을 하도 많이 한 탓에 대다수 금융회사들은 파벌을 갖고 있다"라며 "인사 시기마다 파벌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주주추천 공모제 등 사외이사를 공모 방식으로 선임하는 것도 능력 위주의 인사를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모 방식을 택하게 되면 노동계나 정부 측, 다양한 인사들로 임추위가 꾸려질 수 있다"라며 "이런 식으로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해야 능력 위주의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주주추천 공모제는 최근 들어 재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금융권에선 신한금융지주가 운영하고 있다. KB금융지주도 주주와 외부로부터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최종 후보를 추천하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프로세스'를 가동하고 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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