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엉뚱한 덩(鄧)과 시(習)의 가문 싸움

시진핑 중국 주석은 덩샤오핑 격하로 아버지 시중신의 부활을 꾀한다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중국은 개혁 개방을 통해 40년 만에 세계 2대 강대국이 됐다. 그리고 개혁 개방의 설계자는 덩샤오핑이라고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그러나 한 사람만은 개혁 개방의 설계자가 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사람은 현재의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이다.

시 주석의 주장은 자신의 아버지인 시중신이 개혁 개방의 설계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덩의 지위를 격하시키려고 노력하는 한편, 아버지 시중신을 국부의 위치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은 시 주석이 종신 국가 주석이 된 이후 이루어지는 것으로, 시 주석은 시 황제로의 등극을 꿈꾸는 듯하다.

2018년 여름 베이징에 있는 중국국립미술박물관에서 개최된 개혁 개방 40주년 기념 전시회에서 시중신이 선전 경제특구에 대한 브리핑을 앉아 있는 덩샤오핑에게 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FT]

2018년 여름 베이징에 있는 중국국립미술박물관에서 개최된 개혁 개방 40주년 기념 전시회에서 시중신이 선전 경제특구에 대한 브리핑을 앉아 있는 덩샤오핑에게 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전시됐다. 이 그림은 네티즌들의 격분을 불러와 금방 치워졌다.

그 그림은 덩샤오핑이 아닌 시중신이 중앙에 서 있는 것으로 묘사했기 때문에 네티즌들은 시 주석의 충성파들이 개혁 설계자로서의 덩의 위치를 해치려한다고 비난했다.

시진핑과 그의 가족들에게는 기념식이 아버지 시중신의 역할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설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시중신은 선전을 포함하는 중국 남부 광동성의 고위 관리였다. 40주년 공식 기념식은 시 주석과 그가 주장하는 중국 사회주의의 ‘새로운 시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시 주석의 이미지는 세계에서 중국을 위해 우뚝 서는 강력한 지도자로서 집중됐다.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의 중요한 시기에 대한 기념식 프리젠테이션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시 주석은 그와 그의 가족 이름이 개혁 과정에 포함되는 것을 간절히 원했는데, 이러한 시도는 덩샤오핑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됐다.

시 주석이 덩의 역할을 격하하려는 시도는 시 주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광신적 개인숭배에 대한 우려에 한 술 더 뜨는 격이다. 개혁 설계자의 실체를 놓고 벌이는 덩 가문과 시 가문의 싸움은 지난 2018년 3월 시 주석이 종신 지도자가 되도록 헌법을 개정한 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판적인 사람들은 갈수록 국가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시 주석이 자칫 덩 시대의 업적을 손상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2018년 11월에 개최된 중국국립박물관의 연례 전시회에서도 시중신의 사진이 가장 두드러지게 전시됐다. 덩샤오핑은 개혁 기간 동안 국가 주석을 지낸 장쩌민과 후진타오와 같은 등급으로 격하됐다.

경제 개혁을 이야기할 때 선전은 매우 민감한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시 주석 가족에게는 각별한 곳이기 때문이다. 시중신은 마오쩌둥의 시대가 끝나면서 광동성의 고위 관리에 취임했다. 시중신은 거기서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빈곤한 중국에 귀중한 달러를 공급하기 위해 선전과 광동성을 수출 지향적인 제조업 허브로 만드는 계획을 입안했다.

그러나 1980년대 말 덩샤오핑의 신임을 얻지 못한 시중신은 은퇴해서 선전으로 돌아가 2002년에 죽었다. 시 주석 가족들에게는 덩샤오핑이 시중신에게 선전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결코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 사랑. 시중쉰의 기념 우표를 시리즈로 발매했다. [사이노스피어]

2018년 9월 덩의 아들인 덩푸팡은 한 연설에서 대외 관계는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중국 국내 문제 해결은 개혁 시대의 방식으로 돌아가자고 촉구했다. 시 주석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국내 성장이 둔화된 사실과 승리주의적 프로파갠더를 직접 겨냥한 발언이었다. 덩푸팡의 이러한 발언은 중국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고, 중국 언론 매체들은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베이징의 한 대학은 1년 전부터 개혁 개방 4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국은 행사 개최를 허가하지 않았다. 덩샤오핑을 너무 찬양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베이징 중심의 왕푸징 서점에 진열된 서적들은 덩샤오핑을 감추기 위한 기괴한 형태였다. 개혁 개방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코너에 가장 눈에 띠게 진열된 것이 시중신이나 개혁주의자였으나 문화혁명 기간에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류샤오치에 관한 서적들이었다. 의문의 여지없는 개혁의 설계자 덩샤오핑과 관련된 책들은 마치 때늦은 계획이었던 것처럼 아래 진열대로 치워졌다.

중국 베이징의 왕푸징 서점에 전시된 개혁 개방 40주년 기념코너에서 덩샤오핑의 책은 맨 아래 칸에 진열됐다. [니케이]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4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개혁 개방으로 성공한 100대 기업가들의 명단을 발표했다.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텐센트의 포니 마 화텅은 명단에 있었으나 모든 사람이 당연히 들어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한 사람이 누락됐다. 그 사람은 달리안 완다 그룹의 소유주인 왕 지안린이었다.

덩샤오핑처럼 쓰촨성에서 태어난 왕은 인민해방군 출신으로 부동산 회사를 쇼핑 센터,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글로벌 시네마 체인 등 다양한 업종을 아우르는 복합 대기업으로 키워 크게 성공한 사람이다. 왕은 덩 가족과 매우 밀접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달리안 완다 그룹은 중국 정부 당국으로부터 해외 자산 취득과 관련해 점점 더 많은 조사를 받고 있다.

시 주석이 덩샤오핑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매우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2017년 가을에 개최된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시대를 위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에 대한 시진핑의 생각’을 발표하면서 부터다. 덩을 이은 두 명의 지도자인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절대 권력인 덩이 지명한 사람들이다. 덩이 지명하지 않은 포스트 덩 시대의 최초의 지도자로서 시 주석은 자신의 시대를 열고 싶은 것이다.

위대한 덩샤오핑을 넘어서기 위한 시 주석의 계획은 미국과 세계에서 공동 1위를 하는 중국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계획은 뜻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적한 불공정 무역관행과 뒤따른 보복관세로 중국 경제는 성장이 둔화됐다.

갑자기 시 주석은 더 이상 무적이 아니라고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 주석에 대한 개인 우상숭배 문화 구축에 대한 비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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