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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결산-유통 ⑨] 갑을관계 이분법에 갇힌 정부 규제


출점규제 강화 속 할인 부담금까지 가중…업계 "더이상 갑 아냐"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대형마트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2019년은 재앙과도 같은 한 해였다. 온라인 시장의 고속 성장 속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치킨게임'에 나섰고, 그 결과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동반 적자를 내는 등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직까지 이들을 '갑'으로 인식한 채 지난 2012년 제정된 유통법 기반의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지난 2013년 5%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온라인 쇼핑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을 이어오며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매출 규모를 뛰어넘었다. 이에 대형마트 업계는 출점 계획을 미뤄둔 채 복합쇼핑몰을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과의 마찰과 정부의 규제 움직임 속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대형마트 업계에게 2019년은 '재앙' 이었다.
대형마트 업계에게 2019년은 '재앙' 이었다.

백화점과 편의점 업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백화점은 대형마트의 '침몰' 속에서도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비교적 건실한 실적을 이어왔으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특약매입 심사 지침을 개정해 유통업자가 판촉 행사에 드는 비용 50% 이상을 분담토록 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세일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대형마트와 같이 의무휴업일을 지정받지 않고, 상품 카테고리에서도 비교적 온건한 규제를 받고 있어 대형마트의 빈자리를 빠르게 채워나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국내 편의점 수가 4만 개를 넘기고, 이에 따라 거리제한 규약이 시행되면서 신규 출점이 쉽지 않아져 시장 확장에 제동을 걸린 상황이다.

업계는 이 같은 정부의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 규제에 대해 아직도 오프라인 시대에 머물러 있는 관점이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더이상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업계의 '주류'가 아닌 상황임에도, 규모와 매장 수 등에만 집착해 이들을 '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지적과 같이 실제 정부는 이미 온라인에 밀려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규모 기준 시장의 '을'이 됐음에도 이들 규제할 수 있는 근거로 항상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이 무너진다는 것을 들고 있다.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입장에서는 온라인 업체와의 경쟁 속 정부로부터의 상생 압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정부가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는 정부가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더 이상 업계 주류가 아님에도 정부는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해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상황은 절대 나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이 대세로 자리잡은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오프라인에 대한 수요도 분명 높은 수준으로 남아 있다"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업계의 자구책에 규제로 응답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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