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미래유산] 청진옥 이야기(영상) #2


전통적인 해장국 맛 고집...24시간 여전히 운영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아이뉴스24가 '글쓰는 요리사' 박찬일 셰프와 손잡고 서울시가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노포(老鋪)'들을 찾아 음식점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추진합니다.

서울시 미래유산 공모사업으로 추진되는 이번 작업은 기존의 단순한 자료 수집 방식에서 벗어나 박찬일 셰프의 인터뷰, 음식 문헌연구가인 고영 작가의 고증작업 등을 통해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2대, 3대를 이어 온 음식이 만들어진 배경과 이를 지켜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맛있게' 펼쳐집니다. <편집자 주>

종로구 청진동 해장국집 거리속의 '청진옥'은 멀리는 조선시대 조시에서 가깝게는 서울 나이트클럽의 풍속도에 한 가닥을 쥐고 있다.

조선후기 조시(朝市)의 국밥집 솥에서 끓인 국이 해방 이후 대중식 해장국으로 발전했다. 또 지난 1960년대 서울 도심 호텔이 건립되면서 생겨난 나이트클럽에서 새벽까지 술마시고 춤을 추던 사람들이 통금이 풀릴때까지 밥과 술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80년이 넘는 오랜기간 서울시민들의 든든한 한끼가 되어주고 있는 청진옥이 서울의 미래유산으로 남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쓰는' 요리사 박찬일과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최준용 사장과의 대담을 통해 '청진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들었다. 청진옥의 역사는.

A. 예전 청진동 나무시장이 서던 자리에 무악재를 밤새 넘어온 나무꾼들을 대상으로 장국밥을 판 것이 시작이다. 가건물 하나없이 시장에서 솥 하나 걸어놓고 팔았다. 지난 1960년대 2층으로 올렸고, 손님 늘다보니 나중에는 76평정도 되는 면적의 가가에서 영업을 했다. 특히 1970년대 15~6개의 해장국집들이 청진동에 들어서고 번성하면서 '청진동 해장국 골목'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Q.청진옥 하면 '토렴'이 떠오른다. 예전부터 손님들이 찬밥을 들고 와 토렴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A. 처음에는 손님이 밥을 싸가지고 오면 국에 토렴을 해서 따듯하게 드셨다고 한다. 토렴의 시초는 집집마다 남은 된장을 모아서 여러 장맛들의 특색있게 어우러진 장국과 찬밥을 가져오는 문화에서 비롯됐다. 지금은 많은 고민 끝에 끓여서 나가거나, 따로 나가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예전에는 '토렴'으로 식사를 내달라는 손님들이 많았다. 현재도 청진옥에서는 가능하다.

Q. 청진옥 해장국 '고유의 맛'을 유지하는 이유는

A. 가게 운영을 맡게 되면서 처음에는 해장국 고유의 향기를 없애고 요즘 스타일로 바꿔볼까 시도를 했다. 그러나 손님들은 금방 캐치를 하더라. 늘 해오던 방식을 유지하는 것을 손님들이 좋아한다. 아버지 역시 전통적인 해장국이 5~10년 후 힘들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생각과 달리 오히려 젊은 사람들도 고유의 맛을 찾고 이 같은 맛을 선호한다.

Q. 청진옥이 오랫동안 사랑받고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A. 손님들의 사랑이 있기 떄문이 가능한 일이다. 아버지가 운영하실 때 외부에서 바라보던 것보다 직접 운영해보니 손님들이 배만 채우는 식당으로 생각하기보다 그 이상의 애정을 갖고 찾아주신다. 청진동 전통 토박이 분들중에는 현재 멀리 시는 30~40년 단골들도 차를 타고 2대, 3대가 함께 올정도로 애착이 상당하다.

Q. 청진옥 직원들의 특별한 인사정책 있다고 들었다.

A. 오래 일을 하시는 노인층 직원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에 일을 배우면서 아버지께 연세가 있으신 직원분들, 거동이 불편하신 직원분들보다 젊은 분들을 채용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다가 혼이 많이 났다. 지나고보니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알게됐다. 연세가 있으신 직원분들은 가게와 함께 세월을 보냈기 때문에 손님 얼굴만 봐도 해장국에 어떤걸 넣을지, 뺄지 다 안다. 주방에서 오래 일하신 분들도 홀에 계신 손님 얼굴을 보고 자동으로 메뉴가 나갈 정도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일하신 분들도 계셨지만, 최근 몇 년사이에 아버님 세대에 일하시던 분들이 일흔에서 여든쯤에 그만두셨다. 흔치 않게 주방장도 여자분이 보셨다. 당시에는 국잽이라는 말을 썼고, 80년대 중반까지 청진옥과 함께 하셨다.

Q. 청진옥 장인정신이 있다면

A. "솥에 불끄지 말라"는 것이 청진옥의 정신이다. 지난 1987년 할머님 돌아가셨을 때 발인날 딱 하루 솥의 불을 껐다. 아버지께서는 그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미리 저한테 남기신 쪽지가 있다. 그 쪽지에는 우리가 3형제인데, (아버지) 발인때 형하고 동생이 있으면 되니, 저에게는 가게 문을 닫지 말라고 써져있었다.

Q. 24시간 운영하는 이유가 따로 있나.

A. 무엇보다 손님들이 24시간 운영을 원하신다. 요즘은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을 찾기 힘들지만 손님이 드문 시간에도 청진옥은 늘 그 시간대에 찾아주시는 단골들이 있다. 밤에 일이 늦게 끝나거나, 일찍 새벽출근 하기 전에 아침을 먹기 위해 습관처럼 오시는 분들이 늘 있다. 손님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24시간 운영을 고집한다.

Q. 주요 단골들은 어떤 분들인가

A. 서울 도심인만큼 다양한 분들이 찾아주신다. 백범 김구 선생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등 많은 분들이 방문했다. 특히 예전에는 인근에서 마감을 한 기자들이 해장국을 앞에 두고 그 날 가판을 보면서 낙종, 특종 이야기도 나누기도 했다. 또 회사원들, 막노동 나가시는 분들에서 정부관계자들까지 모두가 남녀노소할 것 없이 두터운 단골층이 형성돼 있다.

김서온기자 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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