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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결산-유통 ③] 지형 바꾼 日 불매운동…유통街 '희비교차'


일본 브랜드 '울상' 속 한국 브랜드 대체 가속화…"흐름 이어질 것"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지난 7월 일본의 수출 제재로부터 불거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반 년 동안 유통가의 지형을 바꿔놓았다. 오랜 시간 동안 맥주 시장 1위를 차지해 온 일본 맥주들은 매대에서 자취를 감췄고, 담배 시장의 10% 점유율을 굳게 유지해오던 '뫼비우스'도 타격을 입었다. 또 '에어리즘', '히트택' 등 계절별로 시장을 선도하는 신제품을 출시해 오던 유니클로도 힘을 잃었다. 반면 그 빈 자리는 국내 회사들이 차지하며 시장 재편을 '기회'로 삼고 있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까지의 일본 맥주 수입액은 680억 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 이상 줄었다. 사케 수입량도 152억 원 수준으로 27% 정도 줄어들었다.

다만 이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촉발되기 이전인 상반기 수입량을 합한 것으로, 실질적으로 일본 맥주와 사케의 하반기 수입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업계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촉발 직후부터 일본산 주류 '퇴출'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편의점이 일본 맥주 판매 및 추가 발주를 중단했으며, 대형마트도 뒤를 이었다.

일본 주류의 빈자리는 한국 주류가 채웠다. 특히 '테라'와 '뉴트로 진로' 등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선 하이트진로가 선두에 섰다. 테라는 1분기 50억 원의 매출액으로 출발해 3분기 720억 원을 기록했다. 뉴트로 진로 역시 출시 3개월 만에 1천만병 판매를 돌파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반면 '처음처럼'으로 하이트진로와 경쟁하고 있는 롯데주류는 불매운동의 영향을 크게 받아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2019년 유통가의 '화두' 중 하나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었다. [사진=아이뉴스24DB]
2019년 유통가의 '화두' 중 하나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었다. [사진=아이뉴스24DB]

패션·뷰티 업계에서도 지각변동은 이어졌다. 유니클로는 지난 11월 진행된 올해 '유니클로 감사제' 행사 기간 동안 신용카드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 줄어든 9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0월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67%가량 감소했으며,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엘알코리아가 결국 700여 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처지에 몰렸다.

또 데상트, ABC마트 등 일본산 패션 브랜드도 유니클로와 마찬가지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 본사의 지속적 혐한 방송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켰던 'DHC'의 경우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들의 빈자리도 한국 브랜드가 채웠다. 신성통상 '탑텐'은 유니클로의 옛 모델이었던 이나영을 모델로 전격 발탁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에 나섰고, 그 결과 유니클로와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감사제에서 지난해 대비 약 30%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유니클로에 이어 SPA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랜드그룹의 '스파오'도 같은 행사기간 127%의 매출 신장을 이뤘다.

소비자 충성도가 강해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일본산 담배 '뫼비우스'도 7월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겪고 있다. 뫼비우스는 아무리 부진해도 10%의 마니아는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7월 8%대, 8~9월 7%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또 같은 기간 동안 '뫼비우스'를 생산하는 JTI코리아의 생산 기지로 알려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의 담배 수입액도 90%가량 줄어들었다.

업계는 이 같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여파가 오는 2020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기간에 걸쳐 진행됐던 과거의 불매운동과 달리 2019년 불매운동은 SNS로부터 체계를 갖춰 진행됨과 함께 열기가 식어갈 때마다 일본 정부, 기업, 언론이 무례를 저질러 다시 불을 붙인 결과 '생활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불매운동은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다'라는 의미에 그쳤지만, 이번 불매운동은 '팔지 않는다'까지 포괄하는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여 왔다"라며 "또 잊을만 하면 일본으로부터 터져나오는 여러 망언이 불매운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오는 2020년에도 일본 제품이 국내에서 잘 팔리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된다면 한일 관계가 회복되더라도 일본 제품이 예전의 위상을 되찾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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