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기자수첩] 패스트트랙 政局에 발목 잡힌 소·부·장 특별법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이번 정기국회 회기는 공식적으로 오는 10일까지다.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다.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로 일시적인 연장은 가능하겠지만,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심사하고 정부 활동을 감독할 정상적인 회기는 다시 열리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당, 어느 정치인이든 선거는 전쟁이다. 당선은 정치의 지상목표다. 정당은 소속 후보들을 최대한 많이 당선시켜야 하고 개별 후보들은 반드시 당선돼야 한다. 아무리 그럴싸한 대의를 내세운들 당선되지 못한다면 21대 국회는 그들에겐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는 대로 각 지역구마다 각 당 예비 후보들의 사활을 건 다툼을 시작으로 21대 총선을 향한 선거전이 개막될 것이다. 법안 심사? 입법 연구? 부처 업무보고? 어느 것도 선거 준비보다 중요하지 않다. 새로 당선된 의원들이 새 국회를 여는 내년 6월까지 국회의 모든 활동은 중단이다.

지난달 말 본회의에 상정된 199개 법안들에 대해 국회는 아예 손도 못댔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격렬한 저항 때문이다. 당 대표는 청와대 앞 단식으로, 원내대표는 전 법안 필리버스터로 가로막았다. 목표는 선거제 개편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 필사 저지. 일단은 성공이다. 대신 정치적 쟁점이 될 이유가 없는 상당수 '무쟁점 법안'들까지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못했다

그 199개 법들 중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력 산업 소재, 부품, 장비 국산화를 위한 특별법도 있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소위 국내 '소부장' 산업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관련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제정된 법이다.

정부는 지난 8월 매년 1조원 이상 소부장 R&D 투자, 생태계 지원을 골자로 한 소부장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특별법엔 이 종합대책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법적 근거들이 마련된다. 기존 소재·부품 위주 국산화에 새로 장비 분야를 추가하고 이들 업종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구축, 대기업과의 협력모델을 발굴하는 한편 화학물질 관련 규제에 대한 특례를 부여하는 등 그간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업계가 줄곧 요구한 내용들이다.

여당 128명 전원이 공동 발의했지만 그렇다고 여당 의원들의 뜻만 모인 법은 아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입법 심사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친 만큼 이 법의 본회의 상정까지 결국 여야가 동의한 셈이다.

이 법은 513조에 달하는 내년 예산안과 패키지를 이루는 예산 부수법안이다. 예산과 함께 통과되는 법이지만, 그 막대한 예산조차 여지껏 심사가 안 끝났다. 선거법 개정에 대한 제1 야당의 반발과 이를 비난하는 다른 정당들의 논쟁만 국회를 맴돌고 여론도 덩달아 여기에 집중된 결과다.

정기국회가 막바지로 치닫는 동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절차) 지정 법안들로만 온통 관심이 쏠렸다. 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검찰개혁법이 그 대상이다. 패스트트랙은 지루하게 반복되는 여야 논쟁을 피해 1년 이내 법이 처리되도록 한 우회 절차다. 정작 수많은 법안들이 논쟁은커녕 제대로 된 토론조차 거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이번 회기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은 21대 국회에서 새로 발의돼야 한다. 즉 처음부터 다시 입법절차를 밟아야 한다. 어린이 스쿨존 보호강화를 주 내용으로 한 '민식이법'이 주목받았다. 그 법의 계기가 된 희생 아동들의 부모가 느끼는 답답함도 이같은 국회의 사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정치적 수싸움 뒤로 꼭 해결돼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이 방치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모습들을 지켜봐야 할까.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자수첩] 패스트트랙 政局에 발목 잡힌 소·부·장 특별법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