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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아들도 걱정하는 휴대폰 '중독'


 

2002년 이병헌과 이미연이 주연한 영화 '중독(中毒)'

한 남자의 영혼을 뒤흔들 정도로 강한 사랑의 감정을 다룬 이 영화는 형수(이미연)에 집착하며 그를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시동생(이병헌)에 대한 이야기다.

'중독' 현상은 이처럼 일편단심이고, 맹목적이며, 상처를 동반한다. 알코올중독, 담배중독, 도박중독, 섹스중독..마찬가지다.

IT(정보기술) 분야에서도 '중독'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인터넷 중독과 게임 중독, 휴대폰 중독으로 인해 생활이 피폐해지고 있다.

저녁 시간에 가족끼리 대화하기보다는 방에 틀어박혀 인터넷을 뒤지거나, 휴대폰으로 가상의 대화상대에게 SMS(단문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일에 열중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17일 발표된 충북대 대학원 곽민주씨의 가정학 석사학위 논문 '청소년의 휴대폰 이용실태와 중독적 이용'에 따르면 청주시 옥천군과 대전시 중·고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대상 학생들의 33.7%는 하루평균 '2시간 이상'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휴대폰 과다 사용 현상은 이동전화 요금에 대한 가계 부담을 증가시킨다. 휴대폰으로 인해 누군가와 소통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지나칠 경우 타인(또는 기계)을 통해서만 스스로의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강박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위 휴대폰 마니아들은 휴대폰 '중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스어로 '광기(狂氣)'를 뜻하는 '마니아'는 어느 한 가지 일에 열중하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휴대폰 마니아들은 휴대폰 중독에 빠져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휴대폰 마니아들도 최근의 휴대폰 중독 현상을 걱정하긴 마찬가지였다.

회원수 50만을 보유한 국내 최대의 이동통신 사용자 모임인 세티즌(http://www.cetizen.com)의 임성천 팀장. 그는 2000년 2월 세티즌이 만들어질 때부터 참가해온 설립멤버다.

임성천 팀장은 "핸드폰에 원래 관심이 있었는데, 전국에 분포한 대리점 외에는 휴대폰 구입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걸 알고 세티즌을 만들게 됐다"면서 "최근의 이동통신 소비 현상을 보면 필요이상으로 과소비되는 경우가 있어 조심해야 하지 않을 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일 휴대폰과 이동통신 관련 업무를 하는 임 팀장은 올해부터 시작된 010 신규 번호에 아직 가입하지 않았다.

임 팀장은 "휴대폰 이용에서 이용자들의 절제도 필요하다"면서 "세티즌 직원들 중에는 구형 휴대폰을 갖고 다니는 사람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다음카페에서 짠돌이 사이트(http://cafe.daum.net/mmnix)를 운영하는 이대표씨(29). 2001년 개인일기장과 용돈 기입장으로 시작된 이 사이트는 '짠돌이휴대폰통신상담'이란 코너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이트 회원수는 33만여명.

이대표씨는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젊은이들의 소비 문화가 과소비에 치중돼 있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면서 "짠돌이휴대폰통신상담 코너를 통해 사업자들의 요금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통신요금을 줄일 수 있는 비법을 공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언론이 젊은이의 소비 문화를 왜곡해, 휴대폰 중독현상을 심화시킨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이대표씨는 최근 한 별정 통신회사의 월 3600원짜리 이동전화 기본요금 상품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휴대폰은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준다. 멀리있는 친구와 정을 나눌 수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게임을 하면서 즐길 수도 있으며, 은행에 직접 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은행업무를 볼 수 도 있다.

하지만 '중독'되기 시작하면, 이런 유익한 일들이 독으로 다가온다.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 일 중독자가 되면 가정이 파탄될 수 있듯이, 휴대폰 사용에서도 중용(中庸)의 도를 갖춰야 한다. 사실 '중독'과 '열정'은 종이 한장 차이지만.

김현아 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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