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강조한 R&D 혁신 간담회…정책기조 바뀌나?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가 연구개발사업 관리기관들과의 간담회에서 '연구성과'를 강조하고 나서, 정부의 R&D 정책기조가 바뀔 지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한국연구재단에서 '정부 R&D 지원체계 혁신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이 날 간담회는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과 R&D 관련 주요 간부들, 한국연구재단 노정혜 이사장을 비롯한 주요 연구단장들과 일선 연구원들, 주요 대학의 산학협력단장들, 지난 2년간 'R&D 프로세스 혁신방안' 수립을 맡아온 기획위원(대학교수)들이 참석해 '2단계 혁신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말 그대로 연구개발 수행주체(정부-연구재단-연구자)가 모두 한자리에 모인 간담회였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날 간담회가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전체 공개된 상태에서 자유롭게 진행된 데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자료가 유독 '연구성과'를 강조한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과기정통부의 R&D 혁신관련 정책 발표에서는 항상 '연구자 중심'이 전면에 내세워졌을 뿐 '연구성과 중심'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 날은 과기부의 혁신방안 발표 제목과 보도자료에서 모두 '연구성과 중심'이 헤드라인으로 제시된 것이다.

이석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과장은 '연구성과 향상을 위한 R&D 프로세스 혁신방안 2단계(안)'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정부 R&D 24조원 시대를 맞아 양적 투입은 증가했으나 질적 성과는 답보"상태라며 "질적 성과와 세계 최고 과학자가 부족하고, 주력기술·산업의 경쟁력이 악화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진단에 따른 해결방안은 그동안 과기정통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들을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내용들이 주로 제시됐다. 연구자 중심의 개방형 기획 확대, 전문성 있는 우수 평가위원 확보, 연차평가를 컨설팅 중심의 연차점검 형태로 전환, 무빙 타겟과 조기종료 활성화 등 그동안 '연구자 중심' R&D 혁신방안 기조 안에서 꾸준히 추진해 온 정책들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 무엇이 중심이냐는 것보다는 R&D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혁신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보완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발표 내용만 봐서는 '연구자 중심' 정책이 '연구성과 중심'으로 어떻게 변하는 것인지 분별하기 힘든 수준이지만 굳이 그동안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연구성과 중심'을 강조한 것은 R&D 예산의 증가에 걸맞는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R&D 예산이 올해 20조원을 넘어서면서부터 성과 부진에 대한 사회적 질타가 더 커진데다가 일본의 수출규제이후 그동안 연구소는 뭘 했나는 목소리까지 쏟아졌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들은 간담회가 끝난 뒤 정책기조의 변화여부를 묻는 질문에 "연구자 중심은 기본 정책이기 때문에 굳이 강조하지 않은 것", "오늘은 연구성과를 강조한 것" 정도로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 날 간담회에 대한 보도자료 제목도 "최기영 장관, 연구성과 중심의 연구생태계 조성을 위한 현장의견 수렴. 연구개발 수행주체(정부-연구재단-연구자)가 모두 한자리에" 인 것을 보면 R&D 혁신 정책에 '연구성과'가 더욱 강조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연구자 중심'이냐 '연구성과 중심'이냐는 사소한 문구의 변화가 사소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15년전 '연구개발성과평가법' 제정과 '연구성과 중심'이라는 키워드로 불거졌던 숱한 논란과 그 이후 연구성과를 논문과 특허 등 계량적 수치로 평가하는 문화가 정착된 이후 벌어진 일들이 'R&D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재연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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