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르베이지' 신의한수…'엄마 옷' 시장 흔들었다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 시니어 여성복 시장서 '디자인' 무기로 1위 유지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엄마 옷'으로 치부됐던 40~50대 타깃의 시니어 여성복 시장은 한 때 수입 브랜드에 밀려 백화점에서 퇴출되기 일쑤였다. 경기 불황과 소비패턴 변화 등으로 지갑을 닫은 엄마들은 값 비싼 마담 브랜드를 외면하기 시작했고, 어려움을 이기지 못한 브랜드들의 연이은 철수 소식에 시장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시장에선 디자이너 중심의 시니어 브랜드들이 요즘 40~50대 감성을 읽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씁쓸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르베이지' 등장은 신의 한 수였다. 수입 브랜드가 넘쳐나는 국내 여성복 시장에서 2009년 론칭된 이 브랜드는 2개월 만에 4050세대들의 의류 영역을 가리키는 '엘레강스 상품군'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인기 덕에 백화점에서도 입점 제안이 빗발쳤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에선 입점되자 마자 해당 상품군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론칭 1년도 채 안됐지만 백화점 한 매장에서만 월 매출이 4억 원을 넘기도 했다. 한 마디로 '대박'이었다.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30일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따르면 '르베이지'의 인기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디자이너 이름을 앞세워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스타일 중심으로 제품이 쏟아져 나왔던 시니어 여성복 시장에 '베이지'를 기본 색상으로 한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꾸준히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타깃층 워너비인 배우 전도연, 김희애 등을 모델로 앞세워 중년의 아름다움을 화보에 잘 녹여낸 것도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데 일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르베이지'가 나이보다 젊게 보이고 싶어하는 40~50세 여성들을 타겟으로, 기존 시니어 브랜드에서 주로 선보이던 투피스가 아닌 원피스, 아우터형 롱 블라우스 등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인 것이 인기를 얻은 비결"이라며 "구매력이 높은 중장년층 여성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고든 덕분에 수입 브랜드에 치이는 기존 브랜드들과 달리 오랫동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니어 여성복 시장에서 '르베이지'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36%로, 2014년부터 지금까지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2009년 2월 브랜드를 론칭할 당시에는 손정완 디자이너가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2014년부터 점유율이 서서히 역전되기 시작했다. 경쟁 브랜드인 '손정완·쁘렝땅'은 20%대, '보티첼리'는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르베이지'의 매출 성장세도 꾸준히 높다. 월 평균 매출신장률은 두 자릿수대로, 경쟁 브랜드들의 매출이 거의 제자리 걸음을 걷거나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롯데백화점의 엘레강스 상품군 신장률이 2017년 2.6%, 지난해 2.3%, 올해 1~10월 2.6%였던 것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수치다.

이 같은 선전 덕분에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여성복 실적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시니어 여성복 1위인 '르베이지'와 1천억 원대 여성복 브랜드인 '구호'를 필두로 여성복 부문의 올 1~8월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0% 성장했다. 3분기에도 남성복 부진 영향으로 전체 매출은 3.6% 줄었지만, 여성복 사업 선방 덕분에 영업손실이 지난해보다 30억 원 축소됐다.

이처럼 꾸준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자리를 지켜 온 '르베이지'는 올해 10주년을 맞아 고객 소통을 더 강화하며 시장 1위 지위를 더욱 탄탄히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는 31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르베이지' 브랜드 론칭 10주년 기념 아카이브 전시 및 패션쇼도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선 10년간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오롯이 보여주고자 섹션별로 차별화된 감성의 전시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또 '르베이지'는 최근 2009년에 출시된 시그니처 라인에 동시대적인 감성을 덧입혀 재해석한 10주년 기념 캡슐 컬렉션도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젊은 감성을 추구하는 뉴시니어군이 시장에 다크호스로 등장하게 되면서 고품질의 가격 경쟁력을 가진 브랜드에 대한 관여도가 높아졌다"며 "우아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뉴시어군 여성들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실루엣과 럭셔리한 소재, 최고의 품질력을 자랑하는 '르베이지'를 선호하면서 시장의 독보적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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