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업계의 애플' 쥴, 국내시장 철수위기…피우지 못한 꽃?

'전자담배업계의 애플' 쥴, 국내시장 철수위기…피우지 못한 꽃?

판매부진·대내외 악재에 '울상'…"유통 파트너와 적극적 대화 이어갈 것"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전자담배 업계의 애플'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국내에 진출한 미국 전자담배 브랜드 '쥴'이 대내외 악재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더욱이 쥴의 국내 최대유통망인 편의점업계의 외면으로 국내 시장 진출 5개월 만에 꽃을 제대로 피워 보지도 못할 처지로 내몰렸다.

하지만, 쥴랩스 코리아(쥴랩스)는 혼란 속에서도 유통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업계 '빅 4' 모두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했다. 이는 이달 초 한 30대 남성이 액상형 전자담배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폐질환으로 입원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촉발됐다. 이어 지난 23일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 권고가 나오면서 편의점업계가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GS25가 발표 다음날 가장 먼저 판매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나머지 업체들도 공급 중단을 발표했다. 다만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점 업계는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 및 조치에 따라 판매 중단은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상 제품은 KT&G '릴 베이퍼'의 '시드 툰드라', 쥴랩스 '쥴'의 '트로피칼, 딜라이트, 크리스프' 등 총 4종이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70%가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점포수 기준으로 이들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시장의 90%가 넘는 만큼 사실상 판매중단 대상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빠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쥴랩스가 국내 진출 5개월만에 최악의 위기 상황에 빠졌다. [사진=아이뉴스24 DB]

◆"시장 초기 좋은 반응 살리지 못한 것이 위기의 한 원인"

KT&G는 액상형 전자담배보다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의 매출 비중이 크게 높은 만큼 이번 판매 중단 권고에 따른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액상형 전자담배만을 판매하는 쥴랩스의 경우 판매중인 제품 5종 중 3종이 판매 중단인 상황에 빠진 만큼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쥴'은 출시 직후 시장에서 품귀현상이 벌어질 만큼 호조를 보였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쥴 출시 이후 시장의 0.8%를 차지했으나, '쥴'이 출시된 다음 달 곧바로 1.3%를 돌파했다. 하지만 현재는 0.7% 수준으로 오히려 출시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할인행사와 한정판 출시 등 판촉 활동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디바이스 판매량이 출시 초기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는 이 같은 판매 부진의 원인을 낮은 니코틴 함량으로 꼽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쥴의 니코틴 함량을 1.7mL, 3mL, 5mL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해 0.7mL 단일 제품으로 판매되며, 이는 액상형 전자담배에서도 일반형 전자담배와 유사한 타격감 및 맛을 느끼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부정적 반응으로 이어졌다.

또 시장 초기 좋지 않은 반응에 대한 미온적 대처도 지적된다. 경쟁 제품인 KT&G '릴 베이퍼'는 출시 초기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해 멘솔향과 타격감을 보완한 '시드 아이스 업'을 빠르게 출시하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섰지만, 쥴랩스는 출시 이후 단 하나의 신제품 '팟'도 출시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업체들이 과감한 신제품 출시와 적극적 마케팅을 펼쳐온 것에 비해 '쥴'은 시장 초기 반응만 믿고 소극적인 조치로 일관한 부분이 있다"라며 "점유율을 좀 더 빠르게 확대시키지 못한 것이 이번 위기를 더욱 크게 만든 하나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총 5개 종의 '쥴 팟' 중 좌측 2개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제품은 판매중단 조치됐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태 장기화·세율인상까지 악재 '첩첩산중'

이와 함께 최근 불거지는 낮은 세율에 대한 논란도 위협으로 꼽힌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담배 과세 현황 및 세율 조정 검토 관련 향후 계획'을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연구용역 진행 의사를 밝혔다. 연구용역 결과 세율이 조정되는 것으로 결정되면, 내년 세법 개편 과정을 통해 오는 2021년부터는 변동된 세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또 23일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에서도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담배의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 담배사업법에서 '연초의 잎'을 원료의 일부 또는 전부로 해서 만든 제품만을 담배로 보는 데 비해 앞으로 뿌리나 줄기로만 만든 액상 제품도 담배로 보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미국은 연방 식품·의약품·화장품법에 따라 담배잎은 물론 줄기, 뿌리 등을 모두 포함해 연초를 정의하고, 악세사리까지 담배로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보면 '쥴'에 대한 과세 부담 또한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개별소비세법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는 한 팟에 259원으로 일반 담배의 50%, 궐련형 전자담재의 56% 수준이다. 또 건강증진기금도 일반담배가 한 갑당 841원을 낼 때 '쥴'은 한 팟에 525원으로 62% 수준이다.

업계는 세율 인상이 '쥴'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매출 부진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가 부정적일 경우 단 2종류의 팟만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소비자들이 더욱 빠르게 '쥴'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시점에 과세부담까지 가중된다면 '쥴'의 위기도 가중될 것"이라며 "상품 경쟁력이 추락한 상황에서 가격까지 인상된다면 판매량이 급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의 연구용역 결과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가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 것도 쥴랩스에게는 악재다.

◆쥴랩스 "국내 판매되는 액정 이상 없어…향후 적극 대응 나설 것"

쥴랩스는 사태 초 보건복지부가 '사용 자제'를 권고했을 때만 하더라도 "현재 쥴랩스가 판매하는 제품에는 중증 폐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THC' 성분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 층 더 높은 '사용 중지' 권고가 나오고, 업계에서 일부 제품이 철수하는 것으로 사태가 치닫자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실제 편의점 업계의 판매중단 조치 과정에서도 쥴랩스와의 사전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쥴랩스는 기존의 입장은 변동이 없으며,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일단 지켜본 후 잘못된 정보가 있을 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또 유통 파트너들과의 대화도 지속적으로 이어가 사태 조기 진화에도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쥴랩스 관계자는 "현재 판매중인 제품은 국내 규제를 모두 준수하고 있는 제품인 만큼, 보건복지부가 정확한 판단을 내려 줄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상황이 해결될 경우 빠르게 유통을 재개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반면 업계는 정부가 유례 없는 강경한 조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쥴랩스 측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보건복지부가 다음달 중 발표를 예고한 조사가 중증 폐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THC' 성분의 함유 여부만을 검증하는 점을 봤을 때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쥴'이 사실상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 담배 매대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이 제외돼 있는 모습. [사진=아이뉴스24 DB]

업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다음달 중 발표하기로 한 조사는 'THC' 함유 여부만을 두고 있고, 일반 니코틴 액정에 대한 검사 내용은 내년 상반기나 돼서야 나올 것"이라며 "보건복지부가 권고한 내용이 일반 니코틴 액정까지 포괄하는 것인 만큼, 다음달 검사 결과가 시장 상황을 바꿔놓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쥴랩스는 두 가지 종류의 액정만을 판매할 수 있게 돼 경쟁력이 급속도로 약해질 것"이라며 "시장 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실상 판매가 의미 없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