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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전화 20년 재조명-1] 기로에 선 성년(成年) 이동전화서비스


 

올해로 국내에 이동전화 서비스가 도입된지 꼭 20년이 됐다. 1984년 4월 한국이동통신서비스(현 SK텔레콤의 모태)에 의해 차량전화서비스를 시작으로 도입된 국내 이동전화서비스는 7월말 현재 전국민의 약 75%인 3천612만4천명이 이용하고 있을 만큼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 산업사(史)에서 이동전화 만큼 그 영향력을 깊고 넓게 미친 사례는 찾기 어렵다. 현재 전세계 휴대폰의 28.3%가 한국 제품이며 휴대폰 하나로만 지난 7월 한달간 무려 19억5천만달러 수출 실적을 올렸다.

이동전화서비스는 또 콘텐츠, 음악, 광고 등 여타 분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무엇보다 국민의 생활과 문화, 심지어 정치분야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줬다. 앞으로도 그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전세계에서 한국만큼 양질의 이동전화서비스를 생활공간 어디에서든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 이동전화 서비스는 지금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장은 거의 포화에 달했고, 새로운 경쟁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어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동안 치열한 마케팅경쟁으로 인해 충분한 수익을 비축하지 못한 업체들에게 이 같은 위기는 생존을 좌우할 수도 있다.

또 이동통신서비스 회사들은 그 동안 국민경제나 소비자 편익에 크게 기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로부터 좋은 이미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이동전화서비스는 수조원의 투자를 미리 하고 조금씩 회수하는 형태이지만 소비자들은 과거의 투자 보다는 당장 막대한 이익을 보는 것에만 주목한다. 그러면서도 이통회사들을 이전투구만 일삼는 기업으로 여긴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인식은 융합화 시대에 M&A등으로 적극 대응해야 할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로서는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안팎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여전히 이동통신서비스의 전망은 밝다. 동영상을 비롯한 데이터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고, 융합화 서비스의 가장 강력한 허브 역할을 이동통신이 하게 됨으로써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시장의 보급률도 아직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넓은 세계로 나갈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아이뉴스24는 20년, 성년(成年) 나이를 맞아 이처럼 위기와 기회를 한꺼번에 맞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산업을 재조명해 그 동안의 공과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모색해보는 기획시리즈를 10회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 주]

[이동전화 20년 재조명-1] 기로엔 선 성년(成年), 이동전화서비스

이동전화서비스를 단군이래 가장 성공적인 산업으로 꼽는 데 주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동전화는 말그대로 '폭발'적으로 우리생활 깊숙히 파고들었으며, 산업에도 다양한 분야에 걸쳐 눈부시게 기여했다.

요즘 한국인, 특히 젊은 층에게 이동전화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힘들정도가 돼버렸다. 그들은 휴대폰을 통해 손 끝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 당연히 그 자체로 하나의 뚜렷한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산업면에서도 이동전화는 이미 IMF 극복에 톡톡히 기여한데 이어 지금까지 수출호조를 이끄는 최첨병 역할을 해내고 있다. 또 모바일 콘텐츠, 모바일 게임, 무선인터넷 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의 발전을 견인해 내고 있으며 당연히 관련 분야에 고용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난 1984년 4월 2일 한국이동통신서비스의 차량용 서비스로 시작된 국내 이동전화서비스는 올해로 20년, 성년(成年)을 맞았다.

서비스 3년만인 87년에 1만을 돌파했던 가입자 수는 88년 차량용이 아닌 개인용 휴대전화가 서비스에 들어가면서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한다. 1만 돌파 후 4년 만인 91년 4월 10만을 돌파했고 다시 4년만인 95년 1월에는 무려 10배가 늘어나 100만을 뛰어 넘었다.

이후 97년 9월 500만, 98년 6월 1천만, 99년 8월 2천만 등으로 1년만에 배씩 늘어났고 마침내 지난 2002년 3월에는 3천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2004년 7월말 현재 3천600만이 넘어 전국민의 약 75%가 이동전화를 보유하고 있다.

◆3천900만까지 늘어날 것

이같은 가입자 증가는 어디까지 계속될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지난 7월 국내 이동전화 포화치를 재조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인구대비 75%를 포화로 보고 3천680만명을 최대치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올들어 번호이동성 도입, 약정할인제 도입에 따른 요금인하 효과등으로 5월말에 벌써 3천624만명으로 예측치를 초과해버렸다.

이에따라 KISDI는 지난 7월 이동통신 보급률의 포화치를 인구대비 81%로 잡고 최대 가입자 수를 3천943만명으로 추산했다.

◆이동전화는 신규 서비스의 허브

이와함께 이동전화서비스의 전망을 밝게 만드는 것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 금융과 결합돼 본격화 하고 있는 m커머스를 보자.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4천900억원에 달한 국내 m커머스 시장은 올해 8천100억원, 내년 1조3천290억원을 거쳐 오는 2007년에는 2조1천200억원으로 연평균 55.9%의 빠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함께 아직 초기 수준에 머물고 있는 모바일 뱅킹도 새로운 유망 분야다.

통신과 금융의 결합은 증권서비스, 소액결제, 모바일 쿠폰 등이 잇따라 선을 보이고 있으며 모바일 상품권, 휴대폰 결제서비스의 등장에 이어 칩을 이용한 모바일 뱅킹까지 등장했다. 사용의 편의성과 안전성, 그리고 경제성을 갖춘 모바일 뱅킹은 모바일 커머스의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내년에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 이용고객이 3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비스 초기단계여서 비교적 제한적 서비스가 허용되고 있는 모바일 뱅킹은 향후 신용카드 지불 기능과 복권 구매 및 당첨 확인, 지로 및 공과금 납부, 보험 및 주택청약, 증권 거래, 휴대폰 번호 송금 등 서비스의 대상과 영역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텔레매틱스의 활성화, 홈네트워킹의 보급확대 등 이른바 유비쿼터스 시대가 열리면서 이동전화서비스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다양한 서비스로 진화할 것이다.

이에 발맞춰 단말기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이며 특히 단말기 수출 전망은 앞으로도 밝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말 전망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10년 단말기와 시스템 수출은 360억달러에 달해 세계시장 비중이 2002년 14.4%에서 2010년에는 25.9%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단말기 비중은 현재의 28.3% 수준에서 2010년에는 36.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위기들

그러나 이같은 청신호에도 불구하고 국내 이동전화서비스 산업이 과거와 같지 못할 것이라는 조짐들은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들 소리없는 위기의 접근에 대해 이미 이동전화서비스 업체들은 비록 정도에 차이는 있을지라도 내부적으로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다. 이 위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넘기느냐에 따라 회사의 존망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매출증가율이 뚝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기존 음성위주의 매출에서 데이터 매출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체 매출의 증가율은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KISDI의 최근 분석자료에 따르면 이동전화서비스의 오는 2008년까지 음성 매출액은 연평균 2.5% 감소하고, 비음성 매출액은 35.5%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체 매출의 성장률은 올해 4.9%에서 내년엔 3.9%로 하락한데 이어, 2006년 3.0%, 2007년 2.3%, 2008년 1.6%로 지속적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여기에다 무선멀티미디어 추세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경쟁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는 것도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와이브로(휴대인터넷)의 경우 이동전화망을 이용한 무선인터넷에 대한 소비자 불만 사항, 즉 비싼 요금, 낮은 전송속도, 이용의 불편 등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있어, 성공적으로 조기에 상용화할 경우 무선멀티미디어 시장에서 이동전화와 강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무선IP폰은 이동전화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DMB, 무선랜 등도 이동전화서비스와 보완과 경쟁의 요소를 동시에 갖고 있다.

◆적극적인 해외진출 시도할 때

국내 이동전화서비스는 눈부시게 빨리 발전해 왔으며 세계적으로도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의 위상은 형편없이 약하다. 그나마 단말기가 위신을 세우고 있을 뿐이다.

이제 성숙기의 국내 이동전화 서비스는 해외로 적극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세계 유명 이동전화사업자들의 현황을 보면 이같은 점이 뚜렷해 진다.

◇국제 이동통신사업자 현황(02년 6월현재)

사업자 가입자 수(백만명) 해외 가입자 비중(%)
보다폰 91.7 87
T모바일 52.2 55
오렌지 41.8 59
NTT 32.5 14
텔레포니카 모바일 27.5 33
TIM 20.0 35
MMO2 17.8 36

이같은 현실은 아직 세계 이동전화 보급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실과 함께 국내 업체들에게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같은 관점에서 최근에는 그의 중단되다시피 한 'CDMA벨트 구축' 노력은 아쉬움을 갖게 만든다.

◆무시할 수 없는 정책리스크

국내 이동전화산업이 지금과 같이 성장한데는 정부의 정책이 크게 작용했다. 정부는 적절한 시기에 경쟁을 도입했고, 필요할 경우 위험을 무릅쓴 과감한 결단으로 한국의 이동전화산업을 세계적인 위치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든 이동전화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최근 변화하고 있고 심지어는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게까지 만들고 있다. 이같은 혼란은 눈부시게 발전하는 기술 때문에 더욱 가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미 WCDMA 정책에서 그 일면을 보였으며 근년에 들어서는 번호이동성 정책의 변경, 경쟁정책의 철학에 대한 일관성 부재 등도 혼란을 부추겼다.

적어도 최근 1~2년 간에 드러난 정부의 정책 기조는 '경쟁유도를 통한 소비자 편익증대'에 초점이 맞춰진 것 처럼 보인다. 접속료와 요금의 지속적인 인하, 무선인터넷망 개방, MVNO(가상이동망사업자) 도입추진 등이 그 예다.

그렇지만 정부가 경쟁활성화를 통한 소비자 편익증대를 최우선의 목표로 두고 있는지도 100% 확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진대제 장관 취임이후 정보통신부가 이른바 '먹거리'창출을 위한 'IT 839'에 매달리며 공급자 위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전통 통신산업에 대해 등한시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컨대 이동전화 서비스를 통한 소비자 편익이 얼마나 증대되고 있는지 정통부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단말기 수출실적에 갖는 관심에 비하면 소비자 후생에 갖는 관심은 너무나 미미하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효용이 어느정도 인지를 모르고 소비자를 위한 정책을 펼수는 없다.

호주는 지난 97년 통신법을 통해 통신서비스의 편익을 측정하여 보고토록 하고 있어 이동전화 등의 서비스에 따른 소비자 편익의 변화를 측정해 발표하고 있다.

영국도 전파청인 RA(Radiocommunication Agency)를 통해 통신 및 방송의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를 추계하고 있으며 미국도 지난 97년 89년부터 93년까지의 이동통신서비스의 소비자잉여를 측정한 바 있다.

소비자잉여에 대한 옳바르고 정확하고 측정은 이동전화서비스가 국민생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의 지표를 가진다는 점에서도 반드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숙기에 접어든 이동전화서비스 정책은 투자의 선순환 고리를 가동시키는 것 못지 않게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통신서비스를 사랑하고, 통신서비스 회사를 신뢰할 것이기 때문이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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