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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에 빠진 소주업계…과도한 견제 '눈살'


'진로이즈백' 인기에 경쟁사도 제품 출시…법 위반·빈병 문제 갈등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의 폭발적인 인기로 자극을 받은 경쟁 소주업체들이 앞 다퉈 뉴트로 콘셉트 제품을 연이어 출시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뉴트로' 주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옛날 소주를 그대로 재현한 디자인을 적용함으로써 젊은 고객 공략에 본격 나선다는 방침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가 지난 4월 출시한 '진로이즈백'은 72일만에 1천만 병이 넘게 팔리는 등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제품은 출시 두 달만에 연간 판매량 목표를 넘어섰고, 판매량이 매월 급격히 늘어나면서 물량이 부족해 발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 제품은 이천 공장 1개 라인에서 생산 되다가 이달부터 '참이슬' 생산 라인 한 곳을 더 추가해 병행 생산하고 있다"며 "법적 기준에 맞춰 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는데도 제때 공급을 못하는 곳도 있고, '참이슬' 판매량도 꾸준히 늘어나면서 생산라인 확보가 여전히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보해양조도 지난 2016년 '이난영 가요제'가 열리는 것을 기념해 목포에서 스페셜 버전 제품으로 과거 패키지를 적용한 '보해' 소주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목포 일부 지역에서 판매된 후 입소문을 타고 서울 지역 일부 이자카야, 음식점에서도 입고 요청이 들어와 공급됐으며, 현재는 서울 지역에서만 요청하는 곳에 한 해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중심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 찾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왼쪽부터) 하이트진로 뉴트로 '진로', 보해양조 '보해' 소주 [사진=각 사]
(왼쪽부터) 하이트진로 뉴트로 '진로', 보해양조 '보해' 소주 [사진=각 사]

이에 자극을 받은 경쟁 소주업체들도 최근 '뉴트로 소주'를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무학은 창립 90주년을 맞아 옛 감성을 현대적 감성으로 해석하고 맛에 새로움을 더한 청춘소주 '무학(舞鶴)'을 새롭게 출시했다. 이 제품은 과거 소주세대의 정통 디자인을 반영하되 저도 소주 시장을 개척했던 무학의 새로운 다짐과 고도화된 기술력을 담았다. 중장년층에는 과거 무학 소주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층에는 TV를 통해 접하던 주향마산의 무학소주를 선보이고 뉴트로의 트렌디한 이미지로 브랜드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제품은 기존 제품과 달리 투명하고 시원한 느낌의 병에 실버 왕관의 은은한 멋을 입혀 그 시절 그 감성을 청취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상표는 옛 상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옛 감성 그대로 한문과 한글을 함께 사용했다. 한자로 표기된 무학(舞鶴)을 중심으로 브랜드명 '춤출 무(舞)', '학 학(學)' 춤추는 학을 담아 날아오르는 학을 삽입해 1929년부터 시작된 90주년의 무학이 100년 기업으로 날아오를 각오를 더했다.

무학 관계자는 "청춘소주 무학은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은 무학의 저도주 노하우를 집약한 제품으로 중장년층에게는 청춘의 향수를 느끼게 하고 젊은층에게는 또 다른 경험과 신선하고 경험을 전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니즈에 초점을 맞춘 제품, 마케팅 활동으로 주류 시장 트렌드를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주조도 '뉴트로' 열풍에 맞춰 1965년 출시된 '대선소주' 라벨 디자인을 적용한 '대선(大鮮)'을 내놨다. 이 제품은 '한글 버전'과 '한자 버전' 두 가지로 나뉜다.

한글 버전 라벨은 기존 대선소주와 동일하게 한글로 '대선'을 표기했다. 소주 상단에는 '대선주조 주식회사(大鮮酒造 株式會社)'를 넣어 옛 대선소주의 감성을 녹여냈다.

한자 버전 라벨에는 1965년 출시된 최초의 대선소주 필기체를 살린 '大鮮(대선)'을 한자로 표기해 뉴트로적인 해석을 더했다.

그러나 대선주조는 뉴트로에만 치우친 나머지 한자 버전 라벨에 한글 표기를 병행하지 않아 상표 표기법을 위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식품 등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류를 포함한 모든 식품의 표기는 외국어, 한자 상품명을 쓰더라도 한글이 작은 크기로라도 표시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대선주조가 출시한 제품은 라벨 외에 알코올 도수, 성분, 병 색깔 등 기존 제품과 달라진 점이 없다"며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 인기에 자극받고 급조해서 만든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부산 경남지역에서 '진로이즈백'이 선전하면서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대선주조와 무학이 경쟁적으로 관련 제품을 출시한 듯 하다"고 덧붙였다.

무학(舞鶴) [사진=무학]
무학(舞鶴) [사진=무학]

또 뉴트로 소주의 인기로 초록색 소주병을 표준용기로 사용해 왔던 기존 관행이 깨지면서 업체간 빈병 수거 및 분리 문제로 갈등도 빚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이 하늘색 투명한 병으로 출시되면서 인기를 끌자, 경쟁사인 롯데주류가 '소주공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을 어겼다는 이유로 문제를 삼고 있기 때문이다.

소주업계는 지난 2009년 360mL 초록색 소주병을 표준용기로 하는 협약을 맺은 상태로, 그 동안 표준용기를 세척해 재사용하고 다른 용기는 각 업체에 돌려줬다. 그러나 '진로이즈백'이 인기를 끌면서 하늘색 투명한 병이 많이 유통되자, 롯데주류는 선별 작업에 지장이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환경부는 조만간 업계 의견을 취합해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진로이즈백' 전에도 무학 '좋은데이1929', 금복주 '독도소주' 등도 표준병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진로이즈백'의 인기가 급증하면서 갑자기 문제로 대두됐다"며 "'진로이즈백'의 인기로 무학도 하늘색 투명한 병 제품을 이번에 출시한 만큼 빈병 수거를 두고 업체간 갈등이 앞으로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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