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에스트리 "오늘은 관객이 가수다"...청중·연주자 10월의 감동떼창

객석 메운 2000여명과 함께 만든 '우리가곡 부르는 날' 콘서트 성황


[아이뉴스24 민병무 기자] #1. 관객들이 왼발을 둥둥둥 굴렀다. 뚜벅뚜벅 저벅저벅. 객석을 가득 메운 2000여명이 전쟁터로 나가는 병사들의 발자국 소리를 표현한 것. 곧이어 오른발을 조금 더 세게 구른다. 반드시 나라를 지키리라! 굳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힘차게 행진하는 국군의 모습이 쿵쿵쿵 소리에 맞춰 오버랩됐다.

그 뒤를 이어 무대 위 단원들이 일제히 휘파람으로 ‘전선을 간다’를 연주했다. 휙휙~휙휙휙~. 전주가 나오고 베이스 이준석이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 이름 모를 비목이여” 1절을 부르자 엄숙함과 비통함이 밀려온다. 솔로 파트가 끝나자 관객과 단원 모두가 다시 1절을 합창했다. 6·25 한국전쟁의 상흔을 어루만지는 웅장한 노래가 콘서트홀을 울렸다.

이마에스트리가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우리가곡 부르는 날-한라에서 백두까지 합창하라' 콘서트를 열고 있다.

2절 역시 관객과 단원이 떼창의 힘을 보여줬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 달빛 타고 흐르는 밤 /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 울어 지친 비목이여” 한명희 시·장일남 곡의 ‘비목’은 그렇게 한편의 드라마로 다시 태어났다.

이마에스트리가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우리가곡 부르는 날-한라에서 백두까지 합창하라' 콘서트를 열고 있다.

#2. 국민 노래로 자리매김한 ‘상록수(김민기 시·곡)’도 청중·연주자가 하나의 하모니를 연출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단원들이 영화 ‘1492 콜럼버스’의 주제곡인 ‘낙원의 정복자(The Conquest of Paradise)’를 우우우~우우우 허밍으로 연주한 뒤, 모두가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라” 목청껏 한마음으로 노래했다. 그리고 이번엔 관객들이 우우우~우우우 허밍 코러스를 넣었다. 어느 음악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진기한 장면이다. 한국가곡 콘서트가 한단계 더 진화했다.

남성 명품 보이스 오케스트라 ‘이마에스트리(I Maestri)’가 10월의 전설을 썼다. 5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한 ‘우리가곡 부르는 날-한라에서 백두까지 가을을 합창하라’에서 관객이 당당히 연주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청중·연주자 일체형 음악회’를 선보였다.

이날 연주된 한국가곡은 모두 현대적·서정적으로 편곡돼 귀에 쏙쏙 박혔다. 양재무, 정한결, 김대운, 박용빈 네 사람의 손끝을 거친 우리 가곡은 우리 스타일에 딱 맞는 옷을 입고 찾아온 것이다.

이마에스트리가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우리가곡 부르는 날-한라에서 백두까지 합창하라' 콘서트를 열고 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관객과 성악가들의 떼창 타임. ‘보리밭(박화목 시·윤용하 곡)’은 테너 안혁주가 먼저 1절을 부르고, 2절은 오롯이 관객이 노래했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 뉘 부르는 소리있어 / 나를 멈춘다 / 옛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 고운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 돌아보면 아무도 뵈이지 않고 /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오늘은 관객이 가수다. 단원들이 2절 내내 화음을 넣어준다. ‘희망의 나라로(현제명 시·곡)’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박수를 치며 합창했다.

모든 노래가 다 뭉클했지만 가장 감격스러운 곡은 ‘내 나라 내 겨레’였다.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 누구의 머리에 이글거리나”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벌써 가슴이 벅차오른다. 김민기의 노랫말도, 송창식의 선율도 뜨겁다. 편곡자는 노래 중간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닿도록 /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를 삽입하는 센스를 보여줬다. 또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대한! 대한! 만세! 만세!”라는 우렁찬 함성을 마지막 부분에 넣었다. 피가 끓었다. 역시 이마에스트리만 해낼 수 있는 멋진 도전이다.

이밖에도 설레는 마음 가득한 ‘가을편지(고은 시·김민기 곡)’ ‘첫사랑(김효근 시·곡)’ ‘그대 있음에(김남조 시·김순애 곡)’와 아련한 그리움 넘치는 ‘목련화(조영식 시·김동진 곡)’ ‘옛 동산에 올라(이은상 시·홍난파 곡)’ ‘향수(정지용 시·김희갑 곡)’도 들려줬다. ‘떠나가는 배(양중해 시·변훈 곡)’와 ‘시간에 기대어(최진 시·곡)’도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마에스트리 양재무 음악감독이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우리가곡 부르는 날-한라에서 백두까지 합창하라' 콘서트를 마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앙코르에서도 이마에스트리는 빛을 발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에서는 반짝반짝 핸드폰 플래시 퍼포먼스가 등장했고, ‘꿈을 꾼다’와 '항해자’에서는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응원가 역할을 했다.

음악회를 마친 뒤 이마에스트리를 이끌고 있는 양재무 음악감독은 “우리가곡을 새로운 색깔로 편곡해 한국가곡 부활에 힘을 보태게 되어 뿌듯하다"라며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가곡의 참된 가치를 발견하고 또 생활 속에서 늘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콘서트의 반주는 조이 오브 스트링스와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이 맡았고 피아니스트 김한길도 아음다운 선율을 보탰다. 테너 장일범은 재치있는 입담으로 진행을 이끌었다.

민병무기자 min66@inews24.com

관련기사


포토뉴스









아이뉴스24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