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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왕 '디스'하려면 선은 넘지 맙시다!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우리가 올해 진정한 영웅이 되도록 해 줘서 고마워(Thanks for letting us be the real hero of the year)." 화웨이가 지난해 9월 애플이 아이폰XS 시리즈 신제품을 공개한 이후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화웨이는 애플 행사 나흘 후 신제품 스마트폰인 '메이트20' 시리즈 발표를 앞뒀는데, 애플이 아이폰XS 시리즈에서 전작 대비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내용을 발표하자 이를 비꼰 것이다. 화웨이는 3월 애플의 '스페셜 이벤트' 행사 직후에도 "분위기 띄워줘서 고맙다"라는 메시지를 올려 재차 애플을 조롱했다. 그리고 다음날 스마트폰 'P30 시리즈'를 공개했다.

두 차례의 '디스(Diss)'에 대해 트위터 이용자들의 평은 엇갈렸지만 화웨이가 유쾌하게 애플을 도발한다는 평도 제법 있었다. 리트윗(트위터에 게재된 메시지를 다른 모든 팔로워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기능)도 많이 됐다.

기업이 경쟁사를 조롱하고 '디스'하는 일은 흔하다. 가령 스마트폰 업계를 보면 화웨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애플은 모두 경쟁사를 활발하게 저격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에서 선보인 갤럭시노트10 광고에서 아이폰11에 '라이브 포커스' 기능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전에도 애플의 '노치' 디자인을 광고로 조롱한 적이 있는 삼성전자다. 애플은 어떤가. 올해 아이폰 광고에서 자사의 '페이스ID' 기술을 내세우며 "그 어떤 방식의 인증기술보다 편리하고 보안이 우수하다"고 언급한다. 삼성전자의 화면 내장형 지문인식의 불편함에 대해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들의 광고를 통한 '디스전'은 최근 몇년간 쭉 이어져 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8K TV'를 놓고 벌이는 비방전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자신들의 제품이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면 상대방의 제품이나 기술력 등을 깎아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판 포인트가 명확하고, 불편할 정도로 비방색이 너무 짙지 않다면 소비자들에게 흥미거리가 되면서 마케팅 효과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삼성·LG의 TV 전면전을 보면서 이보다는 불편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비방에 몰두하다 보니 자꾸만 선을 넘는다.

LG전자가 지난 6일 공개한 새로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광고는 삼성전자의 QLED TV를 겨냥했다. LED TV의 각종 단점을 강조하면서 'LED' 앞에 알파벳이 A-B-F-U-Q-K-S-T 순서대로 지나가는데 알파벳 배치가 특정 비속어(F***)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본래 의도는 'LED' 앞에 'Q'를 넣어 해당 LED TV가 'QLED TV'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었지만,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비속어를 암시한 것은 다소 무리한 비난이다.

또 지난 17일 열린 언론 대상 기술설명회에서는 삼성전자 QLED TV가 보다 넓은 시야각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화질선명도(CM)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LG전자 고위 임원이 내놨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삼성전자 측은 바로 이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도 이 점에서 크게 다르진 않다. 무엇보다 8K TV 대결을 '이전투구' 양상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역시 언론 대상으로 열린 '8K 화질설명회'에서 삼성전자가 LG전자의 8K TV를 비판한 주요 포인트는 HEVC 코덱을 LG전자 TV에서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삼성 TV에서 정상적으로 재생되는 8K 영상이 LG TV에서는 코덱 문제로 깨지거나 아예 재생이 안 됐다.

그러나 이를 '화질' 자체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코덱은 지원 '포맷'의 문제지 영상의 밝기, 색감 등 화질 자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삼성전자 측은 "8K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는 부분이 준비가 아직 덜 된 것"이라고 부연했지만 화질을 논하기 위한 자리에서 포맷 지원이 안 돼 재생 자체가 안 된다는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논점을 흐리는 것으로 비춰진다. 그리고 이후 양측의 8K TV 논쟁은 화질 이외의 문제로까지 확전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를 놓고 다툰 사례는 지난 1992년 브라운관 TV 특허권을 놓고 법적 소송을 벌인 이래 수차례 있었다. 이번에도 LG전자가 삼성전자 QLED TV 광고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면서 점차 소송전으로 향하는 분위기다. 양사는 서로의 TV와 마케팅 전략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이는 미래 TV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과정이다. 다만 상대방을 비판하더라도 논점을 벗어난 얘기를 하거나 근거 없이 노골적인 비난만 한다면 지켜보는 처지에서는 '소모전'이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 디스는 좋은데 왜 이렇게 디스를 해야만 하는지는 그래도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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