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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두산重,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 눈앞…세계 5번째 기술 보유국


한국 첫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독자모델…美·獨·日·伊 이어 개발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다들 2차 세계대전 때 제트엔진을 개발한 나라 아니면 가스터빈을 절대 개발할 수 없다고 했지만, 우리나라는 정부 지원과 산·학·연, 중소기업까지 지혜와 역량을 총동원해 결국 개발해냈습니다."

목진원 두산중공업 파워서비스 BG장(부사장)이 18일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본사에서 진행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초도품의 최종조립 행사'에서 부푼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대한민국 최초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독자모델이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며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두산중공업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국책과제로 진행 중인 가스터빈을 6년 만에 독자개발했다. 현재 공정률은 95% 수준으로 연내 사내 성능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5번째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기술 보유국에 속하게 됐다.

이는 두산중공업이 '고난 속 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거둔 대형 성과다. 그동안 두산중공업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으로 경영난에 처했다. 지난 1년 사이에 2명의 대표이사가 경영악화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순환휴직과 타 계열사 전출 등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됐다.

목 부사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내부개발이 아닌 기술을 가진 회사를 인수합병(M&A)하고자 했지만, 이탈리아 등 모두가 국가 전략자산을 다른 나라에 넘길 수 없다고 반대했다"며 "결국 가스터빈 기술을 갖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독자개발이라고 판단, 모든 것을 총동원했다"고 감격해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3년 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표준 가스터빈 모델 개발 국책과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해외 제품에 의존해온 발전용 가스터빈의 국산화를 목적으로 실시한 과제다. 정부가 600억원, 두산중공업도 1조원을 각각 투자했다.

목 부사장은 이번 쾌거는 무엇보다 국가의 역량이 총집결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산중공업과 함께 21개 국내 대학, 4개의 정부 출연연구소, 13개의 중소/중견기업과 발전사가 참여했다"며 "산학연 협력을 통한 기술개발의 대표 성공사례"라고 말했다.

◆가스터빈 국산화…석탄발전 대기오염물질 3분의 1 이하로 '뚝'

두산중공업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DGT6-300H S1' [사진=두산]
두산중공업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DGT6-300H S1' [사진=두산]

이번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DGT6-300H S1 모델은 출력 270MW, 복합발전효율 60% 이상의 대용량, 고효율 가스터빈이다. 부품수만 4만여개다. 가스터빈 내부 450개가 넘는 블레이드(날개)가 있는데 블레이드 1개 가격이 중형차 1대 가격이다.

특히 발전용 가스터빈은 석탄발전을 대체할 차세대 신재생 발전 동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가스발전(LNG)의 초미세먼지 배출은 석탄발전의 8분의 1, 직접 배출되는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은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친환경 운전이 가능하다.

아울러 발전용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1500℃ 이상의 가혹한 운전조건을 견딜 '초내열 합금 소재기술' ▲복잡한 형상의 고온용 부품을 구현하는 정밀 주조기술 ▲대량 공기를 24:1까지 압축하는 축류형 압축기 기술 등이다.

이번 모델은 한국서부발전이 추진하는 500MW급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공급돼 오는 2023년부터 상업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모델 외에도 최신 사양의 후속 가스터빈모델(380MW급), 신재생 발전의 단점으로 꼽히는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100MW급 중형 모델 개발도 함께 진행 중이다.

◆가스터빈 전량 수입 의존, 30년까지 10조 수입대체 효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사진=두산]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사진=두산]

현재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되는 가스터빈은 149기로 전량 해외제품이다. 가스터빈 구매비용은 약 8조1천억원이며 유지보수 등의 비용 4조2천억원을 포함하면 무려 12조원을 넘어선다. 정부의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노후 복합발전소, 석탄발전소 리파워링 등을 고려하면 시장은 2030년까지 18GW로 예상된다.

여기에 유지보수, 부품교체 등 서비스 사업과 해외시장진출까지 고려하면 파급효과는 더욱 커진다. 미국의 IHS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전세계적으로 2018년부터 2028년까지 총 432GW의 가스발전이 신규설치될 것으로 전망했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을 회사 주력사업으로 키우고자 창원 본사는 물론, 미국 플로리다, 스위스 바덴에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했다. 또 기기공급뿐 아니라 공급 후 유지보스, 부품교체 등 서비스 사업을 확장, 지속적인 수익창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두산중공업은 오는 2026년까지 가스터빈 사업을 연매출 3조원, 연 3만명 이상의 고용유발효과를 창출하는 주요사업으로 육성해나가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가스터빈 개발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됐다"고 평가했다.

창원(경남)=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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