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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껍질만 남은 상장사, 바이오 인수하면 살아날까


확률낮은 도박에 베팅하는 꼴

[아이뉴스24 장효원 기자] 몇 년째 적자를 기록한 코스닥 상장사가 있었다.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본잠식 위기까지 처했다. 이에 최대주주는 실적을 내는 알짜 자회사만 쏙 빼내 자신이 챙긴 후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매각했다.

회사를 인수한 측은 껍데기 회사로 바이오 회사를 인수했다. 신약 개발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만든 지도 얼마 안 된 페이퍼컴퍼니였다. 인수 직후부터 회사는 바이오회사 관련 각종 호재 소식을 시장에 뿌렸다.

호재가 나오자 주가는 요동쳤고 인수자는 주가 차익을 누렸다. 하지만 얼마가지 못하고 이 회사는 상장폐지됐다. 최대주주가 허위 정보로 주가를 띄워 부당차익을 얻었고 회사도 부실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주식시장에서도 이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적자를 이어가던 정보기술(IT)업체나 선박부품회사가 주인이 바뀐 후 본업과 전혀 관계없는 바이오 사업을 하는 사례도 있다.

일단 적자회사가 바이오사업, 특히 신약개발 등에 나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통상 신약을 개발하는 기간은 10년 이상 걸리고 수천억원의 개발비용이 들어간다. 약품을 상용화할 수 있는 확률도 매우 희박하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임상 2상에 평균 200억원, 임상 3상에 1천억원이 든다. 임상 1상을 통과한 물질을 사와 임상 2상 진행 후 라이선스를 판매한다고 해도 성공확률 30% 안팎의 도박에 200억원을 베팅해야 하는 것이다. 자본이 적은 적자회사가 바이오사업을 하기 힘든 이유다.

바이오기업에 투자한다며 돈을 끌어오는 경우도 있다. 이 때 적자기업은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전환사채(CB)를 많이 발행한다. 나중에 돈으로 받든지 주식으로 전환할지 선택할 수 있는 채권이다. CB인수자는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보고 주가가 떨어지면 이자와 돈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오로지 주식밖에 살 수 없는 개인들은 CB 발행으로 인한 주가 희석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성공가능성도 낮은 바이오사업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개인투자자들에게 그대로 전가하는 셈이다.

자, 그래도 껍데기에 바이오를 넣은 상장사에 투자할 생각인가. 그렇다면 본인이 '불리한' 도박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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