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타 면제 1천500억원으로 상향 논의 본격화

국회·과기부, "20년 묵은 낡은 기준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 목소리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대상 기준금액을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11일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구개발 예타 기준을 현재의 3배인 1천500억원(국비 900억원)으로 늘리는 내용을 포함한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데 이어 김성수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도 19일 국회에서 열린 예타 개선 관련 토론회에서 기준금액 상향 필요성을 언급함으로써 예타 구조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회 이상민 의원실이 주최한 예타개선 전문가 토론회에서 과기정통부 김현옥 연구개발타당성심사팀장이 발표하고 있다.

김성수 본부장은 19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R&D예비타당성조사 경제성 개선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예타 조사대상 기준을 500억원으로 정한지 20년이 됐다. 기준을 높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R&D부문의 예타 업무를 과기정통부가 맡은 이후 조사기간을 단축하고 경제성 평가 비중을 낮추는 등 R&D에 적합한 예타 운영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현장 체감은 낮은 것 같다"면서 "예타 대상에 포함되면 사업기획부터 실행까지 최소 2년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현실에서, 예타를 피하기 위해 신규사업을 500억원 이하 단위로 쪼개거나 반대로 조 단위의 예타를 추진하는 등의 부작용도 생기는 만큼 예타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날 토론패널로 참석한 한종석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사업전략본부장은 예타기준 금액의 상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한 본부장은 "1999년 예비타당성제도가 도입될 당시에 비해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약 3배, R&D예산은 5배 이상 늘어났지만 예타 기준금액은 여전히 99년 당시에 설정한 '국비 300억원,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에 묶여 있다"면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예타 제도를 운영하는 일본의 기준금액이 300억엔인 것과 비교해 봐도 현재의 3배 규모로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 본부장의 주장은 지난 주 박정 의원이 발의한 법안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내용이다. 박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 등에 관한 법률안'의 골자는 R&D의 유형을 '프로젝트형'과 '프로그램형'으로 구분하고, 프로그램형은 예타를 면제, 프로젝트형은 예타 기준 금액을 1천500억원(국비 900억원)으로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정 의원실은 이번 법률안 발의가 과기정통부와 사전 조율한 내용은 아니라고 전했다. 박정 의원실 관계자는 "산자위 소관 부처들과 주로 이야기해 왔으며 과기부와 기재부에는 법안 발의에 대해 미리 알리지 않았다" 면서 "예비타당성 조사제도의 근본적인 개편이 시급하다는 연구현장의 해묵은 요구사항들을 법안에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기부와 산업부의 R&D는 상용화에 무게를 두고 있어 과기부 주관 R&D와 특성이 다른데도 현재 모든 예타를 과기부와 기재부가 담당하고 있어 시급한 R&D에 적시 대응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다시 말해 박정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은 '프로그램형' R&D를 구분함으로써 예타면제 범위를 확대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률안은 "프로그램형 사업이란 사업기획 단계에서 기술개발 분야, 개발기술, 세부과제를 특정할 수 없어 사업기획서에 세부과제 대신에 세부과제의 선정방식만을 구체화하여 제출한 사업"이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예타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내용이어서 법안 제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타 기준금액의 상향'에 대해서는 과기정통부도 동의하는 모습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의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다만 기준 금액을 어느 정도까지 상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현옥 과기정통부 연구개발타당성심사팀장은 "현재 예타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어느 정도 선이 적절할 지는 연구결과를 봐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정책연구용역의 결과는 올해 말에 나올 예정이다.

한편 이 날 토론회를 주최한 이상민 의원은 "예타 제도의 소비자인 연구현장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R&D 예타도 과감하게 담대하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좀 더 연구자들을 믿고 국가자원을 투입하면 연구자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우수한 성과로 돌아올 것"이라며 R&D 예타가 연구현장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최상국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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