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지칠 줄 모르는 미국의 경제 호황

무려 121개월 동안 지속 성장…사상 최장 기록 경신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국제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시작된 미국 국민총생산(GDP)의 성장은 121개월째 지속되면서 이달 들어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 국가경제연구원(NBER)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지속 성장 기록은 지난 1991년 3월~2001년 3월의 120개월이었다. 10년 전 국제금융위기로 미국 자산 수조 달러가 휴지 조각이 되고, 수백만 명이 해고되는 고통을 겪은 후에 찾아온 호황이어서 더욱 값진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 국가경제연구원(NBER)]
과잉 주택 모기지에서 촉발된 2007년의 국제금융위기 탓에 121개월의 전체 성장은 과거의 호황보다는 실적이 낮은 25%에 머물렀다. 1961년에 시작돼 100개월 넘게 계속된 과거의 호황 때는 전체 성장률이 무려 51.9%에 달했다.

미국 경제는 길게 보면 1854년 이래 가장 오랫동안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유로존에서 발생한 위기, 개발도상국 경제의 불안함, 미중 무역전쟁 등 각종 장애를 뛰어넘어, 적어도 지속성 면에서는 1990년대 경제 호황을 능가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 경제의 호황은 내부적인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실시한 감세 정책과 경제 규제 완화가 부분적으로 도움이 됐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감세와 규제 완화 효과는 물가 상승, 정부지출 감소 등으로 이제 다 사라졌고, 미국인들은 2025년에 끝나는 개인 소득세 삭감 혜택에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호황의 모습

실업률이 2009년 10월의 10%에서 올 5월에는 3.6%로 낮아졌다. 과거 호황기와는 달리 인플레율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목표치인 2%를 지난 10년 동안 거의 넘지 않았다. 주식 시장도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4배나 상승했다.

그러나 현재의 호황은 과거의 것보다는 화려하지 않다. 2009년 이후 경제는 연율 2.3%로 성장했는데, 1990년대에는 성장률이 3.6%였다. 이 같은 낮은 성장률을 놓고 과연 이것을 성장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논쟁도 벌어졌다.

비숙련 노동자와 고령화가 낮은 성장률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매일 1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있으며, 고용주들은 이러한 노동자들을 대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국가경제연구원(NBER)]
◇수혜자는?

대체적으로 2개 그룹을 수혜자로 들 수 있다. 국제금융위기 당시 직업을 잃은 사람들과 부유한 미국인들이다. 2009년 이후 2천1백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는데, 이 일자리는 대부분 국제금융위기 때 쫓겨난 사람들의 차지가 됐다. 다른 한 그룹은 극히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투자를 할 수 있었던 투자자들이다. 이미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식 하락기에 잃은 돈을 대부분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러나 투자를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낮은 금리의 혜택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최장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대다수가 의존하는 수입인 임금은 최근에 들어서야 조금 올랐을 뿐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의 이유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어떤 학자들은 기업들이 노동자들에게 투자하는 대신 주식 환매를 우선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자들은 노동자들의 낮은 생산성과 함께, 고용주들이 임금 보다는 각종 부가 수당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론은 둘로 나뉘는데, 하나는 이 모든 요소들이 각각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데 기여했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의 결론은 반대로 모든 요소들이 합해져 좋은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얻었고, 일자리는 부가적 수당을 기업으로부터 노동자들에게 가져다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중산층인 많은 미국인들이 여전히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FRB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39%의 미국인이 여전히 갑작스런 돈 4백 달러를 지출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한 결과는 50%의 부정적인 대답을 들었던 지난 2013년의 조사 결과에 비해서는 중요한 진전이지만, 여전히 지불 불능 상태가 높은 수준이다. 특히 임금 상승이 주택 임대료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지역에 사는 미국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NBER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최장기 호황으로 논란의 여지가 없이 혜택을 입은 계층은 히스패닉 여성들이다. 노동력이 가장 왕성한 25~54세의 히스패닉 여성의 취업률이 2007년 중반 이후 2.2% 포인트나 상승했다. 어떤 노동자 그룹보다 높은 수치다. 다음 수혜 계층은 취업률이 1.6% 포인트 상승한 흑인 여성들이다.

소수 민족 여성들의 고용률이 상승하기는 했지만, 가장 큰 수혜 계층은 주로 백인 남성들로 구성된 상위 1% 그룹이다. 이들은 호황기 내내 평균을 뛰어넘는 수입을 올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1조5천억 달러(1,755조4천5백억 원)의 세금 부담이 줄었는데, 이 가운데 17%를 1%가 가져갔다.

◇앞으로의 전망

호황은 오래돼도 죽지 않는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예를 들어 호주의 경우 경기 침체 없이 324개월의 지속 호황을 구가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우려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적어도 내년에는 낮은 수준이나마 경기 후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올해에는 상당히 견실한 경제가 지속될 것이지만, 최근의 통계 데이터는 상당히 불안하다는 것이다. 고용이 둔화됐고 수익률이 하락했는데, 이러한 현상은 가까운 시일 내에 투자자들의 두려움으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정부 채권의 투자 수익률로 측정할 수 있는 수익 곡선은 오래 전부터 경기 침체의 잣대로 여겨져 왔는데, 최근 수익률이 하락한 것은 FRB가 이자율을 너무 많이 올렸기 때문이다. FRB의 이자율 상승은 낮은 이자의 현금이 고갈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행위는 투자를 막아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FRB의 이자율 인상을 맹렬하게 반대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견지했던 정부의 통화 정책에 대한 불간섭주의를 깨버린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정책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주식시장을 불안에 빠트렸다. 미국 경제는 대체적으로 지금까지 관세 인상이 가져오는 충격을 견딜 수 있었지만, 미중 양국이 협상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 짓지 않으면 미국 기업들과 소비자들의 고통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소비자와 기업들이 무역전쟁 때문에 지출을 줄이면 경기 후퇴가 찾아올 것이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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