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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놓치면 일본 디스플레이업계 전철 밟는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CTO 기조연설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중국 디스플레이산업의 엄청난 상승세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위기감이 돌고 있다. 한때 디스플레이시장 선두였던 일본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지만, 이제 중국에 추격당하는 데 대한 불안감이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8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창립 20주년 특별포럼'에서 "1990년대만 해도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한국에 비해 기술도 앞섰고 돈도 많았다"라며 "그런 일본이 어떻게 우리한테 뒤처지게 됐는지 우리 역시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CTO.
강인병 LG디스플레이 CTO.

강 CTO의 발언은 최근 중국의 거센 추격을 허용하고 있는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중국 업체들의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점유율은 한국을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LCD 패널 점유율은 한국 28%, 중국 33%로 중국이 높았다. OLED 패널의 경우 아직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이 높지만, 중국 정부 차원의 빠른 OLED 투자로 한국을 따라잡을 시기가 머지않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 CTO는 "2010년 들어 한국과 대만의 LCD 면적 기준 시장점유율이 크게 오르면서 일본은 2000년 대비 많이 축소됐다"며 "중국은 당시만 해도 점유율이 4%에 불과했는데 10년 사이에 수량과 면적 모든 면에서 오히려 한국을 앞서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국 역시 국가 차원의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 정책이 주효했다"며 "중국 정부가 LCD와 OLED의 투자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지난 2011년 제12차 경제 5개년 계획을 시작으로 LCD 산업에 대한 육성을 시작했고,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통해 OLED 육성도 본격화했다. 중국은 현재도 내수 시장 확대를 위한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고,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팹 건설에 막대한 정부 지원금 및 저금리 대출금을 제공하는 등 차원이 다른 지원공세를 퍼붓고 있다. 그는 "중국이 강하게 국가적인 드라이브를 거는 것 자체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입장에서는)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우수한 엔지니어가 지속적으로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대기업의 인력 유출을 막을 방법도 없으며, 특히 이로 인해 OLED 기술 격차가 지속적으로 좁아지고 있다고 강 CTO는 토로했다.

이에 강 CTO는 중국의 맹렬한 추격 속, 자칫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일본처럼 쇠락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일본이 '플랫 패널' 시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고, 돌이켜 보면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가는 분야에 뒤늦게 뛰어들었다"라며 "덕분에 우리가 일본과의 경쟁에서는 승리했지만, 이제 경쟁 상대가 중국으로 옮겨 갔다는 점이 너무나도 큰 어려움"이라고 토로했다. 일본은 1960년대를 시작으로 소니·파나소닉·샤프 등이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며 시장점유율 면에서도 1위를 지켰지만, 한국·대만 등이 부상하면서 급속도로 주도권을 내줬다.

강 CTO는 앞으로 5G(5세대 이동통신)가 이끄는 초연결시대를 맞아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술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연결시대 덕분에 새로운 디스플레이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며, 특히 OLED 시장에는 충분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느냐 여부는 결국 기술력에 달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제로베이스에서 국가 차원의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고도 당부했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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