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윤리 범위 확대에는 공감, 제도화에는 부정적

연총, 출연연 연구윤리강령 제정을 위한 사전 조사 진행결과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연구윤리의 범위에 표절·위변조·부당저자표시 등 법적으로 규정된 연구부정행위 외에도 부실학회, 차별대우, 이해상충, 사회적 책임, 조사방해, 동료평가의무 등 연구자로서의 행동윤리까지 포함하는 '광의의 연구윤리 정의'에 출연연 연구자들 다수가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의 단체인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회장 남승훈, 이하 '연총')가 28개 출연연 연구자 4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7.7%가 연구윤리의 광의적 해석에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5.8%에 불과했다. 해외 부실학회 참석이 연구윤리 문제라는 데에도 80.2%가 동의했다.

'광의의 연구윤리'란 지난 1월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검토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연구자로서의 행동윤리(윤리강령 위반, 실험실내 차별 및 비인격적 대우, 연구비 유용, 이해상충, 갈등해결 노력, 사회적 책임, 연구진실성, 공동연구 등) ▲생명윤리 ▲연구부정행위 ▲주변 이해관계자로서의 자세(부적절한 연구보고, 조사방해, 동료 평가 등) ▲기타(과학기술계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넘어선 경우) 등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번 설문조사는 연구윤리 확립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높아지면서 연총이 출연연 특성에 맞는 '연구윤리강령'을 자율적으로 제정하기 위해 연구자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과정으로 진행됐다.

설문결과를 보면, 기관내 연구윤리 준수 실태와 관련, 5년전에 비해 연구윤리를 준수하려는 노력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65.2%였으나 여전히 연구비·자원 등이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고(22.6%), 부당한 저자표시 문제가 상존하며(19.1%), 이해상충 및 갈등노력이 부족하고(19.8%), 연구업적 평가가 공정하지 않다(17.6%)는 의견도 상당했다.

연총의 설문조사 분석에 따르면 젊은 층(학생연구원 및 연구원 급)에서 느끼는 연구현장의 연구윤리 준수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직급별로 인식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윤리 위반행위를 인지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30%에 달했으나 이 가운데 위반행위 인지후 신고를 한 경우는 11%에 불과했는데 그 이유는 신고시 연구참여 배척 등 부당한 대우에 대한 두려움(44.5%, 중복응답)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연구윤리 위반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성과창출 중심의 연구문화로 인해 연구 과정의 연구윤리 준수가 소홀하다'는 응답이 65.8%로 가장 높았으며 'PBS제도로 인해 다수의 연구를 수행하느라 연구윤리를 일일이 준수하기 어렵다'는 답변도 43.5%나 됐다.

연구윤리를 중시하는 문화조성을 위해서는 '동료와 부서의 문화 조성'이 46.1%로 가장 많았으며 '스스로 관리'가 31.3%였다.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제도 보완을 위해서는 '상급자의 부정행위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권위적인 연구 문화 개선'(35.2%)이 가장 많았으며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기준 및 처벌수위 강화(20.7%)가 뒤를 이었다.

남승훈 연총 회장은 "출연연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연구부정행위 문제보다는 폐쇄적, 권위적인 조직문화와 관련된 넓은 의미의 연구윤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하다"고 전하면서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상호이해의 부족, 문화적 갈등, 인식의 차이를 좁히려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그러나 "출연연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내부적인 노력이나 연구자 커뮤니티의 자율적인 윤리의식 제고 활동을 넘어서 광의의 연구윤리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에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연구윤리 준수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양적 성과주의, 연구관리제도, PBS제도, 권위적 조직문화를 함께 논의하지 않고 연구윤리 '규정'만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연구자율성을 해치는 또 하나의 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연총은 연구윤리강령 초안을 포함한 '출연연 현장 주도의 건전한 연구윤리 정책 수립을 위한 공통의제 발굴' 보고서를 오는 12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제출하는 한편 연구윤리강령을 어떤 형태로 공식화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출연연 연구윤리강령 초안 [자료=연총]

최상국기자 skchoi@inews24.com

관련기사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