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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쥴랩스의 '무책임한' 한국 진출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쥴(Juul)랩스는 국내의 모든 규제와 규정을 준수할 것이며, 그 범위 안에서 성인 흡연자에게 완벽에 가깝게 안전한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쥴랩스의 공동 창업자 제임스 몬시스와 아담 보웬은 지난달 22일 있었던 한국 시장 진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수 차례 강조했다. 국내 법규를 준수하면서 궐련담배의 안전한 대체재로 안착시키겠다는 일반적인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쥴랩스가 '규제와 규정을 지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다. 실제 쥴랩스는 기자간담회에서 아무 것도 제시하지 않은 채 후자 같은 자세로 일관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우선 쥴랩스코리아 측은 쥴 관련 자료가 외국어로 작성돼 있어 번역에 시간이 걸린다는 핑계로 당장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쥴랩스가 지난해 12월부터 한국 진출을 준비해 왔음을 고려한다면 이는 무성의한 변명으로 해석됐다.

쥴랩스가 자료를 제시한다 하더라도 쥴이 그들의 주장과 같이 담배의 '완벽한 대안'이 되지는 못한다. 그들의 주장을 100% 신뢰한다고 해도 유해물질 배출량이 95% 줄어들 뿐 유해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담배는 한 두 개피로도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의학계 관계자는 "담배는 유해성이 많고 적은 걸 떠나 유해하다고 보는 것이 의학계의 시선"이라며 "전자담배 업체들이 마치 전자담배는 '무해'한 것처럼 광고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지적했다.

겉은 화려했지만 내실은 없었던 쥴 랩스 국내 진출 간담회. [사진=이현석기자]
겉은 화려했지만 내실은 없었던 쥴 랩스 국내 진출 간담회. [사진=이현석기자]

간담회에서 질의응답 과정도 쥴랩스가 한국 시장을 만만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쥴랩스는 간담회 시작 전 QR코드를 제공하고 온라인에 질문을 업로드해달라고 요청했다. 질문 내용 번역 시간 확보 등의 문제를 고려한 것이겠지만, 질문을 사전 검열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실제 질의응답 시간이 운영되는 모습은 이런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었다. 민감한 질문은 무대에 올리지 않았으며, 올라간 질문에 대해서도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CU에 출시되지 않는 이유 등과 같은 가벼운 질문들은 무대 위에 올라갔지만, 위해성과 세금에 관련된 질의 사항은 사전 차단됐다. 출시 전날 있었던 보건복지부의 금연 종합 대책 발표에 포함됐던 '착향 담배 금지'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도 마찬가지였다.

또, 미국 현지에서 문제가 됐었던 청소년 흡연, 대마초 악용 등에 대한 질문에는 앵무새처럼 "규제와 규정을 모두 준수하겠다"는 답변만을 반복했다.

추가 질의응답 시간은 일절 주어지지 않았다. 검열된 질문들로 이뤄진 '질의응답 쇼'가 끝난 직후 쥴랩스 간부들은 썰물처럼 간담회장을 빠져나갔고, "아시아 진출의 첫 지점이 한국이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두 창업자의 말만이 빈 무대 위에 메아리로 남았다.

곤란한 질문에 대해 대답을 얼버무리는 것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질문 자체를 받지 않는 것은 제품을 새로운 시장에 론칭하고자 하는 회사의 방침치고는 너무나 고압적이었으며 후안무치한 처사였다.

이런 저런 뒷말을 남기며 쥴이 시장에 출시된 지 며칠 만에 KT&G가 '릴 베이퍼'를 내놓았다. 시장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형성 2년 만에 또 다시 '열전'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시장에 데뷔했지만 '불성실함'만을 보여준 한 쥴랩스가 이 혼란 속에서 업계 선두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 볼 일이다.

쥴랩스 코리아가 출시한 '쥴' 단말기 2종과 '팟' 5종. [사진=이현석기자]
쥴랩스 코리아가 출시한 '쥴' 단말기 2종과 '팟' 5종. [사진=이현석기자]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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