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보도지침’ 달라진 메시지…어떤 말에 귀 기울일 것인가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보도지침 파일은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리에 언제나 꽂혀있었습니다. 왜 우리는 지금까지 그것을 꺼내보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오세혁 연출은 1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열린 ‘보도지침’ 프레스콜에서 관객이 꼭 기억해주길 바라는 대사로 김주혁의 최후 독백 중 이 한마디를 꼽았다.

그는 “나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이 한마디를 꼭 기억해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작품의 극작도 한 오 연출은 “‘보도지침’이 처음 공연됐을 시기는 지난 정권이었다”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세상이 달라지고 있고 할 말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할 말을 제대로 하게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며 “그래서 지난 시즌까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김정배의 ‘숨 좀 쉬게 해달라’는 대사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는 ‘어떤 말을 들을 것이며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이고 그 말을 들은 우리들은 어떤 식으로 판단해야 될 것인가’에 집중했다”며 “서로의 생각·세계관·가치관·역사관·언론관이 명확하게 다르기 때문에 배우들과 계속해서 토론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또 “대본의 바탕이 되는 실제 재판 기록들을 읽을 때마다 못 봤던 것들이 새로 들어오더라”며 “사실 나도 현재진행형으로 이 작품을 보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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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연출은 초연과 달라진 점을 묻는 질문에 “지난 시즌까지는 ‘어떤 장면에 이 얘기를 해야겠다’는 주제들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동시에 말을 하는 장면을 넣어 그 말들이 서로 팽팽하고 치열하게 부딪친다”고 답했다.

이어 “이런 방식은 다른 공연을 할 때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언론에 관한 작품이고 깊숙이 들어가면 말에 관한 것”이라며 “여기 있는 한명한명이 하나의 작은 언론이라고 생각하고 한번쯤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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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장면장면 포인트들을 정리한 부분이 있다”며 “예컨대 ‘정배가 잔디밭에서 독백을 수줍고 어색하게 했는데 왜 즐거웠을까’ 생각하면 그 말을 귀 기울여 들어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 이후의 정배의 삶이 어떻게 됐을까. 월간 독백 편집장을 맡으면서 말은 시원하게 하고 있지만 부수가 갈수록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시원할 말을 하고 옳은 이야기를 하는 언론을 더 열심히 봐줘야 되지 않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시즌에서는 정배가 독백을 할 때 사람들이 얘기를 들으면서 멀어진다”며 “이는 정배가 수많은 세월동안 말을 계속해서 해왔지만 조금씩 외면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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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은 1986년, 제 5공화국 시절인 전두환 정권 당시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가 월간 ‘말’지에 보도지침을 폭로한 실제 사건의 판결과정을 재구성한 법정 드라마다. 대학시절 연극 동아리를 통해 청춘을 함께 한 친구 사이인 극중 캐릭터들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극을 이끌어간다.

보도지침을 폭로한 기자 ‘김주혁’은 박정복과 이형훈이 연기한다. 월간 독백의 발행인 편집장 ‘김정배’ 역은 조풍래·강기둥·기세중이 맡는다. 이들을 변호하는 변호사 ‘황승욱’ 역으로는 오정택과 손유동이, 검사 ‘최돈결’ 역으로는 권동호와 안재영이 출연한다. 판사 ‘원달’ 역은 장용철과 윤상화가 맡고 장격수·최영우·이화정·김히어라가 ‘남자’ ‘여자’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지난달 26일 개막해 7월 7일까지 대학로 티오엠 2관에서 관객과 만난다.

박은희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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