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과학기술정책 2년, 현장 체감이 낮은 이유

예산확대·연구제도개편 등 성과 홍보에… 현장에선 "신뢰 부족"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과학기술정책의 콘트롤타워를 강화하고 연구자 중심의 연구개발(R&D)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국가 R&D예산 20조원 시대를 열고, 기초연구 예산을 확대해 젊은 과학기술인들이 안정적으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하지만 국민과 연구현장의 체감도는 낮다."

문재인 정부 2주년을 맞아 최근 잇달아 열린 과학기술 정책 관련 토론회 등에서 나온 한결 같은 지적이다.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문재인 정부 2주년 성과 발표' 브리핑에서도 같은 얘기가 반복됐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지난 2년간 예산 증액 등 R&D 혁신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또 R&D 현장의 행정개선은 물론,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도 4차산업혁명 주무부처로서 선도적 R&D 추진전략 마련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의 체감은 낮다'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것.

실제로 지난 10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문재인 정부 2주년 과학기술정책 성과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손병호 KISTEP 부원장은 "과학기술정책이 R&D 시스템 혁신 중심으로 추진돼 국민의 정책 체감이 낮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학기술이 사회문제해결에 기여하고 혁신성장, 규제개선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2주년 과학기술정책 성과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손병호 KISTEP 부원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KISTEP ]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연구자는 "R&D시스템 혁신은 잘 됐다는 이야기인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2년 간의 혁신정책이 일선 연구자에게도 피부에 와닿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출연연 소속의 한 연구자는 "자율과 책임의 과학기술 혁신생태계를 조성한다면서 실제로는 출연연 R&R(역할과 책임)과 예산을 연계해 구조조정 압박을 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욱 서울대 교수 역시 이날 패널토론에서 과학기술 콘트롤타워의 리더십 부족을 문제 삼았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 때의 과학기술 거버넌스를 복원했으나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는 실효성을 더 높여야 한다"며 "과학기술자문회의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자율과 책임있는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 조성을 골자로 발의된 '국가연구개발 혁신을 위한 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국회가 파행을 빚고 있는 탓도 있으나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도 손을 놓고 있다는 것. 정부 내에서 "연내 통과되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는 전언이다.

◆문재인 정부 2년, R&D 혁신 했다는데 …"체감 낮다" 지적

한 출연연 연구자는 "리더십을 가지려면 정책 대상자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현재 연구계에서 과학기술 콘트롤타워에 대한 신뢰가 없다"며 "기관장 인사, 출연금 확보, 과학기술 비전 제시 등에 연구자들의 신뢰부터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과학기술 분야 인사 실패에 대한 불만도 적지않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의 중도 사퇴 문제는 물론, 장관급 인사들의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많은 의혹들과 그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과학기술계에 대한 낮은 인식들이 연구자들의 신뢰와 사기를 떨어뜨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통의 부족으로 과학기술계를 정쟁에 휩쓸리게 만들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가령 정부 '탈원전' 선언 이후 원자력과 관련 있는 행사에서는 한결같이 찬핵 그룹과 반핵 그룹이 나뉘어 대립하는 경우가 심심찮다는 뜻이다.

지난 4월 30일 '기후변화에 따른 합리적 에너지전환정책은?'을 주제로 과총과 에너지 관련 8개 학회가 개최한 포럼에서는 토론에 앞서 사회자가 "용어 선택을 신중히 하고 서로간에 예의를 갖춰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만큼 과학기술계가 탈원전 정책의 혼란 등 딜레마에 빠져있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과학기술 콘트롤타워의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예산, 전략수립, 정책조정 등에 지금보다 더 권한이 확대돼야 한다는 것.

다만 일선 연구자들은 "과학기술 콘트롤타워 권한 강화를 만능 해결책으로 내세우기보다는 연구 현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콘트롤타워의 '능력'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상국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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