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中서 미운털 박힌 롯데…美선 애정 '듬뿍' 받는 이유는


中, 사드 보복 이후 사업 연이어 철수…美, 총 60억 달러 이상 투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두고 중국에서 미움받던 롯데가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각별한 메시지를 전할 정도로 예쁨을 받고 있어 주목된다.

10일 롯데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진행된 롯데케미칼 공장 준공식에서 실비아 메이 데이비스 백악관 부보좌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대미 투자라는 현명한 결정을 내린 롯데그룹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진행된 롯데케미칼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진행된 롯데케미칼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롯데그룹은 지난 2016년 6월 미국에탄크래커(ECC) 공장의 착공식을 가진 후 3년여 만인 이날 준공식을 갖고 상업생산을 본격 시작했다. 이는 아시아 석유화학사 최초 북미 지역 셰일가스에탄 크래커사업 진출로, 총 사업비는 31억 달러(약 3조6천억 원)이다. 롯데 투자 지분이 90%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단일 기업 투자액으로 2번째로 큰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는 한국기업이 미국 화학공장에 투자한 것 중 가장 큰 규모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대미(對美) 투자 중 하나"라며 "인근 지역에 수천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롯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한국 국회에서 "이곳 서울에는 롯데월드타워 같은 멋진 건축물들이 하늘을 수 놓고 있다"고 언급했고, 이번에도 롯데의 대규모 투자를 두고 "양국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하며 롯데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

(왼쪽부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아이뉴스24 DB]
(왼쪽부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아이뉴스24 DB]

트럼프 대통령이 롯데에 이 같은 애정을 드러낸 것은 국내 기업 중 롯데가 최근 대미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 2011년 기초소재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알라바마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생산기지를 구축한 바 있다. 투자 비용은 113억 원으로, 토지면적은 약 15만㎡, 공장은 1만4천㎡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곳은 2012년 6월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미국 알라바마 어번시의 남부테크노파크는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밀집돼 있는 신흥 산업지역으로, 롯데케미칼알라바마는 현대·기아, GM, 포드, 삼성전자, 월풀 등에 사용되는 고기능성 플라스틱을 생산해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롯데는 2011년 미국 알라바마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생산기지 투자를 시작으로 2013년 괌 공항면세점 진출, 지난 2015년에는 뉴욕팰리스호텔 인수를 통해 국내 최초로 북미호텔서비스 사업에 진출했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괌 법인(Lotte Duty Free Guam, LLC)을 별도로 설립해 지역 밀착형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롯데그룹이 미국 투자를 통해 창출한 직접 고용 인원만 해도 총 2천여 명에 달하며,롯데케미칼, 롯데면세점, 롯데호텔,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상사 5개사의 총 투자규모는 6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롯데의 미국 투자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관협력이 돋보인다. 케미칼 사업은 미국 현지 파트너인 웨스트레이크(구 액시올)와의 합작을 통해 기술 및 노하우 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호텔과 면세사업은 각 지역 관광청과 협력 또는 지원을 통해 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미국과 다양한 사업분야 교류를 통해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 상당한 시너지를 확보하고 있다"며 "한·미 경제협력, 고용창출 등에 기여하고 있는 사업들에 대해 향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뉴욕팰리스 호텔 전경 [사진=호텔롯데]
롯데뉴욕팰리스 호텔 전경 [사진=호텔롯데]

반면, 롯데는 '사드' 문제로 중국에선 찬밥 신세다. 3년 전부터 롯데를 겨냥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시작되면서 100여 개에 달했던 중국 내 롯데마트는 문을 닫았고, 수천억 원이 넘는 손실이 났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롯데 금지령'을 내리며 호텔·면세점의 이용을 막았고, 한창 공사 중이었던 선양·청두 지역 복합쇼핑몰 공사도 중단시켰다. 또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공장들도 사드 보복으로 매출이 줄어 공장 가동률이 낮아져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로 인해 롯데는 각 계열사별로 사업을 연이어 철수시켰다. 롯데는 현재 중국 내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가 보유한 각각의 공장 3곳의 매각을 추진 중이며, 올 상반기 안에 4개 공장을 매각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전 점포가 매각·폐점 절차를 밟으며 사업을 철수했고, 백화점 역시 3개 점포가 일단 정리됐다. 2010년 현지 업체를 인수하며 중국에 진출한 롯데홈쇼핑 역시 조만간 사업을 중단할 방침이다.

다만 최근 2년5개월 동안 중단됐던 랴오닝성 선양의 롯데월드 공사가 재개되면서 일각에선 롯데의 중국 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달 15일 시공 인허가를 내줬으며, 롯데는 이날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이곳은 예상 사업비만 3조 원이 넘는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로, 현재까지 2조 원 가량이 투입됐으며 호텔과 오피스를 비롯해 쇼핑몰, 실내 테마파크 등을 갖춘 '롯데타운'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2016년 12월 소방법·위생법 위반 등을 이유로 전체 공정의 55%가 진행된 상태에서 선양 롯데월드 공사를 돌연 중단시켰다. 선양 롯데월드는 2014년 백화점과 영화관이 먼저 오픈해 운영 중이었고, 호텔과 오피스, 놀이시설 등은 계속 공사 중인 상황이었다.

지난해 철수한 중국 롯데마트  [사진=장유미기자]
지난해 철수한 중국 롯데마트 [사진=장유미기자]

이번 공사 재개로 롯데는 일단 큰 짐을 덜었다. 또 중국 당국이 이번 공사 재개를 통해 경기 부양을 기대하는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당분간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도 적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각에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뉴 롯데' 실현을 위한 해외 사업 확대 정책이 이번에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선양 롯데월드 공사가 재개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탈(脫) 중국 작업을 시작한 롯데가 이를 직접 운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운영 중인 선양 롯데백화점이 수백억 원대 적자가 발생한 것만 봐도 이곳의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만큼, 완공되면 롯데가 매각이나 임대, 용도 전환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롯데는 미국과 동남아시아로 영역을 확장하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은 경영복귀 이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연이어 방문해 투자 확대를 논의하며 신시장 개척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롯데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내년까지 롯데마트 점포를 170개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중국에서 사드 보복을 겪으며 수조 원의 손실이 난 데다 여전히 '사드 영향권'에 있어 중국 사업을 적극 벌일 의지가 없어진 것 같다"며 "앞으로 리스크가 큰 중국 대신 동남아와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확대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中서 미운털 박힌 롯데…美선 애정 '듬뿍' 받는 이유는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