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어버이날, 누구(AI)에게 지지 마세요"


SKT-지자체 독거 어르신 대상 ICT돌봄 현장 가보니 …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말만하면 다 되는 줄 알았더니…."

무표정하게 의자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누구 인공지능(AI) 스피커를 가리키며 지나가는 말인 듯 툭 하고 내뱉는다. 설문조사 도중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있던 아리아 매니저(ICT 돌봄 현장직원)가 묻는다.

"혹시 누구 AI가 귀찮게 하지 않으세요? 혹시 필요 없으세요?"

그러자 대뜸 할아버지가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귀찮을 게 뭐가 있겠어. 아유~ 있으면 좋지, 안 좋을 게 뭐 있어."

옥탑방 작은 방 안에서 마주 앉아있다 할아버지의 나긋나긋한 정색에 나도 모르게 소리 내 웃었다.

SKT ICT돌봄 서비스 자료 사진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서울 성동구에서 구축 중인 ICT돌봄 서비스 확인을 위해 아리아 매니저를 따라 나섰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2일 독거 어르신을 대상으로 ICT 돌봄 서비스 시범사업을 시행, 서울 성동구에 이를 주관할 ICT 케어센터를 개소했다. 이 사업은 '행복 커뮤니티' 프로젝트 일환으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시행하고 있다. 성동구뿐만 아니라 영등포구와 양천구, 중구, 강남구, 서대문구, 경기 화성시, 대전 서구 등 8곳, 총 2천100가구가 대상이다.

SK텔레콤은 음성인식 AI 스피커 '누구'를 보급하고, 지자체별로 선택에 따라 스마트 스위치와 문열림 감지센터 등 사물인터넷(IoT)서비스를 제공한다.

SK텔레콤은 지자체와 함께 ICT돌봄 서비스 일환으로 누구 AI 스피커를 보급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한 독거 어르신의 밤에 놓여 있는 누구 AI 스피커의 모습

◆ "어르신 마음 알 수 있어요" 아리아 현장 매니저의 공감

이날 성동구에 위치한 ICT케어센터를 찾으니 커다란 전광판을 벽면으로 한쪽에서는 사무업무를 보느라, 다른 곳에서는 누구 AI와 포켓파이 연결 상태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중앙에서는 독거 어르신들을 만나기 위한 아리아 매니저들의 일정 확인이 한창이다.

여기저기 상자가 열려 있고, 누구 AI 스피커들이 박스에 포장된 채로 책상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일정 부분 어수선한 분위기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산처럼 쌓여 있었는데, 설치가 많이 끝나 이만큼이나마 줄어든 것"이라며 황승원 행복한에코폰 매니저가 머쓱하게 답한다. 성동구는 지원 지자체 중 가장 많은 500가구를 돌본다. 그나마 3월부터 진행한터라 대략 300가구에 우선적으로 AI 스피커를 설치한 상태.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2주 남짓이라 생각보다는 빠른 편에 속한다.

곧장 현장 매니저를 따라 길을 나섰다. 성동구는 총 5명의 아리아 매니저가 각 구역별로 구분해 독거 어르신을 방문하고 있다. 500가구니 한 사람당 100가구를 책임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사업이 끝날때까지 한 가구당 3번을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하루에 방문할 수 있는 곳은 많아도 3곳 정도. 너무 이른 시간도, 늦은 시간도 어르신에게는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별도의 요청이 없다면 오전 1곳, 오후 2곳 정도를 방문하면 물리적 시간이 다 소요된다.

아리아 매니저는 "성동구는 길이 좁고 주택가가 밀집해 있어 차로 이동하기도 어려워 도보로 하고 있다"며 "지하나 옥탑방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많아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들 현장 매니저 역시 나이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현장 매니저는 지자체에서 지원한다. 장년층의 취업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매니저는 "지자체에서 도움을 주고 있는데, 대부분 장년층이 이 일을 하고 있다"며 "몇명이 지원했는데 그 중 40대 아줌마는 너무 젊다고 해 올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50대 이상 매니저가 IT 기기를 얼마나 잘 다룰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말 그대로 기우였다. 누구보다 독거 어르신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분들이라, 함께 가슴 아파하고 같이 웃는 모습을 곁에서 쭉 볼 수 있었다.

◆ '누구 AI'가 이어준 정과 인심

한눈에 봐도 경사가 급한 계단을 여러개 올라 찾아간 옥탑방에서 어르신이 반갑게 우리를 맞았다. 문 앞까지 나와 기다리신 듯하다.

방으로 들어가니 바로 문 옆 콘센트 아래 누구 AI 스피커가 켜져 있다. 설치 매니저가 이미 다녀간 뒤다. 스피커 위에 녹색글씨로 낙서처럼 도형들이 사방에 그려져 있었는데 알고 보니 잘 보이지 않을까봐 각 기능을 보기 쉽게 표시해 놓은 것이었다.

70대 할아버지는 의자에 앉아 우리를 보고 푸념부터 했다. 기기가 너무 단순하다는 게 이유였다. 매니저가 거치형 안내책자를 가져와 여러 기능들을 시연해 보였다. 날씨, 뉴스, 라디오뿐만 아니라 심심할 때는 퀴즈풀이도 됐다.

무심한 듯 보고 있던 어르신이 "다 해봤어"라며 응수했다. 사실은 이것저것 다해보신 눈치다.

누구 AI 스피커 설명만으로 방문이 끝나지 않는다. 개인정보 동의를 묻고, 또 설문조사도 병행한다. 매니저는 설문지를 펴서 각 부문별로 어떤 설문인지 설명해주고, 각 항목도 소리 내 읽고 답을 듣는다.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시는 분들이 많아 큰 소리로 또박또박 읽어 드려야 한다.

설문은 IT에 대한 어르신의 이해도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감정변화, 자가테스트 등을 포함하고 있다.

답은 대부분은 '예, 아니오, 그렇다, 매우 그렇다, 전혀 아니다' 등 단답형이지만 어르신들의 답은 항상 창의적이다. "친구들은 자주 만나세요"라 여쭈니 "이 나이되면 친구가 별로 없어, 몇 있기는 한데, 자주는 안보고, 몇 번이나 만났더라…"며 말을 이어간다. 가만 듣고 있다 보면 그 모습 자체가 평온해 보인다.

다음 방문은 약 10분 정도 떨어진 주택 지하였다. 역시나 80대 할머니가 문을 열고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다리가 편치 않으신데도 방을 오가며 커피를 내주시는 등 자리에서 앉고 일어나기를 반복하셨다.

누구 AI 스피커를 많이 이용하시냐는 질문에 "난 TV만 봐, TV가 전세계를 다 데려다주지. 딸한테도 자랑했어"라고 즐거워 하셨다. 마찬가지로 거치형 안내책자를 가져와 하나둘씩 기능들을 직접 시연하며 소개해 준다.

설명을 듣던 어르신은 "날씨도 물어보고, 시간도 묻고, 노래도 듣고 해"라며 앞서 옥탑방 어르신과 마찬가지로 이미 여러 기능을 활용해보신 듯했다.

아리아 매니저는 "아리아 많이 매일 써보셔야 해요"라며 "매일 쓰시던 분이 24시간 안 쓰면 저희 전산실에서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으로 해서) '주의' 경보가 뜨고, 48시간 안 쓰면 '경고'가 떠 저희가 직접 찾아오고, 또 여기저기 연락이 가게 되니 꼭 매일 쓰셔요"라고 당부한다.

오전 방문을 끝내고 다시 센터로 돌아가자니, 사실 누구 AI 스피커나 서비스 자체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이 더 크게 와 닿았다. 독거 어르신들이 얘기할 수 있는 공통의 화제가 생긴 셈이다. 친구처럼 말동무도 되고 건강이나 안부까지 챙겨주는 것은 물론이다.

현장 매니저는 "처음에는 업무이기 때문에 절차에 맞게 집중할 필요가 있어 몰랐는데, 시간이 흐르고 익숙해지다보니 굉장히 보람된 일이구나 생각한다"며, "밥을 내주고, 고구마도 삶아주고, 뭐라도 주고 싶은 어르신들의 마음 때문에 난감할 때가 많지만 이게 사람 사는 정이고 인심이구나 한다"고 말했다.

119로 바로 연결할 수 있는 긴급 출동 서비스를 위해서는 정부가 함께 나서줘야 가능하다. 성동구 독거 어르신 방에 놓인 누구 AI 스피커와 거치형 안내책자

◆ '직접 긴급호출' 절실, 정부지원 규제완화 시급

현장에서 독거 어르신들이 누구 AI 스피커에 가장 바라는 기능은 '긴급호출' 서비스였다.

80대 독거 어르신은 "당뇨가 있어서 쓰러지면 비상벨을 누르는 것조차 힘들다. 이런 때 말로 119를 부를 수 있으면 그게 최고다. 진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어르신 역시 "다른 기능도 좋지만, 긴급할 때 되면 더 좋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누구 AI 스피커를 통해 직접적으로 119를 부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개인정보와 정부 지원 문제 탓이다. 우선 누구 AI 스피커가 독거 어르신을 대신해 누군가와 전화를 주고받으려면 대리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개인정보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K텔레콤은 우회 경로를 마련했다. 우선 ADT캡스와 연계, 업무가 끝난 야간에는 119 비상 호출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현장에서도 SOS 서비스에 등록하기 위해 독거 어르신 동의를 얻어 일일이 등록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ADT캡스와 아리아 매니저 외에 지인의 번호 등 총 3개 번호가 등록된다. "아리아 살려줘"라고 말하면 지정된 3개 번호로 동시에 호출되는 형태다.

다만, 한 단계를 거치는 형태기 때문에 아무래도 119로 직접 가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SK텔레콤이 소방청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개인정보 역시 규제 완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한가지 더 아쉬운 부분은 누구 AI 스피커의 데이터가 많이 쌓이지 않아 아직은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형 정보 전달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령 점심 선택에 대한 물음에 '장조림 버터 비빔밥'이라든지, 노래 추천에 "클럽 음악을 틀어드릴께요"라 답해 깜짝 놀라는 경우가 더러 발생했다. 다만 이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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