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경비협회 성희롱·갑질 논란…계약직 교수의 눈물

[단독] 한국경비협회 성희롱·갑질 논란…계약직 교수의 눈물

"성희롱·갑질 당해" 주장에 해당 부장 "경찰 조사 다 받았다" 입장 차 팽팽

[아이뉴스24 권준영 기자] 사단법인 한국경비협회가 성희롱·갑질 의혹에 휩싸였다. 한국경비협회는 경비원·경호원이 되기 위한 사람들에게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시험을 본 뒤 합격하면 이수증을 발급해주는 기관이다.

지난 24일 한국경비협회에서 계약위촉직으로 근무 중인 프리랜서 교수 A 씨(31·여)는 아이뉴스24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이곳 부장으로 재직 중인 B 씨에게 성희롱과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한국경비협회에서 2016년 4월부터 현재까지 두 과목을 강의해왔다.

[(사)한국경비협회]

사건의 발단을 이렇다. A 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2월쯤 B 부장과 신변보호사 강의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19일, A씨는 한국경비협회에서 오전 강의를 마치고 집에 도착한 뒤인 오후 3~4시쯤 B 부장에게 '교수님께서 평소 교육생들에게 하는 상담이 무엇입니까? 저도 상담이 필요합니다'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A 씨는 '상담 일지를 작성하니 교육팀에 문의 하시라'고 말하면서 3회에 걸쳐 만남을 거부하는 의사를 밝혔지만, B 부장은 정신적 불안을 호소하며 만남을 요구했다.

결국 그날 오후 6시 20분쯤 B 부장은 A 씨의 거주지인 강남역 인근으로 와서 만남을 가졌다.

'배가 고프니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자'고 이야기가 됐고,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A 씨는 B 부장의 첫마디를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B 부장은 '저 처음 봤을 때 어땠어요?', '저 (A 씨랑) 나이 차이 얼마 안 나요' 등 시간이 갈수록 듣기 거북하고 불쾌한 말을 자신에게 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그 외에도 B 부장은 자신의 '옆에 앉으라'고 불호령을 했고, 이에 A 씨는 '싫습니다. 부장님. 저는 한국경비협회에 들어가는 프리랜서 강사이고 부장님이 이렇게 하시는 건 명백한 '갑질'입니다'라고 거부 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 씨는 B 부장이 '내 옆에 앉아', '노래방에 가자. 넌 옆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돼', '너희 선배에게 전화한다' 등의 발언을 하며 '갑질'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또 B 부장이 불쾌하다며 뿌리치는 자신을 옆에 앉히려 했으며, 휴대폰을 뺏는 과정에서 자신의 손을 억지로 만졌다고 A씨는 전했다.

A 씨는 B 부장이 근무시간 외 만남을 제안한 것 말고도, 가장 화가 났던 점은 '상담'이라는 말로 위장하고, 업무의 일부라 속아 나갔던 자신에게 '화장을 안하니까 얼굴이 앳되다, 귀엽다'라고 말하며 수차례 볼을 꼬집는 등 '불쾌한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일이 있은 후, A 씨는 진정한 사과를 바랬지만 B 부장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사과를 하겠다'는 진정성 없는 문자를 받은 A 씨는 서울 강남수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적시한 고소장을 넣었다.

수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담당 형사는 A 씨와 B 부장을 직접 불러 소환 조사했지만, 양 측의 주장이 판이하게 달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해당 사건은 고양지청 황정임 검사가 맡게 됐다.

수사가 진행되자, 한국경비협회를 퇴직한 C 씨 등 여러 지인들이 B 부장 사건을 법원까지 가지 말자는 내용의 전화와 문자를 해왔다고 A 씨는 주장했다.

[출처=제보자 제공]

A 씨가 공개한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한국경비협회를 퇴직한 C 씨는 A 씨에게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 시시비비 이전에 내 사람들끼리의 일이어서 많이 속상해. 법을 떠나 풀어보자', '법적 처리는 피해야 해. 다시 한 번 부탁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후 A 씨는 사단법인 서울여성노동자회를 통해 한국경비협회 측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여성노동자회는 "본회는 한국경비협회에서 발생한 성희롱 건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에 대해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음을 알려드리며, 귀 협회가 추구하는 가치에 걸맞도록 이번 성희롱 행위자에 대해 조속하게 징계하고, 추후 재발방지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한국경비협회에 제출했다.

- '성추행·갑질 의혹' 한국경비협회 B 부장 만나기 위해 직접 협회 찾았지만, 만남 거부 의사 밝혀

아이뉴스24는 지난 24일 오후 2시쯤 한국경비협회를 직접 찾아 상근직으로 근무 중인 B 부장에 대한 만남을 요청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B 부장이 언론과 인터뷰를 거부한 것이다. B 부장은 '경찰 조사에서 모든 사실을 밝혔다'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B 부장은 "이 사건은 현재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만약 나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 A 씨에 대한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는 입장도 덧붙였다.

- 한국경비협회 측 "현재 B 부장의 혐의 입증된 것 없어…협회 차원에서 처벌할 만한 근거 없다"

아이뉴스24 취재 결과, 성추행 파문이 불거진 지 거의 3달이 다 되어가는 상황이지만, B 부장은 현재 한국경비협회에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경비협회 측은 "아직 B 부장에 대한 혐의가 입증된 것이 없기 때문에 따로 B 부장에 대한 징계 등 처벌을 하지 않았다. 우리도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 (사)서울여성노동자회 측 "회사와 특수 고용(프리랜서 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고용노동부 '남녀고용평등법' 보호받을 수 없는 문제" 지적

서울여성노동자회 관계자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 같은 경우, 고용노동부의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서 (사 측에) 진정서를 제출할 수 있다. 하지만 A 씨 같은 경우는 프리랜서로 근무하고 있어 고용노동부를 통해 진정서를 넣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사단법인 서울여성노동자회)를 통해서 협회 측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경비협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답변이 오지 않아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니 해당 성희롱 건과 관련, B 부장이 경찰 조사받은 것에 대해서 결과 보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여성노동자회는 "프리랜서 등 특수 고용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업무상 관련이 있다고 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 노동법에서 규율하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점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점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에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특수 고용(프리랜서)은 고용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남녀고용평등법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 본부에 전화를 해서 이같은 문제와 관련한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한국경비협회 측에 문제를 제기하자, 협회 측은 '한 쪽 말만 듣고 어떻게 징계를 할 수 있냐'고 말한다. 하지만 언어적 성희롱에 관한 것은 녹취록, 문자메시지 등 증거자료가 있음에도 한국경비협회 측은 B 부장에 대한 자체적인 징계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씁쓸해했다.

A 씨와 B 부장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건은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이 사건을 맡은 고양지청 관계자는 아이뉴스24에 "현재 이 사건에 대해 수사 중인 상황"이라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준영 기자 kjykjy@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