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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제초제 맥주' 논란, 정말 유해할까?


WHO 1일 허용섭취량 기준보다 현저히 낮아…식약처, 조사결과 곧 발표

[아이뉴스24 장유미, 이현석 기자] 최근 인기 수입맥주 15가지에서 제초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는 '제초제 맥주' 논란은 대부분 국내 소비자들이 많이 마시는 제품들로, 이 맥주를 마시면 "암을 유발한다"는 얘기가 함께 퍼지며 공포심을 유발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제초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진 제품은 '칭따오', '쿼스 라이트', '밀러 라이트', '버드와이저', '코로나', '하이네켄', '기네스', '스텔라 아르투아', '사무엘애덤스' 등 15개 맥주 브랜드와 '서터 홈 멜로 와인' 등 5개 와인 제품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입맥주. [사진=장유미 기자]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입맥주. [사진=장유미 기자]

SNS에서 이 제품들에 포함된 제초제 성분으로 지목된 것은 '글리포세이트'로, 세계 최대 농업생물공학업체 몬산토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며 내놓은 제초제(상품명 라운드업)의 주요 성분이다. 이 성분은 제초제에 널리 쓰이고 있으며, 환경호르몬으로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환경 단체들은 '글리포세이트'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해 암유발 가능 물질로 분류된 성분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IARC는 2015년 '글리포세이트'를 발암 가능성이 높은 물질(2A그룹)로 분류했다. 2A그룹에는 쇠고기·돼지고기 등도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리포세이드는 제초제 성분으로 농작물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며 "맥주의 경우 맥아와 홉을 주원료로 사용하는데, 맥아는 잘 씻기 때문에 괜찮은 반면, 홉은 맛과 향을 내야 해서 많이 씻을 수 없어 제초제 성분이 발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기 수입맥주가 '제초제 맥주'로 지목받게 된 근거는 지난 2월 미국 소비자단체인 US PIRG(Public Interest Research Group)가 발간한 보고서가 발단이 됐다. 이 단체는 미국 내에서 유통되는 맥주와 와인에 '글리포세이트'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검사했고, 그 결과 맥주 1종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에서 이 성분이 검출됐다며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US PIRG 보고서에 따르면 '글리포세이드'가 가장 많이 검출된 맥주는 '칭따오'로 49.7 ppb(10억분의 1)가량의 '글리포세이트'가 포함돼 있었다. 이어 '쿠어스라이트' 31.1ppb, '밀러 라이트' 29.8ppb, '버드와이저' 27ppb, '코로나' 25.1ppb, '하이네켄' 20.9ppb, '기네스 드라우트' 20.3ppb, '스텔라 아르투아' 18.7ppb 등 국내에서 많이 마시는 맥주들이 뒤를 이었다.

US PIRG 관계자는 당시 자료를 통해 "검출량이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 2016년에도 있었다. 독일 환경단체가 독일 인기 맥주 14가지에서 제초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자료를 발표하며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키운 것이다.

당시 독일 환경단체 뮌헨환경연구소(UIM)는 현지에서 많이 팔리는 10개 업체 맥주 14종에서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리터당 0.46~29.74㎍(마이크로 그램)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지목된 제품은 '크롬바커', '웨팅어', '비트버거', '벡스', '바르슈타이너', '에딩거', '프란치스카너' 등이다.

이 같은 사실이 SNS를 통해 최근 또 다시 퍼지면서 소비자들은 '제초제 맥주'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태다. '과연 마셔도 안전할까'라는 생각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거론된 맥주를 먹지 않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직장인 김현주(36)씨는 "중국 칭따오 맥주에 제초제 성분이 저렇게 많이 들어갔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사먹지 못할 것 같다"며 "집에서 혼자 한, 두캔 정도 가볍게 수입맥주를 마시는 걸 좋아했는데, 이젠 그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단체들의 검사결과에 대해 미국과 독일 맥주업계는 "안전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독일 맥주업계는 연방위해평가연구원(BfR)의 보고서를 인용해 "UIM이 발표한 잔류량 정도라면 성인이 하루 맥주 1천리터를 마셔야 인체에 해롭다"고 반박했다. 미국맥주협회도 "최근 연방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조사에서도 기준치 미만으로 안전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맥주업체 주장대로 실제 안전할까. WHO가 제정한 안전기준에 따르면 '글리포세이트'의 1일 최대 허용섭취량은 몸무게 1kg당 1mg이다. 60kg의 성인이면 하루 60mg까지 섭취해도 괜찮다는 의미다. 미국 PIRG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장 많은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된 '칭다오'의 경우 큰 병 640ml짜리에는 32μg(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 조금 안되게 들어있다. '제초제 맥주' 리스트에 오른 맥주들 모두 극소량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글리포세이트'의 1일 허용섭취량 기준을 몸무게 1kg당 0.8mg으로 채택하고 있다. 동시에 견과류 등은 '글리포세이트' 잔류 허용기준을 1ppm 수준으로 책정해 놓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맥주업체들이 1천병 넘게 마셔야 글리포세이트의 위험성이 나타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맞다고 볼 수 있다"며 "글리포세이트에 대해 우리나라만의 별도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IRC의 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초제 맥주가 다시 논란이 되는 듯 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국내 맥주 업체들은 해당되지 않는 사안으로 별도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조사 결과는 다음주 중으로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학계에서도 맥주 속 '글리포세이트'의 위험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김호영 한림대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독일에 비해 국내 규제가 너무 느슨한 감은 있지만, 글리포세이트의 경우 맥주회사들이 말하는 것과 같이 소량을 흡수할 경우 해가 없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글리포세이트는 대부분의 농약처럼 토양에 뿌려질 경우 금새 자연 분해되며, 직접 음용하지 않는 한 신체에 큰 타격은 없다는 게 현재까지의 주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교수는 신중한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DDT, 고엽제도 처음엔 별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나중에 유해성분으로 판명난 사례도 있는 만큼, 아직까지 연구 결과와 데이터가 많지 않아 속단하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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