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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정상회담]미국 자세는 ‘전략적 인내’


고노 日외상 “6자 회담, 스몰딜 원치 않아”…공은 김정은 손에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북러 정상회담을 지켜 본 미국의 자세는 한 마디로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가 표현했다.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북한도 미국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서로 간의 대치 상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진은 25일자 칼럼에서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북한을 바라보는 입장은 전략적 인내라고 밝혔다. 조시 로진에 따르면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후 세계의 눈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쏠려 있고, 그는 다음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이 빅딜인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고, 이는 김 위원장에게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하는 전략적 인내라는 것이다.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 25일(현지시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 25일(현지시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에 대해 비난한 것이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핵 사태를 작금의 상태로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빚었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도 전략적 인내 모드로 들어가는 모순적 상태로 발전한 것이다.

북한도 일종의 전략적 인내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26일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날인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이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로 빠진 책임은 미국에 있다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미국의 향후 태도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바뀔 의도가 없으니 미국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양측은 모두 ‘전략적 인내’ 상태에 돌입한 것으로 볼 수 있고, 3차 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한 추가 협상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지난 주 워싱턴에서 조시 로진을 만나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밀어붙이더라도 미국 행정부는 ‘스몰 딜’을 해서는 안 된다고 미국 관리들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고노 외상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패트릭 쇄넌 국방장관 대행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고노 외상은 이어 “선택은 빅딜 이외에는 없다. 공은 김정은에게 넘어가 있고, 우리는 그가 올바른 절정을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노 외상의 이 같은 생각은 26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을 결렬시킨 것은 다행이었다. 스몰 딜은 일본의 국가적 관심사인 단거리 미사일, 북한이 납치한 일본인들의 운명 등을 다루지 못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달 초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상원외교위원회 청문회 과정에서 이와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에 진전을 보인다면 적은 인센티브이지만 ‘약간의 여지를 남기는 것’을 원한다고도 했다.

현재로서는 북미 양측이 대화나 어떠한 일정도 잡혀있지 않다. 폼페이오 장관은 “진지한 대화를 위한 몇 번의 기회를 더 갖기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실 김 위원장도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암시가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 김 위원장은 북한의 협상 팀을 이끌고 있는 강경노선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아무런 설명 없이 평양에 두고 왔는데, 장금철로 교체된 것으로 보여 앞으로 계속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 고위 관리들은 김 위원장이 최선희를 외무성 부상에 승진시킨 것은 전략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조언을 듣기 위한 긍정적인 태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 고위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 보좌관들을 모욕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데, 폼페이오 장관은 ‘저질적 인간’, 볼튼 보좌관은 ‘멍청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보좌관들을 직접적으로 모욕하려는 생각은 하노이 회담 결렬의 교훈에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러시아가 6자 회담과 같이 외교 지평을 넓히기 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노 외상은 “6자 회담 실패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다. 따라서 단계별 제재 해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는 오바마 대통령의 것보다는 나은 점이 있기도 하다. 적어도 핵무기나 미사일 실험이 없었고, 외교적 노력도 있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만약 핵무기와 미사일을 영원히 보유할 것이라고 결정한다면 미국의 전략적 인내는 끝날 것이고, 억지력과 압력은 증강될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는 결국 종말을 고할 것이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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