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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1위 업체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 수익 보전 때문?


오비·하이트진로·디아지오, 연이어 제품 가격 올려…주세 개편도 영향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주류업계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맥주, 위스키, 소주업체들이 연달아 가격을 올려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각 업체들은 원가 인상 압박을 이유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실제로는 각 제품들의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되자 이를 보전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 위스키 업계 1위 디아지오코리아, 소주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이달 들어 일제히 대표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비맥주는 지난 4일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5.2% 인상했다. 이는 약 2년 5개월만으로, 현재 '카스' 병맥주 500ml는 기존 1천147원에서 56.22원(4.9%) 오른 1천203.22원에 출고되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제반 관리비용 상승 등 전반적인 경영여건을 감안할 때 출고가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원가 압박이 가중되고 있으나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사진=오비맥주]
[사진=오비맥주]

하이트진로는 다음달부터 소주 출고가격을 6.45% 인상한다. 이는 3년 5개월만으로,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의 공장 출고가격은 1병당 1천15.70원에서 65.5원 오른 1천81.2원으로 변경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2015년 11월 가격인상 이후 원부자재 가격, 제조경비 등 원가 상승요인이 발생했다"며 "3년 여 간 누적된 인상요인이 10% 이상 발생했으나, 원가절감 노력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디아지오코리아도 이달 초 주류 도매상들을 대상으로 공문을 보내 다음달 1일부터 '조니워커', '싱글톤', 'J&B' 등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8% 인상한다고 고지했다. 로컬 위스키 1위인 '조니워커'의 가격이 오른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4년여만이다.

디아지오 관계자는 "인건비, 생산자물가 등 원가 인상 압박 등을 고려해 가격을 올리게 됐다"며 "원액 부족 영향으로 원가가 많이 오른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사진=하이트진로]
[사진=하이트진로]

맥주·소주·위스키업계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 기업이 연이어 가격 인상에 나서자 소비자들의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각 분야에서 1위인 이들이 가격을 올린 만큼, 경쟁사들도 조만간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1등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후발주자들도 뒤따르는 게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시장 1위 업체들이 이달들어 일제히 가격을 올리는 것은 주류세 개편안 발표를 두고 사전작업을 벌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주세 개편안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일단 발표되기 전에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각 업체들로선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50년 만에 현행 주세 체계를 고치기 위해 다음달 초 개편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당초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논의가 시작됐지만, 현재는 소주 양주 와인 등 전 주종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관련 세금에 큰 변화가 예상돼 각 업체들이 일단은 가격을 올리고 보잔 식으로 나온 듯 하다"며 "주세 개편 시 일부 주류의 세금이 줄어들어 가격 인하에 대한 여론이 조성될 것을 미리 염려해 가격을 올려 선제 대응한 것 같다"고 밝혔다.

 [사진=디아지오코리아]
[사진=디아지오코리아]

이들 업체가 각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적 개선을 위해 가격을 올린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올랐지만, 국내서 생산하는 '카스'의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한 때 '카스'의 점유율이 국내 시장에서 60%를 넘었지만, 수입맥주에 밀려 2017년 45.8%에 그쳤다. 현재는 이보다 낮은 40% 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카스' 매출도 지난해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2017년까지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했던 '카스' 매출은 지난해 2조6천9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5% 하락했다. 반면, 수입맥주 매출은 꾸준히 늘어 2014년 555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2천745억 원으로 5배 가량 늘었다.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수입맥주에 유리한 주세 체계 덕분에 세금 부담이 줄어 수익에는 도움이 됐다. 지난해 주세로 지출한 비용은 전년보다 124억 원 가량 감소한 1조2천760억 원으로, 국산맥주의 매출이 줄어 세금을 적게 냈다. 또 수입맥주의 호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 늘어난 1조6천981억 원, 영업이익은 4.1% 증가한 5천14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30.3%로, 전년보다 0.6%p 높아졌다. 판관비 역시 전년보다 약 65억 원 가량 줄어 수익성은 더욱 개선됐다.

하지만 오비맥주 내부에서는 '카스' 매출 하락에 따른 위기 의식을 갖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말에는 '카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3년간 4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또 패키지를 바꾸고 신제품을 출시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이번 '카스' 가격 인상 역시 매출 감소에 따른 수익 보전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1월부터 국세청이 '주류가격명령제'를 폐지하면서 업체들이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가격을 올릴 수 있게 된 것도 이번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소주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는 점유율이 확대돼 매출과 영업익이 올랐음에도 소주 가격을 올렸다. 최근 몇 년간은 소주 도수를 낮추면서 원재료 값 인하효과로 이익을 보전해 왔던 상태다. 하이트진로가 최근 3년간 소주 도수를 2도 가량 낮추면서 절감한 주정 값은 약 1천억 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소주 가격 인상에 대해 주력 사업인 맥주사업 부진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소주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6.9% 늘어난 1조644억3천700만 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1천179억4천600만 원을 기록했다. 반면, 맥주부문은 7천459억8천만 원으로 전년 대비 3.6% 하락했고, 영업손실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져 5년간 누적 적자액이 1천억 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주 값이 3년 정도 오르지 않으면서 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하이트진로가 도수를 낮춰 원가 부담을 줄인 상태에서 가격까지 인상할 줄은 몰랐다"며 "맥주사업이 부진해 회사 전반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는 만큼, 소주로 보전하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위스키업계 1위인 디아지오코리아도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한 때 4천억 원이 넘는 연매출을 기록했으나, 2017년 회계연도에는 매출액이 3천35억 원으로 축소됐다. 영업이익률도 한 때 30%를 상회했으나, 2017년에는 12%로 내려앉았다.

디아지오코리아는 한 때 4천억 원이 넘는 연매출을 기록했으나, 2017년 회계연도에는 매출액이 3천35억 원으로 축소됐다. 영업이익률도 한 때 30%를 상회했으나, 2017년에는 12%로 내려앉았다. 디아지오코리아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위스키 70%, 맥주 23%, 기타 7%다.

업계 관계자는 "디아지오코리아의 매출에서 위스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번 제품 가격 인상이 실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 1위인 디아지오가 가격을 올린 만큼 다른 위스키업체들도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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