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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계도 '차이나' 바람…中 공습에 국내업체 '긴장'


칭따오·연태고량주 인기에 설화·노주노교 등 中 업체 잇따라 진출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국내에 중식문화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중국 주류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잇따라 진출해 국내 주류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 업체들은 국내에서 '연태고량주', '칭따오'가 성공하자 자신감을 얻고, 젊은층을 겨냥한 신제품을 앞세워 한국 소비자 입맛 사로잡기에 적극 나섰다.

18일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주류의 수입물량은 2014년 2만 톤에서 3배 이상 늘어난 6만4천 톤을 기록했다. 중국산 주류 수입금액도 꾸준히 늘어 2014~2015년에는 2천만 달러 안팎이었지만, 2016년에는 3천805만 달러, 2017년에는 5천410만 달러, 지난해에는 5천503만 달러를 기록했다.

김준영 현원코리아 대표가 화윤설화의 프리미엄 제품인 '슈퍼엑스'를 들고 서 있다. [사진=현원코리아]
김준영 현원코리아 대표가 화윤설화의 프리미엄 제품인 '슈퍼엑스'를 들고 서 있다. [사진=현원코리아]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중국산 맥주 브랜드는 칭따오, 하얼빈, 옌징 등으로, 칭따오는 편의점 등에서 2016년부터 3년째 수입맥주 판매량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오비맥주가 2015년부터 판매하고 있는 '하얼빈'도 20위권 안에 머물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중국산 대표 맥주인 '칭따오'는 "양꼬치엔 칭따오"라는 문구가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해 지난해에는 그동안 수입맥주 업계 1위를 유지하던 아사히를 제쳤다. 실제로 칭따오 등을 수입하는 비어케이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7.5% 늘어난 1천263억 원으로, '아사히'를 판매하는 롯데아사히주류(1천247억 원)를 넘어섰다.

또 공보가주, 홍성 이과두주, 오량액 경주, 남경무역 양하대곡 등의 백주도 중식 레스토랑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대형마트 등 가정용 채널에서도 점차 판매량이 늘고 있다.

특히 연태고량주는 국내 백주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 백주 브랜드 1만5천개 중 8대 명주에 속하는 '양하대곡' 역시 한국에 진출한 지 2년만에 이마트 등 대형마트를 비롯해 서울 시내 500여 개 중국 음식점에서 판매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양꼬치, 마라탕, 훠궈 등 중식 문화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중국 현지 술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며 "먼저 진출했던 중국산 맥주, 백주 브랜드들이 시장 안착에 성공하자 다른 현지 업체들도 자신감을 얻고 잇따라 한국에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표 노주노교 양생주업 하북지역 마케팅 유한공사 사장이 모델과 함께 노주노교에서 출시한 '명냥'을 들고 있다. [사진=명냥]
이용표 노주노교 양생주업 하북지역 마케팅 유한공사 사장이 모델과 함께 노주노교에서 출시한 '명냥'을 들고 있다. [사진=명냥]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전 세계 판매량 1위 '설화' 맥주를 판매하는 화윤설화는 프리미엄 맥주 '슈퍼엑스'를 다음달 출시하며 한국 공략에 처음 나선다. '슈퍼엑스'를 한국에 론칭한 것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캐나다, 호주에 이어 중국 외 전 세계 5번째다. 알코올 도수는 3.8도로, 4도대인 국산 대중 맥주보다 낮다.

화윤설화 제품을 국내 독점 판매하는 현원코리아는 20대 초반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적극 펼쳐 '슈퍼엑스'로 올해 연 매출 70억 원을 달성한다는 각오다. 다만 국산 맥주보다 절반 가격인 것으로 알려진 '설화'를 아모레퍼시픽과의 상표권 분쟁으로 현재 들여올 수 없는 상태인 만큼, 가격이 2천 원대인 '슈퍼엑스'로 국내 맥주 시장의 판도 변화를 이끌기엔 역부족이란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칭따오와 하얼빈 맥주가 한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면서 중국 1위인 설화도 한국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려왔다"며 "현지에서 한 병에 507원 정도에 판매되는 '설화 스노우'를 들여온 것이 아니라, 2천 원대 프리미엄 제품을 먼저 들여오는 것이 경쟁력이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영 주류기업인 노주노교도 전 세계 독점 유통권을 가진 한국 업체 명냥을 통해 국내에 첫 진출한다. 노주노교는 백주 발원지인 중국 사천성 남부 노주시에서 만들어져 전통적인 양조방법을 23대째 계승해오고 있는 곳으로, 대표 제품인 '국교 1573', '노주노교 특곡' 등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는 2017년 중국에서 출시된 '명냥'을 처음 선보이며 3040 청·장년층 공략에 나선다. '명냥'이 중국 외 국가에서 출시된 것은 한국이 처음으로, 노주노교는 한국을 테스트 베드로 삼고 이를 발판 삼아 향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명냥'은 알코올 도수 40.8도인 '명냥 408'과 50.8도로 좀 더 높은 도수인 '명냥 508' 등 2가지 형태로 출시되며, 가격은 125ml, 500ml 용량과 제품에 따라 5만~23만 원대로 책정됐다.

무개문 명냥 대표는 "국내에서는 '연태고량주'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만큼 경쟁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현지에서 '수정방'보다 한화로 2만 원 가량 더 비싸지만 국내에서는 '수정방'과 비슷한 가격대로 책정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도물량는 1천 상자로, 올해 매출 목표는 7억~10억 원 정도"라며 "매출보다는 국내에서 20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수정방'을 넘어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연태고량주'는 국내에서 10가지 정도의 버전이 출시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인지도가 거의 없는 백주 브랜드"라며 "'연태고량주' 시장을 잡기 보다 면세점, 백화점, 고급 중식 레스토랑 등을 중심으로 판매처를 넓혀 고객들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중국 업체들이 한국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2015년 한중 FTA 발효 후 중국산 제품 판매가격이 낮아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백주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기존 30%에서 매년 1.5%p씩 낮아지고 있고, 맥주 가격 역시 1ℓ당 2천500원 가량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한류 문화의 영향력을 노리고 한국 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드라마, 영화 등에 자사 제품을 노출시켜 인지도를 구축하면 해외 진출이 더 수월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중국 보드카 칵테일 '리오'는 드라마 '도깨비'에 노출된 후 동남아 지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용표 노주노교 양생주업 하북지역 마케팅 유한공사 사장은 "한국에서 영업망을 넓혀 매출을 확대하는 것보다 영화, 드라마 등에 제품을 노출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구축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며 "'명냥' 제품명과 같은 한국 영화 '명량'이 성공했다는 점도 '명냥'을 알리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식 문화의 발달로 다양한 중국술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노린 중국 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소비자가 트렌드에 민감하고 입맛이 고급화 된 만큼 각 중국 업체들이 한국을 테스트 베드로 삼고 해외 진출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중국 술들이 성과를 내면서 중국 업체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진 상태"라며 "중국 업체들의 공습에 따라 주류 문화 변화로 힘겨워하는 국내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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