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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항공사 안전불감증 종식시킨 국토부의 '맥스8' 운항 중지 결정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1만대 이상 생산된 베스트셀링 항공기 'B737-맥스8' 기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5개월 새 발생한 2건의 추락사고에서는 이미 탑승자 전원의 목숨을 앗아갔다.

맥스8 기종의 잇따른 추락사고가 발생한 직후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국 항공사가 보유한 이 기종의 운항을 중단시켰다. 중국 항공당국은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B737 -맥스8 여객기가 추락한 지 20시간도 안 돼 자국의 같은 여객기 96대의 운항을 중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맥스8 추락사고 여파가 커지고, 연일 이슈에 오르자 국내 항공사도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가장 먼저 국내에 맥스8을 도입하고, 국내서 유일하게 운항중인 이스타항공이 운항 중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는 국토부의 조사관 파견 이틀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12일 김정렬 국토부 1차관은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과 면담하고 항공안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철저한 안전점검이 수행될 수 있도록 이스타항공 측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앞서 국토부는 사고가 발생한 10일 이스타항공에 대해 긴급비행 안전지시를 발령하고, 이행실태를 확인한 바 있다. 또 11일부터 정비와 조종분야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안전점검은 정비실태와 조종사 비상대응 절차 교육훈련실태 등에 대한 것으로 15일까지 이어졌다.

이어 국토부는 B737-맥스 기종을 대상으로 국내 공항 이착륙과 영공 통과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노탐(NOTAM)'을 항공사 등 관계기관에 15일 통지했다. 노탐은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항공 당국이 조종사 등 항공 종사자에게 알리는 통지문이며, 유효기간은 통상 3개월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적 항공사 중 유일하게 B737-맥스8 2대를 보유한 이스타항공이 국토부와 협의해 자발적으로 운항 중단을 결정했지만, 다른 나라 항공기가 국내 공항을 이용하거나 영공을 지날 우려가 있어 이 같은 추가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의 반응은 여전히 뜨뜻미지근하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는 국내에서 일이 커지지 않도록 신경써달라"고 했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요즘 워낙 항공업계에 일이 없다 보니 이런 사고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에 국내에 들여올 맥스8 기종은 대한항공 6대(구매 30대 옵션 20대), 이스타항공 4대(현재 2대 보유), 티웨이항공 4대 등이 예정돼 있었다. 제주항공은 50대 규모의 맥스8을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들은 연이은 추락사고에 대한 별다른 입장이나 계획 변경은 없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그제서야 뒤늦게 맥스8 기종에 대한 계획변경을 발표했다. 대한항공 역시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꿨다. 13일 대한항공 측은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시 적절한 조처를 할 계획"이라면서 "곧있을 맥스8도입 계획과 6월 중국 샤먼 노선 투입에는 변동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14일에야 보도자료를 통해 맥스8 항공기 안전이 완벽히 확보되기 전까지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맥스8이 투입될 노선에 다른 기종으로 대체해 운항키로 했다. 티웨이항공 역시 맥스8 항공기의 안전이 완벽하게 확보되기 전까지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 제주항공도 맥스8 기종의 안전성에 관한 국제적 공감대가 확립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이 원칙에 따라 도입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국내 항공업계는 수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2017년 여행자들이 뽑은 세계 최고 공한 3위에서 지난해 2위로 한 단계 더 높은 순위에 올라섰으며, 국내 FSC(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24위)과 대한항공(33위)은 세계 최고 항공사 순위 20~30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LCC(저비용항공사) 역시 가파른 속도로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의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적 LCC 6개사를 통해 국제선을 이용한 여객 수는 2천526만명에 달했다. 2017년 2천50만명 대비 23.3% 증가한 수준이다.

국토부가 선제적 운항 정지 결정을 내려 우려와 불안감은 해소된 상태다. 그러나 이제는 항공운항 주체인 항공사들이 안일한 태도에서 벗어나, 시장의 규모와 수준에 맞게 철저한 안전의식을 갖춰야 할 때다. 무엇보다 고객, 승무원의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예상치 못한 일에도 대비해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자세로 임하길 바란다.

김서온 기자 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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