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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토부·현대차그룹, 車 에바가루 더 적극 나서라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대형사고는 인재(人災)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서도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갈 때쯤 다시 같은 사고를 반복한다. 소중한 가족이나 지인들을 가슴에 영원히 묻고 말이다.

현재 진행형인 가습기살균제 사태도 그렇다. 지난 1994년 첫 가습기살균제가 발매되고 유아 사망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2002년 3월이다. 첫 사망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진 이후 약 17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완전한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지난해 11월 16일까지 접수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총 6천21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1천359명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가습기살균제 피해 해결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1일 취임 후 두 번째 시정연설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을 언급하면서 국가도 책임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사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살생물제 안전관리 예산도 확보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의 취지는 비단 가습기살균제 피해 문제뿐만 아니라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환경안전안보분야에 더 힘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됐다.

이 약속이 나온지 벌써 1년 4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현실은 과연 그럴까.

현대·기아자동차에서 생산·판매 중인 쏘렌토(UM) 등 일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차종의 백색가루(일명 에바가루) 분출 현상과 관련한 대응 상황을 살펴보자. 에바가루 분출 현상은 쏘렌토 등 차량에서 에어컨 증발기(에바포레이터)의 알루미늄 표면처리공정 불량으로 증발기 표면의 알루미늄이 부식되고 이로 인해 형성된 백색가루가 에어컨 가동 시 송풍구에서 분출되는 것을 말한다.

국토교통부가 한국세라믹기술원에 의뢰해 에바가루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수산화알루미늄'으로 밝혀졌다. 수산화알루미늄은 알루미늄의 수산화물로 양쪽성수산화물(수산화물 중 산에 대해서는 염기로 작용하고 염기에 대해서는 산으로 작용)이다.

사실 공교롭게도 수산화알루미늄과 관련한 유해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체 노출과 관련한 정확한 보고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작업환경측정대상물질(측정주기 6개월), 관리대상유해물질, 특수건강진단대상물질(진단주기 12개월) 등으로 법적 규제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과다 노출되면 폐섬유증, 기흉, 뇌병변, 빈혈, 신장 독성 등에 노출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초미세먼지와 결부해 봤다. 일반적인 차량 내부의 규모는 1평(3.305785㎡) 남짓하다. 1평의 면적을 부피 단위인 세제곱미터(㎥)로 동일하게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초미세먼지의 대기질을 표시하는 ㎥로 환산하면 차량 내부는 5~6㎥ 공간이다. 세계보건기구(WTO) 권장기준(10㎍/㎥)으로 보면 차량 내부의 초미세먼지 권장기준은 60㎍(마이크로그램)이란 계산이 나온다.

에바가루를 쏟아내는 차량의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1평 남짓한 공간에 갇힌 운전자 입장에서는 분명 불안감 이상의 공포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운전자 혼자가 아닌 가족과 같이 타는 차량이라면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그나마 국토부가 수산화알루미늄의 유해성을 철저히 분석한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제조사인 현대차그룹의 대처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매일 에바가루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운전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다. 더 이상 쉬쉬하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운전자의 입장을 배려한 조치가 필요하다.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종종 인용되는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의 소위 '1:29:300 법칙'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면서 말이다.

양창균 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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