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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성폭행' 폭로로 드러난 빙상계 추악한 민낯…국민 분노 폭발·비상 걸린 정부


극심한 파벌·성적지상주의 '병폐' 노출…靑 청원 봇물·문체부 부랴부랴 대책 발표

[아이뉴스24 박명진 기자] 여자쇼트트랙 간판스타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또다시 빙상계의 추악한 민낯이 노출됐다. 아직은 폭로 단계이지만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통해 범죄 행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청와대 국민 청원을 통해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고,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도 부랴부랴 유감 표명과 함께 체육계의 성폭력 등 비위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8일 한국 여자 쇼트트랙대표팀 '간판 스타' 심석희(한국체대)가 4년 전부터 조재범 전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추가 고소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날 심석희의 법률 대리인 측은 "조재범 전 코치는 선수와 지도자라는 상하 관계에 따른 위력을 이용해 심석희에게 체벌과 폭행 뿐 아니라 약 4년 동안 성폭행을 저질렀다"면서 "조 전 코치의 범죄행위가 일어난 장소는 태릉 및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이 포함됐다"고 폭로했다. 성폭행을 처음 당한 때는 지난 2014년으로 당시 심석희는 만 17세의 고등학교 2학년 미성년자였다.

앞서 심석희는 지난달 17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 대한 상습상해 및 재물손괴 사건 항소심 2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심석희는 당시 "(조 전 코치는)초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상습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했다"며 "중학교에 올라간 뒤에는 폭행 강도가 더 세졌다"고 증언했다.

◆ 빙상계 추악한 민낯…극심한 파벌·성적지상주의 병폐

조재범 전 코치는 성폭행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선수가 담당 코치에게 폭력은 물론, 상습적으로 성폭행과 강제추행 당하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게 된 데에는 빙상계가 그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동계올림픽 메달밭으로 꼽히는 빙상계는 유독 파벌이 심하다. 특히 대표팀 선발이 곧 국제대회 메달일 정도로 높은 경기력을 유지해온 쇼트트랙은 더욱 극심하다. 지난 2004년에는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선수 6명이 코치진의 심각한 구타와 폭언에 반발해 태릉선수촌을 집단 이탈했고, 2005년에는 코치진 선임을 두고 남자 대표선수들이 집단으로 태릉선수촌 입촌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같이 비정상적인 사제관계와 성적지상주의로 대변되는 빙상계의 구조적인 병폐는 10년이 넘게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선수에 대한 절대권력을 갖고 있는 코치진의 폭력은 경기력 향상이라는 행위로 포장됐고, 설사 문제가 드러나도 처벌은 시늉을 내는 데 그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해당 파벌에서 제외되거나 밀려나면 선수 생활은 물론이고 은퇴 이후 지도자 생활에서도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 심석희처럼 어린 나이부터 특정 코치와 함께 한 선수들은 더하다.

여기에 성적지상주의는 그동안 선수에 대한 체벌과 폭력 행위 등에 면죄부를 줬다. 암묵적인 폭행이 묵인된 셈이다. 심석희를 비롯해 피해를 본 선수들의 호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변화는 없었다. 문제를 일으킨 코치들은 징계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난 뒤 빙상계로 돌아왔고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은 지도자로 인정받았다.

국내에서 지도자 생활이 막힌 몇몇 코치들은 해외로 건너갔다. 조재범 전 코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심석희를 상습적으로 구타하는 등 폭력행위 사실이 알려지자 대표팀을 떠났다. 조 전 코치는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 처분을 받은 뒤 중국대표팀을 지도하기 위해 중국으로 갔다.

심석희가 법률 대리인을 통해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하고 추가 고소를 결정한 배경이다. 조 전 코치가 다시 빙상계로 복귀할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심석희 측은 "이 부분에 대해 (심석희도)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나와 같은 희생자가 나오면 안된다. 또 다시 있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용기를 냈다고 전했다.

◆ '조재범 코치를 강력 처벌해주세요' 靑 국민청원 봇불

심석희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4년동안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자, 청와대 국민 청원 등 조 전 코치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에 올라온 '조재범 코치를 강력처벌해주세요'라는 청원은 심석희의 폭로 후 9일 현재 15만 명을 넘어섰다. 이를 포함해 조 전 코치 엄중처벌과 대한빙상연맹 수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30개 이상일 정도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청원인은 조 전 코치를 "심석희 외 다수의 여자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적어도 14년간 폭행해온 쓰레기"라며 "이 정도 기간이면 성폭력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으로 인간의 삶 자체를 파괴시켰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그가 1심에서 10개월형을 받고 그것도 억울하다고 항소했다"고 분노했다.

그는 "가게에서 물건 훔치다 걸리면 받는 게 10개월형"이라며 "머리를 지속해서 때려 뇌진탕까지 얻게 했는데 처벌이 너무 가볍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청원인은 "이번 기회에 승부 조작, 뇌물, 폭행, 비리 모조리 털고 가지 않으면 국민은 스포츠 자체를 외면할 것"이라며 조 전 코치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

◆ 문체부 긴급 브리핑 "피해자에 깊은 사과…체육계 전수 조사"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도 비상이 걸렸다. 문체부는 심석희의 추가 고소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다음날인 9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있는 정부서울청사 별관 203호에서 긴급 브리핑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을 비롯해 오영우 문체부 체육국장, 김진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국장 등이 참석했다. 노 제 2차관은 "어젯밤 보도를 접한 뒤 이 같은 사건을 예방하지도 못했고,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선수를 제대로 보호하지도 못한 정책담당자로서 먼저 피해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노 제2차관은 이어 체육계 성폭행 뿐 아니라 각종 비위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그는 "체육계 전반적인 전수 조사와 함께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기존 규정과 비교해 강화하기로 했다"며 "규정상 영구제명 조치 대상이 되는 성폭력의 범위를 넓히겠디"고 말했다.

전수조사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밝혔다. 그는 "오는 3월까지 대한체육회와 장애인체육회 회원종목단체를 대상으로 1단계 전수조사를 실시한다"며 "이후 올해 안에 단계적으로 시도체육회와 시군구체육회에 대한 조사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 자리에서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규정 강화 ▲성폭력 가해자 체육관련 단체 재취업 및 관여 금지 ▲체육계 비위 근절을 위한 민간주도 특별조사를 실시 ▲체육단체 성폭력 전담팀 구성 및 피해자 보호제도 강화 ▲체육단체 성폭력 전담팀 구성 및 피해자 보호제도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조재범 전 코치는 지난해 1월 16일 훈련 중 심석희를 주먹으로 수차례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2011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4명의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조 전 코치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14일 수원지법에서 예정돼 있다.

박명진기자 p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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