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발표로 드러난 벤처기업들의 불법 탈세는 항간에 떠돌던 '빗나간
벤처'의 존재를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벤처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충격
을 던져줬다.
국세청은 1/4분기 세무조사를 통해 자금유용 등 혐의가 있는 18개 업체를
적발, 이들에 법인세 등 57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불법적인 자금지원 및
자금 유용이 확인된 9개 업체는 관계기관에 통보하기로 했다. 18개 업체가
받은 지원 자금은 총 127여억원. 이중 20억원 이상이 불법 지원 및 용도 외
로 사용됐다.
이번에 적발된 기업들은 벤처에 대한 세무조사 배제 등 정부의 혜택을 교묘
히 악용,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지원자금을 유용하고 탈세를 일삼아 벤처
열풍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편으론 최근 정부 각 부처의 경쟁적인 벤처 지원과, 그에 따른 정부 지
원 자금의 급증이 이번 사태의 한 요인이 됐다는 점에서 벤처 지원정책
의 '사전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악용
정부는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각종 창업자금 지원, 세무조사 배제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받은 기업들중 일부는 연구개발이나 회
사 운영자금으로 쓰는 대신 회사빚을 갚거나 재테크에 유용한 것으로 드러
났다.
그동안 정부는 ▲벤처기업에 대한 세무상담 전용창구 개설 ▲창업후 3년간
세무조사 면제 등세무간섭 배제 ▲벤처기업, 창업투자회사 등에 출자한 자
금의 출처 조사 배제 ▲납기연장, 납세담보 완화, 환급금 신속처리 등 지원
정책을 펼쳐 왔다.
세금에 대한 애로 없이 기업경영에 전념토록 한 정부의 배려를 몇몇 벤처기
업들이 '세금에 대한 걱정없이' 마음대로 자금을 유용하는 쪽으로 악용한
것이다.
◆불법 지원자금 수령 및 용도 외 사용
9건 가운데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은 회사빚을 갚는데 지원금을 유용한 경
우. 4개 업체가 회사 채무 상환에 4억3천만원을 사용했다.
또 허위서류에 의해 지원자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업체가 2곳, 자금 지원후
무단 폐업하거나 사주가 도피한 경우가 2건이다.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등
재태크에 활용한 경우도 있다.
◆적발사례
서울에 있는 모 업체는 허위 매입 세금계산서를 작성해 지원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적발됐다.
지난 95년2월 구입, 설치한 기계를 최근에 구입한 것처럼 허위로 매입계산
서를 작성했던 것. 이 회사는 과학기술진흥기금을 지원받은 후 시설자금 운
영자금으로 전용한 것이 적발돼 3억원을 추징받았다.
벤처지원자금을 용도 외로 사용해 적발된 경우도 있다. 이 업체는 98년5월
중소기업 구조개선 사업체로 선정돼 98년6월 시설 자금 3억3천900만원을 지
원받았다. 그러나 1억8천만원은 시설투자의 필요성이 없어 상환했다. 하지
만 올 3월 나머지 1억5천900만원중 1억2천만원을 높은 이자율의 금융상품
에 투자하는 재테크 수단으로 써서 법인세등 2억원이 추징됐다.
97년 3월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되고 97년 5월 관계기관으로부터 3억의 지
원을 받은 모 업체사주는 부실 경영으로 98년 9월 무단 폐업하고 일가족 전
원이 미국으로 도피하기도 했다. 이업체는 기업주가 고의로 부도, 폐업해
해외로 도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부의 입장
국세청은 벤처기업에 대한 세정 지원은 종전대로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
혔다. 하지만 지원자금을 기술개발에 쓰지 않고 용도외로 사용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음성 탈루소득 차원에서 엄정한 세무조사를 지속할 방침이다.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