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느 한부모 가정 부모의 댓글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저는 한부모 가정의 가장입니다."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 블로그의 한 댓글의 시작 부분이다.

"저의 아이는 자폐 2급 장애아이구요. 아이가 저랑 떨어져 있지 않으려 해 지금까지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세월이 8년 다 되어 갑니다. 그만큼 저도 나이가 먹었구요. 저도 살아야 하기에 내년엔 무리를 해서라도 취업할 예정이었습니다. '한부모 돌보미' 예산을 깎으신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저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은 평생 이렇게 정부에서 주는 수급비로 살고 취업도 하지 말라는 소리로 들려요. 잠도 제대로 못잘 정도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ke***)

이 아이디의 주인은 이렇게 묻는다. "저는 어찌 살아야 할까요, 의원님?"

댓글이 달린 송 의원 블로그 게시글 제목은 "저득층 소득 '또' 감소, 소득주도 성장의 민낯"이다. 단 이틀 사이 자신을 '자폐 2급 장애아의 부모'라고 소개한 ID 주인과 함께 500여명이 댓글을 달았다. 정치인의 흔하디 흔한 블로그 게시글에 이 정도 반응은 정치권에서 흔히 쓰는 용어로 '이례적'이고 '전례가 드문' 일이다.

발단은 지난 25일 진행된 국회 예결산특위 산하 예산조정소위 회의다. 내년도 예산안에 적시된 정부 사업들의 감액, 또는 증액을 결정하는 기능이다. 문제가 된 사업은 '한부모가족 복지시설 지원'이다. 그 중에서도 내년도 신설 사업인 '시설 아이돌봄 서비스' 배정 61억원이다. 송언석 의원이 전액 삭감을 주장한 바로 그 예산이다.

한부모가족 복지시설은 한부모 가정에 한해 임시거주를 제공하는 시설로 전국에 12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저소득층 또는 당장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보호자와 영유아가 대상이다. '한부모'라는 단어는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수많은 사연들을 담고 있다. 댓글의 주인공처럼 장애아동의 보호자일 수도, 홀로 손자를 돌보는 노인일 수도 있다. 많은 수는 또 두리모(미혼모)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임에도, 혼자 아이를 지키려고 어떻게든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마저 곁에 없다면 아이는 고아원으로 가야 한다. 어떤 의미로는 벼랑으로 내몰린 한부모 가정의 마지막 은신처가 복지시설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한부모 복지시설에 입주한 한부모 가정은 1천500여세대 정도다.

시설 돌봄 서비스 지원은 이 아이들에게 돌보미를 붙여주는 사업이다. 시설별로 2명가량 돌보미를 배정해 월 150시간가량 이이들을 돌보도록 하는 내용이다. 보호자들이 아이를 맡겨놓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그래서 장기적으로 자립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송 의원은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으로 당에선 경제통으로 불린다. 송 의원이 강조한 예산 전액삭감의 이유는 이렇다. "시설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갑자기 국가가 해주겠다는 것인데, 어려운 환경과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은 근본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그 모든 걸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송 의원은 "국가가 한 번 들어가기 시작하면 다른 유형의 기관, 시설에도 계속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로 소관 상임위원회인 여성가족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이 사업을 예산 낭비라고 주장했다. 수많은 복지 수요에 국가재정이 일일이 기여할 경우 장기적으로 경제전체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수 정당의 전통적 복지 관점을 결코 폄하해선 안 된다. 송 의원이 설명한 취지를 일견 이해할 수도 있다.

결국 이 사업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로 예산조정소위 내 별도 소위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예산소위 위원장과 교섭단체 3당 간사의 협의에 따른다는 것이다. '소소위'로도 불리는 이 협의체는 통상 예산심사 절차의 마지막 관문이다. 내년도 각 정부 부처 사업의 감액 결정분을 토대로 이번엔 증액 사업이 결정된다. 이 소소위로 수많은 '쪽지'들이 전달된다.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도로 보수를 해달라, 교량을 설치하라, 가로등을 놓아달라, 경로당 냉방을 지원해달라 등등 수많은 민원을 이 쪽지로 전달한다. 말이 협의지 결국은 이 사업을 깎은 대신 저 사업을 늘려달라는 흥정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예산심사의 풍경이다. 엄마들의 눈물과 아이들의 울음이 반영된 한부모 예산은 아마 이 흥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이달 초 예산심사 직전 저출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아이 한 명 출산 시 2천만원, 임신부 1인당 200만원의 토털케어 카드 지급, 초등학교 6학년 학생까지 아동수당 30만원 적용, 청소년 수당 도입 등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7조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문제가 된 이번 아이돌봄 서비스 사업은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17억원이 삭감, 44억원으로 예산조정소위에 상정됐다. 자유한국당은 저출산이 너무나도 심각해서 7조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7조원에 비하면 44억원은 코끼리 앞의 도토리 정도다.

엄마들이 아이를 낳기도, 키우기도 힘들어서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가가 너무 오랫동안 이 재앙을 방치해 올해는 급기야 가임기 여성 1인당 출산률이 1명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도달한 적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렇게 묻고 싶다. 한부모 가정 아이들을 위한 예산은 왜 낭비로 취급받아야 하는가. 국가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되는 차별을 감수해야 하는가. 올해도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 확보를 성과로 자랑할 텐데, 의원님 이 아이들은 어찌 살아야 하는가.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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