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그 후]'든든', 韓영화계 성평등 이끌 동력의 등장

지난 3월 개소…심재명 대표 "내년 '든든', 정책 제안 활동 펼칠 것"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2018년은 문화예술계가 페미니즘의 거대한 바람을 맞이한 때로 기록될 법하다.

꾸준했던 문제제기가 폭발력을 띤 해였다. 수 년 전부터 영화계에선 여성 중심 서사의 부재와 여성 배우들의 취약한 입지가, 가요계에선 갈수록 평균연령이 낮아지는 아이돌 가수들의 성상품화가, 연예계 전반에선 성상납 비리 및 강요 등의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조이뉴스24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올해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진보적 움직임으로 기록될 여성주의 물결에 주목했다. '미투(Me, Too)' 그 후의 상황 진단, 연예계 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한 정책적 움직임을 비롯해 영화와 드라마, 예능 등 문화콘텐츠 속 여성의 재현 역시 들여다봤다.

올해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개소는 영화산업 현장의 성평등 문화를 이끌어 갈 주요한 움직임이었다.

2018년 상반기 촉발된 '미투(Me Too)' 운동은 영화 산업 현장에서의 성폭력 사건들이 줄줄이 고발했다. 저명한 감독과 배우들의 상습적 성폭력 행태가 밝혀지며 충격과 분노를 낳았다. '미투'의 바람 이전에도 문제제기는 꾸준했다. 연기 중 합의되지 않은 폭력적 행위를 한 남성 배우를 향한 고발은 물론, 노출 장면 공개를 둘러싼 감독과 당사자 여성 배우 간 갈등이 오랜 법정 공방을 거쳤다. 여성 영화인들을 위한 제도적·문화적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업계 안팎의 각성이 뒤따랐다.

'든든'은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이 운영하고,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3월1일 공식 개소해 영화산업 내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왔다. 성폭력 예방 교육과 피해자 상담 및 지원 활동을 비롯해 정책적 변화를 이끌 움직임도 이어갈 전망이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리틀 포레스트' 등을 연출한 충무로 대표 여성 감독 임순례와 '접속' '공동경비구역 JSA' '건축학개론' '카트' 등을 제작한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공동으로 '든든'의 운영위원회를 이끄는 대표직을 맡았다. 채윤희 여성영화인모임 대표, 주진숙 전 중앙대 영화학과 교수,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조옥경 영화사 숲 대표, 서은정 프로듀서, 안보영 딥포커스 대표가 운영위원으로, 그외 법률계·의료계·학계 등 전문가들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영화인모임이 주력사업으로 영화산업 내 성평등을 위한 상설기구 마련을 내세운 시기는 지난 2016년 12월이다. 이후 대책 기구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2017년 6월부터 9월까지 '2017년 영화인의 성평등 환경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실태조사'를 영진위와 함께 진행했다. 당해 10~11월에는 기구명을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으로 확정하고 준비위원회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1월부터는 본격적인 개소 준비에 돌입했다. 영진위로부터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업무를 이관받았다. 지난 3월1일 공식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센터를 개소한 뒤 활동계획 발표와 토론회순서로 이뤄진 기념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임순례 감독과 심재명 대표를 비롯해 배우 문소리 역시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이후 '든든'은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및 피해자 지원을 비롯해 실태조사, 정책 제안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든든'은 총 29건(이하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기준, 대면상담 12건·법률상답 7건·법률지원 8건·연계 3건, 종결 19건)의 상담 및 지원을 처리했다.

영화산업 내 성폭력 예방 교육 활동도 활발히 진행했다. 영화산업 내 성폭력 예방교육 2기 강사 양성과정을 거쳐 7명의 강사를 선발했다. 재위촉 요건을 통과한 1기 강사 6명을 합쳐 총 13명의 강사가 활동 중이다. 예방교육 강사는 모두 영화인으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예방교육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한국영화 성평등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차후 현장에서 활용될 성폭력 예방교육 콘텐츠 역시 개발 중이다. 든든은 영화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표준강의안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 가이드북을 제작해 발표할 계획이다.

임순례 감독과 함께 '든든'을 이끌고 있는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조이뉴스24에 "오는 12월 여성영화인축제에서 영화 산업 현장의 성평등 문화 구축에 도움이 될 가이드북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그간 '든든'의 활동과 영화산업 내 성폭력 신고 및 대응사례도 발표한다"고 알렸다.

오는 2019년에는 성평등한 영화 산업 현장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 더욱 힘쓸 전망이다. 심 대표는 "내년 '든든'은 영화 현장의 성평등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정책 제안에도 나설 것"이라며 "정책적·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중심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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