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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교수 다 뺏긴다…동문 기부 절실"


26일 KAIST 발전·후원의 밤 행사 개최

[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카이스트(KAIST)에서 잘하는 교수들이 해외 대학 스카우트 대상이 되고 있다. 빼앗기기 시작하면 미래가 없다."

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KAIST 발전·후원의 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온 배경은 이렇다. KAIST에 재직 중인 한 교수가 최근 국제 학회에서 발표를 했는데, 이를 눈여겨본 미국의 한 명문대 학과장이 이직 제안을 했다. 연봉은 15만달러(약 1억7천만원), 초기 연구기금은 200만달러(약 22억6천만원)다.

신성철 총장은 "KAIST 학과장에게 이 소식을 전해듣고 그 교수에게 돈은 적지만 한국에서의 희망을 강조해 붙잡았다"며, "우리는 학과장이 교수에게 자리를 제안할 권한 조차 없다"고 말했다.

KAIST의 올해 예산은 8천600억으로 세계 유수 대학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라는 게 신 총장의 얘기다. 가령 1991년에 설립된 싱가포르 난양공대가 쓰는 예산의 1/4 수준이라고 한다. 학교 운영에 안정적 재원이 되는 발전기금은 MIT의 경우 15조원. 스탠포드는 25조원, 하버드는 37조원에 달한다. 반면 KAIST는 2000년 이후 지난 9월까지 3천231억원을 모금했다.

신성철 총장은 "동문들의 기부 문화가 활성화 돼야 한다. 대부분 학계나 연구소에 몸 담고 있어 큰 기부를 하기 어렵지만, 창업으로 성공하고 산업계에서 성공한 분들이 기부를 이어가야 한다"며 실질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기부자 중 동문은 40.4%…연관 없는 고액기부자도

KAIST는 오는 26일 서울 남산제이그랜하우스 젝시가든에서 'KAIST 발전·후원의 밤'행사를 개최한다.

이 행사는 '세상을 바꾸는 기부, 함께 키우는 KAIST'를 슬로건으로 건전하고 올바른 기부문화 조성과 확산을 추구한다.

행사에서 KAIST 발전재단(이사장 이수영)은 1971년 개교 이후 지난 47년간 조성한 발전기금 규모와 집행현황을 보고하고, 학교발전사 등 주요 성과와 개교 60주년인 2031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성장하는 목표를 담은 'KAIST비전 2031' 등을 소개한다.

김수현 KAIST 대외부총장은 "KAIST는 선도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세계 대학랭킹을 보면 기부를 많이 할수록 좋은 대학인데, KAIST가 먼저 나서서 기부문화 창달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발전재단에 따르면 학교가 설립된 1971년부터 지난 9월 말까지 약 47년 간 기부자는 총 1만2천906명, 기부 건수는 7만7천710건이다. 기업의 기부금액 비율은 총액 기준 43.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일반인 기부비율도 39.1%로 집계됐다.

그간 KAIST와 직접 관련 없는 일반인 고액기부도 적지않다. 1999년 김영한 여사의 유증기부로 시작된 고액 기부자는 이후 정문술 회장(2001년), 박병준 회장(2007년), 류근철 박사(2008년), 김병호 회장(2009년), 조천식 회장·오이원 여사(2010년), 이수영 회장(2012년), 최태원 회장(2014년), 조정자 여사(2015년), 손창근 회장(2017년)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액기부자는 부동산을 기증한 사례가 많다는 게 학교측 설명이다.

KAIST 발전에 대한 고액 기부자들의 지속적인 성원과 신뢰는 재기부로 이어져 정문술 회장과 김병호 회장, 조천식 회장, 이수영 회장의 경우 추가로 고액의 발전기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고액기부자뿐 아니라 총 1만2천906명의 기부자 중 동문이 40.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학부모와 재학생이 각각 26.1%와 12.7% 순이었다. 총 7만7천710건에 달하는 기부 건수 기준 통계에서도 동문 비율이 34.8%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학부모 20.3%, 직원 20%, 교수 13.3%, 재학생 5.7% 순으로 나타나 개인의 반복적인 기부 또한 KAIST 기부문화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재단이 시행하는 기금 캠페인 참여자 역시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1만2천39건으로 처음으로 1만건을 넘었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5.7배나 증가한 수치다.

KAIST는 동문, 학부모, 교직원, 재학생, 기업, 일반인 등이 한마음으로 조성해준 발전기금 중 ▲건축·시설기금으로 819억원 ▲학술·연구기금으로 797억원 ▲학사운영기금으로 390억원 ▲장학기금으로 52억원 등 총 2천58억원을 집행했다.

건축·시설기금은 정문술·양분순 빌딩과 박병준·홍정희 KI빌딩 신축 등 교육·연구 환경을 개선하는데 쓰였고, 학술·연구기금은 창의적인 연구과제 수행과 학술활동에 활용됐다. 학사운영기금은 조천식녹색교통대학원·문술미래전략대학원 등 신규학과 개설 및 프로그램 운영에, 장학기금은 학생 역량강화 프로그램 운영 등에 쓰인다.

◆드라마 '카이스트' 작가·출연진도 참석

26일 열리는 'KAIST 발전·후원의 밤' 행사에는 이수영 발전재단 이사장, 김병호 회장 등 고액기부자와 과기처 장관을 2차례(제12대·15대)지낸 정근모 박사, 김우식 부총리 겸 제25대 과학기술부장관 등 200여명이 참석한다.

특히 KAIST 동문(바이오 및 뇌공학과 졸업)이자 한국인 최초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의 우주탐사 10주년과 1999년 1월부터 2000년 10월까지 SBS에서 방영돼 KAIST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 드라마 '카이스트' 방영 20주년 기념 시간도 마련된다. 송지나 작가를 비롯한 이민우, 채림 등 주요 출연진이 한자리에 모인다.

신 총장은 "이소연 박사는 23일 입국해 세 개의 강연을 하는데, 강연료를 KAIST에 전부 기부하기로 했다"며, "드라마 카이스트에 이은 후속작 제작에도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도민선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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