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그 후]2018년, 문화예술계 휩쓴 페미니즘 열풍

산업 현장의 성평등 의식 재고부터 매체 재현 향한 문제제기까지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2018년은 문화예술계가 페미니즘의 거대한 바람을 맞이한 때로 기록될 법하다.

꾸준했던 문제제기가 폭발력을 띤 해였다. 수 년 전부터 영화계에선 여성 중심 서사의 부재와 여성 배우들의 취약한 입지가, 가요계에선 갈수록 평균연령이 낮아지는 아이돌 가수들의 성상품화가, 연예계 전반에선 성상납 비리 및 강요 등의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거세고 날카로운 바람이 불었다. 살인부터 불법촬영까지,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범죄에 대한 각성이 그에 앞섰다. 지난 1월부터는 서지현 검사의 검찰발 '미투(Me, Too)'를 시작으로 정치, 문학, 공연, 방송, 가요, 영화계까지 전방위에 걸친 성폭력 고발 운동이 이어졌다. 이윤택, 김기덕, 조재현, 고 조민기 등 유명 남성 예술인들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며 파장을 낳았다.

폭로는 충격과 분노를 낳은 동시에 여성들 간 연대에 힘을 실었다. 분야만이 다를 뿐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슷한 경험들을 공유한 이들이 고발의 주체로 함께 나섰다. 여성들의 결집을 보여준 시위로는 최대 규모였던 혜화역 집회는 이들의 움직임을 성공적으로 가시화했다.

행동과 함께 담론이 있었다. 이는 문화산업의 포괄적 현장에서 묵인되고 용인돼 온 폭력을 함께 인지하는 수준부터 대응 가이드라인을 보편화하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지난 3월 영화계에서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 개소하며 한국영화계 성평등 문화의 안착을 위한 첫 걸음을 떼기도 했다.

여성주의 담론은 문화예술계의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처우 뿐 아니라 문화콘텐츠상에서 재현되는 여성의 모습도 더욱 날카롭게 주시했다. 상업 영화나 TV 드라마 속 여성의 재현은 문화계 중심에 있는 주류 창작자(혹은 창작 자본, 창작 권력)가 대한민국 여성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감지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했다. 젠더 이슈에 둔감한 영화 및 방송 프로그램들은 철저한 비판 앞에 서며 게으른 봉건성의 대가를 치렀다.

이런 흐름 속에서, 콘텐츠가 여성의 삶을 반영하는 방식과 그 지향은 여성 수용자들의 소비에 유의미한 기준이 됐다. 여성이 처한 현실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여성 인물들의 또 다른 가능성에 주목한 콘텐츠(JTBC 드라마 '미스티' 등), 이 시대 여성들의 삶을 부분적으로나마 현실감 있게 반영한 콘텐츠(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 과거 남성 배우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집단적 연대의 서사를 여성 배우들의 시너지로 그려낸 콘텐츠(영화 '허스토리' 등) 등이 성평등 담론에 주목해온 여성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영화계에서는 투자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는 탓에 흔히 만날 수 없는 여성 영화들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관객들의 움직임도 관찰됐다. 배우를 넘어 영화의 팬덤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단체관람을 위해 영화관을 임대하거나 SNS를 통해 '함께 보기 운동'을 펼친 경우('허스토리' '미쓰백' 등)가 그 예였다.

아이돌 가수 혹은 10~20대 톱배우들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여성 스타 팬덤의 스펙트럼도 그 대상이 40대 이상으로까지 넓어졌다. 콘텐츠의 2차 창작물을 생산하거나 인기 투표에 참여하는 등 조직적인 팬덤 활동이 중년 여성 스타의 인기를 뒷받침했다. '미스티'의 김남주, '허스토리'의 김희애, SBS 드라마 '시크릿 마더'의 송윤아 등은 등장하는 행사장마다 여성 팬들의 함성을 몰고 다니며 제2의 전성기를 입증했다.

조이뉴스24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올해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진보적 움직임으로 기록될 여성주의 물결에 주목했다. '미투' 그 후의 상황 진단, 연예계 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한 정책적 움직임을 비롯해 영화와 드라마, 예능 등 문화콘텐츠 속 여성의 재현 역시 들여다봤다.

전문가들의 고찰을 통해 성평등한 산업 현장을 위한 대안을 살펴보고, 더는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여질 매체의 편향적 성별 재현을 짚어본다.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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