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행사 '줄도산'…유통사 상품 검증 강화해야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홈쇼핑은 모객만 하고 여행 상담·계약·결제는 다 여행사에서 이뤄집니다. 얼마가 팔렸든 홈쇼핑은 방송시간을 빌려준 대가만 받죠. 사실 보험·렌털·여행 등 무형상품은 홈쇼핑에 판매책임이 없는데, 소비자 여론이 거세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총대를 멜 수밖에요. 홈쇼핑도 피해자예요."

홈쇼핑과 이커머스에서 패키지여행 상품을 팔던 e온누리여행사가 지난 3일 갑자기 폐업하면서 소비자뿐 아니라 판매처도 울상이다. 막대한 피해 보상 책임을 떠안게 된 데다, 소비자 신뢰까지 잃게 돼서다. 더욱이 홈쇼핑은 해당 여행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 명단도 없어 피해보상을 위한 행정부담도 만만치가 않다.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에 여행사에 상담 예약 고객 정보를 넘김과 동시에 폐기한다. 그래서 누가 상담 예약 신청을 했는지, 이 중에서 실제 계약을 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가 없다"며 "고객상담센터로는 다른 유통사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까지 연락이 와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데만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e온누리여행사가 자사 홈페이지에 폐업 공지를 올린 지 1~2일 만에 전 판매 채널이 "소비자 피해 금액을 대신 지급하겠다"고 나선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유통채널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중소 여행사의 상품을 구매할 때 자체 홈페이지보단 대형 유통사를 통하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의문이 드는 점은 여행사가 돌연 폐업을 선언하고 잠적할 때까지 판매처가 전혀 몰랐냐는 것이다. 더욱이 작년 11월 출범한 e온누리여행사는 대표가 15년 업력의 '온누리투어' 대표를 맡았던 것 외에는 특별한 이력이 없는 신생회사였다. '줄도산'이 일상화된 여행업계에서 자본금 4억원의 소규모 회사와 거래하며 최악의 경우도 예상하지 못한 걸까.

한 업계 관계자는 "e온누리여행사는 회사 규모가 너무 작고 불안해서 거래 자체를 안 했다"며 "사실 여행은 볼륨을 키우는 데 최적의 수단이고 신생회사 중에선 합리적인 가격에 콘텐츠가 차별화된 곳도 많지만, 여행업계 자체가 불안한 만큼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 업계 후발주자들이 공격적으로 구색을 늘리려다 검증에 소홀한 게 아닌가 싶다"고 귀띔했다.

유통채널의 진정한 책임은 상품 소싱단계부터 시작된다. 사전에 꼼꼼한 검증으로 부실 상품 판매를 막았더라면 소비자와 판매처 모두 이 같은 혼란을 겪지 않았을 터다. 하지만 최근 홈쇼핑·이커머스 시장에서 여행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며 이런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국외여행 관련 상담은 1만4천23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상담 건수, 증감률 모두 상위 5위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부문에서 항공 여객운송서비스와 국외여행 상담이 주를 이뤘다. TV홈쇼핑 부문에서도 국외여행 비중이 높다.

홈쇼핑·이커머스업계의 여행 상품 판매 논란이 하루 이틀 제기된 건 아니지만, 최근 1~2달 사이 e온누리여행사와 더좋은여행, 탑항공 등 중소업체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어 유통사의 책임 있는 검증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만큼, 이번 일이 홈쇼핑·이커머스 업계의 상품 검증 강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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