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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선 화재감식학회장 "LG화학, 골프카트 폭발사고 안전진단팀 꾸려야"


"원인 규명 못하면 향후 배터리 문제 더욱 심각해질 것"

[아이뉴스24 양창균, 이영웅기자] 화재감식 전문가들이 LG화학의 배터리 셀이 장착된 골프장 전동카트의 잇따른 폭발사고에 대해 내·외부 안전진단팀을 구성해 자체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광선 한국화재감식학회 회장(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은 5일 진행한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LG화학의 리튬 이온 배터리 셀이 장착된 골프장 전동카트 폭발사고가 최근 계속되고 있다"며 "현재 피해 골프장에서는 LG화학을 상대로 피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1위 배터리 업체로서 품질 재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배터리 안전성 문제가 향후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김 회장은 배터리 폭발사고의 경우 화재 감식을 위한 증거물 자체가 전소되는 탓에 원인규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26억원 가량의 피해를 낸 충북 한 골프장 화재사고 역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배터리에 천공이 발견됐다"고 밝혔지만, 증거불충분으로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당시 피해 골프장 측은 LG화학의 배터리 팩 내부에서 발화했다며 16억원의 피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LG화학은 외부 화재 요인으로 인해 천공이 발견됐다고 반박했다. 1심 법원은 '배터리 팩 내부 BMS(셀 통제장치)는 비교적 형체를 유지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김 회장은 화재감식학회 팀을 꾸려 해당 사건 조사에 나섰다. 한국화재감식학회는 LG화학의 배터리 셀을 포함한 배터리 팩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전동카트가 충전 중인 상태에서 발화한 점 ▲배터리 팩 내부에는 산소가 부족하기에 연소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배터리 팩 왼쪽 셀에만 천공이 발생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김 회장은 배터리 폭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제조사가 BMS 장치까지 품질을 관리하고 기술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셀 제조사와 BMS 장치 제조사가 다르다 보니 BMS가 셀의 노화상태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과충전을 계속 실행하는 등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 일답.

Q. 2016년 카트 폭발 사고에 대해 1심 법원은 '배터리 팩 내부 BMS가 비교적 형체를 유지했다'는 근거로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A. 화재는 공기와 많이 접촉된 부분에서 산소와 혼합이 일어나기에 외부 부분에 많은 연소가 발생하고 산소가 적은 부분은 적게 탈 수밖에 없다. 배터리 팩 외부 BMS는 많이 타고 내부는 덜 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모르고 내부 BMS의 형체가 유지됐다고 배터리 내부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Q.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해당 사건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A. 화재가 발생하면 기본적으로 배터리를 비롯해 카트 모두가 전소해버린다. 증거물이 그대로 보존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게다가 국과수 내부에는 화재 감식을 위한 특수 검사장비와 전문가가 많이 부족하다. 국과수는 주로 문제 소지가 많다고 생각되는 화재로 인한 사망 사건 검식에 대하여는 전문성이 높으나, 배터리 폭발 화재와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화재원인을 찾기가 어려워 원인불명으로 처리한 것으로 생각된다.

Q. 한국화재감식학회는 왜 골프카트 화재 원인을 배터리 문제로 결론냈는가

A. 카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먼저 내외부 문제를 확인했다. 기본적으로 배터리 화재 대부분은 충전할 때 늦은 저녁과 새벽시간에 화재가 발생한다. 카트 운행 중 화재가 발생했다면 모터를 비롯한 '외부 화재론'이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역시 배터리 충전 중 화재가 발생했다. 골프장 직원들은 카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자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자 시동을 켰는데 움직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때부터 이미 배터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Q. 배터리 팩 내부에도 많은 제품이 있다

A. 이제는 배터리 셀과 BMS의 문제로 좁혀졌다. 배터리 외부 배선들이 소실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국과수 보고서에 의하면 배터리 팩 외부에서 전기적 단락흔(전기배선이 끊어지면서 발생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 외부 전기적인 가능성은 배제하게 된다. 결국 배터리 팩의 문제인데 배터리 팩은 내부에 왼쪽과 오른쪽 셀 20개씩으로 구성되어 있다. 셀은 플러스와 마이너스 사이 분리막과 전해질로 구성돼 있는데, 여기서 분리막은 스파크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LG화학이 생산할 당시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셀 하나하나 성분이 동시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셀만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특정 셀을 컨트롤할 BMS는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충전을 계속하여 과충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Q. BMS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A. BMS가 각 셀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지만, 경제적 이유 등 상황상 BMS는 셀의 전압과 전류, 온도만을 체크한다. 결국 각 셀마다 노화상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파악하지 못한 BMS는 수많은 셀의 평균치만을 고려한다.

Q. 국과수는 배터리 내 천공이 발견됐다고 했다. 내부 폭발에 의한 천공으로 보는 이유는

A. 국과수는 배터리에 천공이 발견됐다고 했다. LG화학은 외부 화재에 의한 천공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BMS는 셀에 붙어있는 슬레이브BMS와 여러개의 셀을 통제하는 외부BMS로 구분된다. 외부BMS와 슬레이브BMS가 연결되어 각 셀의 과충전 등을 통제하는 구조다. 즉 배터리 셀이 전력량을 공급하는 고유의 기능을 십분 발휘하려면 병렬, 직렬로 연결하여 보다 높은 전압을 공급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BMS가 필수 요소이다. 그런데 BMS는 정작 LG화학이 아닌 다른 중소기업이 생산한다. 배터리 셀 내부의 다양한 물성치 변화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 제공 없이 BMS를 달아 놓은 격이다. 게다가 화재가 밖에서 났다고 가정해보자. 배터리 팩은 두꺼운 철판으로 쌓여있다. 철판 가운데 외부BMS가 장착된 작은 구멍이 전부다. 외부에서 화재가 발생해 BMS 구멍으로 내부 열을 퍼뜨렸다면 배터리는 양쪽 대칭구조이기에 가열은 양쪽 모두에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한쪽 배터리에만 집중가열됐다는 것은 어떤 이유든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외부에서 한편으로 집중가열 되었다면 배터리 팩 표면 특정부위에 열 집중 흔적이 있어야하나 그렇지 않다.

Q. 그래도 1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A. 셀과 BMS가 같이 묶인 상태에서 화재났으니, 정확한 사건 규명을 확인하기는 분명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LG화학은 결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설사 다른 기업이 만든 BMS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셀 공급업체이자 대기업인 LG화학이 이를 확인해야 한다. 셀과 BMS의 관계를 설정하고 유기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셀만 공급하고 나몰라라 한다면 이같은 폭발사고는 계속될 것이다. BMS도 셀의 일부분으로 생각해야 한다.

Q.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은

A. 폭발로 인해 모두 타서 없어진 상황에서 정확한 증거는 애초에 나오기가 어렵다. 하지만 화재 폭발사고는 계속되고 있는 만큼 미래를 위해서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지고 개선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이같은 큰 그림 속에서 판단을 해야지, 지엽적으로 세부적인 부품 하나를 놓고 다툰다면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LG화학은 단연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으로 국가에 있어서도 자랑스러운 기업이다. 하지만 LG화학이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단순 개별사건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철저히 외부전문가를 포함하여 자체 조사하고 화재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 그것이 LG화학을 위해, 또 다른 폭발사고로 인한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이다.

양창균기자 yangck@inews24.com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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