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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윤종빈 "적이 동지가, 동지가 적이 되는 이야기"(인터뷰③)


제71회 칸국제영화제서 첫 공개…90년대 북풍 공작 사건 소재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윤종빈 감독이 영화 '공작'을 통해 관객과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설명했다. 나와 적의 관계를 규정하는 일이 스파이의 숙명이라면, 어느 순간 모호해지고 만 피아의 경계가 주인공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에 영화는 집중한다. 감독은 실익을 위한 명분으로 이념 전쟁이 활용되던 정세 속 두 인물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공감을 안기길 기대했다.

12일(이하 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드페스티벌에서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된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 제작 ㈜영화사 월광, ㈜사나이픽처스)의 윤종빈 감독과 배우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이 참석한 가운데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공작'은 1990년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 박석영(황정민 분)이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만 하는 흑금성, 그를 의심하면서도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북한군 장성 리명운(이성민 분), 상대의 모든 것을 의심하는 북의 안보부 과장 정무택(주지훈 분), 공작전을 기획하고 지시하는 남한의 국가안전기획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 분) 등이 주요 인물들이다.

실화에서 모티프를 딴 '공작'은 극 중 인물의 암호명과 공작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 등을 상당 부분 현대사 속 사건들로부터 가져왔다. 감독은 "궁극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스파이의 정체성에 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파이라는 것이 일종의 군인 아닌가. 군인에게 제일 중요한 게 피아식별인데, 스파이이자 군인으로서 상대를 적으로 보던 시선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그리고 싶었다"며 "적이라 느끼던 사람이 동지가 되고, 동지로 보였던 사람이 적이 되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스파이영화 자체가 냉전시대의 산물인데, 한 인간이 이데올로기적 눈으로 상대를 보던 상황에서 탈피해 그 시선이 변하는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하려 했다"며 "극 중 흑금성 박석영과 리명운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선 흑금성의 시점에서 빠르게 상대를 본다면, 재회할 때는 상대를 차분히 관조하는 느낌으로 바라본다"고 알렸다. "모든 것을 걷어내고 상대를 그 자체로 보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도 말했다.

영화 속 정치인들과 국가안전기획부의 고위 관료들이 안보를 명분으로 이념 전쟁에 불을 붙이며 자신의 실익을 보장받으려 하는 이야기는 '공작'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분명하게 한다.

윤종빈 감독은 "극 중 인물들이 이데올로기, 공산주의 등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이익을 중요시하지 않나.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내가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의 남북 분위기 역시 그렇게 바라보는 집단이 있을 것"이라며 "모두 자신의 생존과 직결해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라고 덧붙인 감독은 "영화 속 인물들도 애국과 민족을 이야기하고 '공산화를 우려한다'고 말하지만, 그건 사실 자신의 생존이 가장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올해 칸국제영화제는 오는 19일까지 열린다.

조이뉴스24 칸(프랑스)=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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