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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 남을까봐", 정신과 진료 기피하는 취준생들


병원들의 잇따른 진료기록 유출사고, 취업 걸림돌 될까 '불안'

[아이뉴스24 이영웅기자] "의료보험 혜택 안 받아도 되니, F코드(정신 및 행동장애) 대신 Z코드(일반상담)로 남겨주세요"

정신과를 찾는 청년 상당수가 병원에 오면 하는 말이다. 병원은 환자를 진료하고 진료유형별 코드를 분류한다. 환자가 일반상담 Z코드로 분류되면 값비싼 비보험 약물만 처방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환자가 먼저 Z코드를 요청하는 이유는 정신과 진료기록이 남았다가는 자칫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악의 취업난 등으로 인해 20대 청년들의 정신건강이 무너지고 있다.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0대 공황장애 환자는 1만3천238명으로 5년 전인 2012년보다 무려 65%나 증가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청년은 6만4천497명이었으며 알코올중독증은 5천337명으로 5년 새 각각 22.2%, 20.9% 늘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청년들은 정신과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각종 취업 카페에는 우울증 등 정신장애를 호소하고 있지만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는 글로 가득하다. 민간 심리상담센터는 비용 부담이 크다. 또 일부 대학에서는 심리상담센터를 갖추고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지고 보통 수개월을 기다리기 일쑤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정신과 진료를 받지 않든가 진료를 받더라도 울며겨자먹기로 단순 상담코드인 Z코드를 요청하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L씨(29)는 "주변 지인들이 정신과에서 비보험으로 진료받아야 기록에 남지 않는다고 조언했다"며 "보험을 받을 경우 3만원이면 되는 약을 12만원에 처방받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울러 병원들의 잇따른 진료기록 유출사고에 청년들은 정신과 진료를 기피하고 있다. 경찰은 서울대병원 직원 등 관계자 156명을 단순 호기심 등을 이유로 고(故) 백남기씨 의무기록을 무단 열람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한 전북 한 종합병원에서 환자의 진료기록이 외부로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의료법에는 개인의 진료기록을 임의로 열람하고 유출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형에 처한 경우는 드문 데다 의료인의 윤리의식 부족 등으로 이같은 유출사고가 계속되면서 청년들은 우울증에 걸려도 사실상 치료를 받을 곳이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K씨(27)는 "의료기록 유출이 법적으로 안 된다고 하지만 기업들이 병원을 통해 정신과 진료기록을 어떻게든 확인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낙인으로 작용하는데 어떻게 병원에 가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는 "Z코드에 약물 처방 진료까지 포함할 경우 수가 혼돈이 생기는 등 또다른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정신진료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나 사회적 낙인이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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