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생활화학제품 전성분 공개 약속, 지켜졌을까


73% 참여율…애경산업·산도깨비·헨켈홈케어코리아는 여전히 '미공개'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지난해 1천200명의 사망자를 낸 '옥시사태'에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11곳의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는 자사가 판매 중인 생활화학제품의 전 성분을 올 상반기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반기에 접어든 지도 보름이 지난 현재, 과연 이들 기업은 약속대로 전 성분을 공개했을까.

17일 아이뉴스24 취재결과, 환경운동연합에 전 성분 공개를 약속한 11개 기업 중 72.7%가 전 성분을 공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사 홈페이지에 전 성분을 게재한 기업은 다이소아성산업·롯데마트·옥시레킷벤키저·이마트·제네럴바이오·홈플러스·클라나드·GS리테일 8곳이며, 애경산업과 산도깨비·헨켈홈케어코리아 3곳은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들 기업은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대상기업 가운데 당시 생활화학제품을 판매하던 업체로, 당시 시민단체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던 코스트코코리아와 비공개 방침을 내세웠던 홈케어까지 포함하면 총 13개사에 이른다. 이 중 홈케어도 전 성분을 공개하면서 최종 13개의 가습기 살균제 책임 기업 중 69.23%(9개 기업)가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 기업 중 클라나드를 제외한 6개사는 자사 홈페이지 공지사항이나 제품성분 게시판에 성분 정보를 공개했다. 클라나드는 홈페이지 업데이트 문제로 제품 표면에만 성분을 표기한 상태다. 홈플러스는 올해 1월 11일 기준으로 전 성분을 올렸으나 4월부터 진행된 홈페이지 리뉴얼 과정에서 해당 게시글이 사라졌었다. 현재는 아이뉴스24 취재 과정 중 복구된 상태다.

아울러 롯데마트와 이마트, 홈플러스, GS리테일은 "전 성분 공개는 제조업체의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다"며 자사 PB(자체 브랜드)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성분만 밝혔다. 당시 이들 4사는 추후 제조사와의 협의를 통해 성분 공개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옥시 이후 가습기 살균제 책임기업 중 두 번째로 성분 공개 의지를 내세운 애경은 여전히 미공개 상태다. 지난 2월 환경부와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자발적 협약'을 맺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나타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애경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린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한 바 있다.

애경 관계자는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성분 명칭을 통일하는 작업이 지연되면서 전 성분 공개도 늦어지고 있다"며 "소비자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성분 명칭 통일이 필요한 만큼, 이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성분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4분기를 목표로 관련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확한 시점을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산도깨비는 연내에 전 성분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관계자는 "대기업이 아니다보니 홈페이지 작업을 서둘러 진행하지 못했다"며 "200여가지가 넘는 제품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려다보니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성분 공개 의사를 나타냈던 헨켈홈케어코리아와 무응답으로 일관한 코스트코리아에는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전 성분 공개 일부 제품 누락…주기적인 업데이트 필요

그렇다면 참여 기업은 전 성분 공개를 약속대로 잘 이행하고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다. 각 기업마다 공개한 생활화학제품의 품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마트의 경우 세정제·합성세제·표백제·섬유유연제·코팅제·김서림방지제·방향제 7종에 대해 전 성분을 공개하고 있는 반면 롯데마트는 여기에 벌레퇴치제·접착제 2종을, 홈플러스는 탈취제를 더했다. 세정제 중 물걸레청소포나 클린티슈 포함여부도 엇갈렸으며 다이소아성산업은 주방세제와 왁스제품에 대해서도 성분을 공개한 상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초창기 단계여서 발생한 시행착오"라며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모든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성분 공개가 이뤄져야 마땅하지만, 적어도 환경부가 지정한 위해우려제품 18종에 대해서는 전 성분이 오픈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성분 명칭뿐만 아니라 햠량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8종은 세정제, 합성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 코팅제, 방청제, 김서림 방지제, 접착제, 방향제, 탈취제, 물체 탈·염색제, 문신용 염료, 인쇄용 잉크·토너, 다림질보조제, 소독제, 방충제, 방부제, 살조제를 말한다. 환경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위해우려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기준(고시)' 개정안을 지난 4월 행정 예고한 바 있다.

아울러 대다수의 업체가 지난 연말에서 올 초 사이에 전 성분 공개를 진행한 만큼, 주기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초부터 지난 4월까지 3차에 걸쳐 전 성분 공개 게시글을 올린 다이소아성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업이 단발성 공개에 그쳤기 때문이다. 첫 공개 후 6개월이 지난 만큼 제품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전 성분 공개 게시글에서 제외된 생활화학제품도 발견됐다. 롯데마트의 경우 롯데마트몰에서 판매중인 PB제품 중 초이스엘세이브 락스·초이스엘세이브 향락스·초이스엘프라임 섬유유연제의 성분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습기제거제가, 홈플러스는 홈플러스좋은상품 식기세척기세정제가 온라인에서 판매중임에도 공개 목록엔 포함되지 않았다.

7개 PB제품에 대해서만 성분을 공개한 GS리테일도 일부 생활화학제품(유어스 습기제거제·락스)이 누락됐다. 홈케어의 브랜드몰 '베이터블베이비'에서 판매되는 유아용 3배 농축 섬유유연제는 제너럴바이오가 생산했음에도 성분이 게재되지 않았다. 양 사가 전 성분 공개 방침을 내세웠음에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 있는 셈이다.

환경운동연합 정미란 팀장은 "전 성분 공개가 안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또 환경부에서 지정한 18종 이외 생활화학제품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제재할 방안이 없어 규제 사각지대가 매우 넓은 만큼 제조사는 제품 성분과 함량에 대한 정보를 정부에 등록한 후 판매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통사도 제품 판매에 책임이 있는 만큼, 제조사가 제품을 납품 시 성분 함량 정보를 함께 전달해야 한다"며 "아울러 난해한 성분명을 기재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뿐만 아니라 제품의 유해성을 설명한 제품안전보건자료(PSDS) 제공하는 방안도 도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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