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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의 꿈 …더 진한 '리얼 블루' 수원


[FA컵 우승 인터뷰②]"패하면서 얻는 것 많아…유스 출신 조금씩 열매"

[이성필기자] 수원 삼성 이병근(43) 수석코치는 서정원(46) 감독을 4년째 보좌하고 있다. '리얼 블루' 정책에 따라 코칭스태프 전원이 수원에서 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구단 문화나 선수단 분위기 등을 잘 안다는 점이 장점이다.

지난 3일 FC서울과의 FA컵 결승 2차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여 우승을 차지한 뒤 이 코치는 눈물을 흘리는 서 감독을 격하게 안았다. 서 감독과 함께 2013년 수원에 부임하면서 '우승'을 목놓아 외쳤지만, 번번이 좌절하다 극적인 상황에서 뒤집기에 성공해 더 감동적이었다.

이 코치는 FA컵 우승을 두고 "정말 천운이다. 그런 축구는 처음 해봤으니까"라고 되뇌었다. "선수단이 정말 하나로 똘똘 뭉쳤다. (부상으로 나서지 못하는) 곽희주나 백지훈 등도 FA컵을 며칠 앞두고 스스로 클럽하우스의 선수단 합숙에 함께 했다. 그런 것이 수원의 FA컵 우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라고 되돌아봤다.

서정원 감독에 대한 이 코치의 마음도 남달랐다. 올해 수원이 겪은 강등권 추락, 팬들의 선수단 버스 가로막기 등 모든 고통에 함께했기 때문이다. 서 감독은 팬들 앞에 서서 쇄신을 약속하는 등 프런트가 해야 할 대답을 대신했다. 그는 "선수단을 이끄는 것도 힘든 일인데 주변까지 챙겨야 하는 감독이라는 직업이 참 어렵구나 싶더라. 정말 FA컵 우승이 여러 사람 살렸다"라며 서 감독의 마음을 전하려 애썼다.

수원은 감독 재임 기간이 비교적 길다. 초대 사령탑이었던 김호 감독이 1996~2003년까지 8년을 맡으면서 두 번의 리그 우승을 포함해 총 13개의 우승컵을 수집했다. 2대 차범근(2004~2010년) 감독도 두 번의 리그 우승 등 8개의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단명'했다는 평가를 받은 윤성효(2010~2012년) 감독도 2010년 FA컵 우승을 했다.

서 감독은 부임 4년 차인 올해들어서야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앞선 세 명의 감독과 비교해 구단 운영비 축소라는 특수한 상황을 견디면서 힘들게 얻은 우승이다.

이 코치의 마음을 서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서 감독은 "김호 감독님이 있을 당시에 난 선수였다. 차 감독님 밑에서는 코치였고 윤 감독님 체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원의 역사를 다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4대 감독이 됐다. (내 부임) 전에는 수원이 큰 비용을 지출했지만 이후 유소년 선수 육성 정책으로 전환됐고 이를 따랐다"라고 되짚었다.

구단 운영비가 줄면서 원하는 선수를 수급하지 못했지만 서 감독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으며 자신의 경험에 녹이려 애를 썼다. 그는 "많은 지원을 받고 좋아하는 선수를 영입해서 선수단을 짜는 것이 모든 감독의 바람이다. 그렇지만 올해처럼 힘들고, 아프기도 하고, 팬들에게 비판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호 감독님이 그러더라. 많이 져봐야 한다고. 패하면서 아파보니 알겠더라. 감독 시작 당시의 자신감과 패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가 생기는 것 같더라. 극적으로 우승을 해보니까 기쁨이 더 커지더라"라고 말했다.

선수 시절 서 감독은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래서 올해 팬들의 비판이 컸는지도 모른다. 일부에서는 서 감독의 사퇴를 외치는 등 격앙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서 감독도 "수원에서 나처럼 팬들에게 사랑받은 선수가 또 있을까 싶더라. 팬들이 뽑은 선수상을 내가 수년 동안 받기도 했다. 그래서 (강등권으로 내려가는) 그런 상황을 맞이한 팬들이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싶다. 감독은 팀을 이끌어가는 선장인데 내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미안하기도 했다"며 고통스러웠던 마음을 전했다.

6년 만에 우승컵을 선사하면서 마음이 조금은 홀가분해졌다는 서 감독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수원의 장수 감독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내년이면 5년째 수원이라는 자동차를 운전한다. K리그 클래식 12개 구단 중에서도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 다음으로 오래 팀을 이끌고 있다. 서 감독의 재임 4년 동안 전북을 제외한 모든 구단에 감독 교체가 있었다.

당연히 수원이 오래 있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유스 육성 및 성인팀 중용 정책에도 어느 정도 녹아들었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영원한 사령탑 알렉스 퍼거슨 감독처럼 장기간 팀을 이끌고 싶은 소망이 있다.

서 감독은 "오래 있고 싶지만 구단이 어떤 판단을 할지 모르겠다. 구단의 생각에 달렸지만 걱정도 많이 된다. 앞으로 팀을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하는지 말이다. 퍼거슨 감독처럼 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과거에 퍼거슨 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감독이 되고 나니 퍼거슨 감독을 다시 보게 되더라. 지도자라면 (퍼거슨을) 롤모델로 삼지 않을까. 그러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열정도 있어야 하더라"라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씨를 뿌려서 열매를 얻은 것은 기다림이 수반되어야 한다. 과거 '레알 수원'으로 불렸던 씀씀이를 보여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됐다. 유스 출신 선수가 성인팀에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FA컵 우승의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선수 육성은 FC서울과 비교해 우리가 더 많다. 리그에서 유스 출신이 뛰는 비중은 가장 크다. 핵심인 권창훈, 이종성은 물론 구자룡, 민상기도 주전급이다. 연제민, 김건희도 있다. 아픈 만큼 소득도 있다. 올해는 오른쪽 측면에 장호익을 발견했다"며 좋아했다.

결국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철학을 함께 공유해야 오래 갈 수 있는 것이다. 서 감독은 "구단이 추구하는 것은 젊은 팀, 유스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분명히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조금씩 열매를 맺고 있지만, 아직 멀었다"며 팬들도 구단의 정책을 이해하면서 함께 가기를 바랐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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