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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준의 이런 야구]'일본의 넥센' 지바 롯데의 행복한 투정


지바시 전폭 협조에도 '세입자 불만'…우리 현실에선 부러울 따름

넥센 히어로즈는 한국 프로야구 마케팅의 새 장을 연 팀이다. '명명권(Naming Right)'을 구단 명칭에 사용한 최초의 구단이다. 공식 명칭은 '서울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이지만 넥센타이어와 계약에 의해 넥센 히어로즈로 불린다. 일본에도 같은 사례가 47년 전 있었다. 과거 롯데 오리온스(현 지바 롯데 마린스)가 구단 이름을 빌려서 사용한 최초의 구단이었다.

◆마이니치 오리온스

1949년 일본 3대 유력 신문(요미우리·아사히·마이니치) 중 하나인 마이니치신문(毎日新聞)이 프로야구계에 뛰어들었다. '마이니치 오리온스'의 탄생이었다. 마이니치의 라이벌 신문인 요미우리신문은 이미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운영하고 있었다. 요미우리신문 사주 겸 구단주인 쇼리키 마쓰타로(正力松太郎)가 일본 프로야구의 양대리그를 구상하던 중 동종업계 경쟁사인 마이니치 신문을 끌어들인 것이다.

또 다른 언론사인 주니치신문의 주니치 드래곤스가 크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오리온스의 창단은 난관에 부딪혔지만 우여곡절 끝에 참가가 결정됐다. 마이니치 구단은 2리그 체제가 시작된 1950년 철도회사들을 주축으로 한 태평양야구연맹(퍼시픽 리그)의 7개 구단 중 하나로 합류했다. 이 팀은 그 해 처음 열린 일본시리즈에서 쇼치쿠(松竹) 로빈스를 4승 2패로 격파하고 첫 일본 챔피언에 등극했다.

◆롯데 오리온스

1969년이 되자 마이니치는 롯데를 공식스폰서로 끌어들였다. 구단 명칭도 롯데 오리온스로 바뀌었다. 서울의 넥센 히어로즈 구단과 같은 맥락이다. 1971년 1월 25일 마이니치가 구단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롯데는 정식으로 구단을 인수했다. 동시에 팀 명칭도 기존 롯데 오리온스를 계속 유지하게 됐다. 일본프로야구 400승 투수이자 재일교포 가네다 마사이치(金田 正一)가 이끈 1974년에는 주니치 드래곤즈를 상대로 4승 2패를 거두며 창단 후 두 번째 일본시리즈 우승에 성공한다.

1992년부터는 연고지를 기존 가와사키에서 도쿄 인근 지바(千葉)현으로 옮겼고, '지바 롯데 마린스'로 팀명을 교체했다. 1998년 6월 13일부터 7월 8일까지 1무승부를 포함, 18연패의 늪에 빠지기도 했으나, 2005년과 2010년 일본시리즈를 재패하며 퍼시픽리그의 무시 못할 강호로 자리 잡았다. 참고로 장훈의 3천안타 기록은 롯데 오리온스 시절인 1980년에 달성한 것이다.

◆무산된 한·일 롯데 친선경기

2003년으로 기억한다. 롯데 세토야마 구단대표와 다카하시 히데유키 구단 운영부장을 은밀히 만났다. 한·일 양국의 프로야구 진흥과 롯데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지바 롯데 마린스의 친선경기(2 경기 예정)를 개최한다는 게 회동의 목적이었다. 한·일 두 롯데 구단의 구단주는 마침 신동빈 회장 동일인이라는 점도 이벤트 추진의 이유 중 하나였다.

취지는 좋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계획은 무산됐다. 결국 돈이 문제였다. 일본 측의 비용부담이 너무 큰 것이 이유였다. 일본에 비해 약 10%에 불과한 한화의 환율을 감안할 때 입장권 수익으로는 선수단 이동 경비 충당도 쉽지 않았다. 방송사 중계 등 스폰서를 유치해야 했는데 이도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 대한 롯데 마린스의 열정은 그치지 않았다. 2005년 6월 28·29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함께 사직과 잠실에서 퍼시픽리그 공식 경기를 개최하려고 한 적도 있다. 하지만 KBO리그 경기가 없는 날 잠실구장 대여가 불가능했고, 대체구장으로 인천문학경기장을 염두에 뒀으나 이번에도 두 구단의 채산성 문제로 결국 포기했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봐야 할 인물이 바로 세토야마다. 그는 인기 없고 약체인 롯데를 강한 팀, 그리고 인기있는 팀으로 변화시켰다. 연고지 이동, 외국인(바비 발렌타인) 감독 등용 등 그의 업적은 꽤나 두드러진다. 이후 롯데를 떠나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자리를 옮겨서도 팀 전력 및 인기 상승에 크게 한 몫 했다.

직책은 사장(CEO)이지만 미국식 단장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일본 야구계에선 단연 혁신적인 인물임에 틀림 없다. 대표 및 단장이 대기업 임원 신분인 우리 야구계에선 능력을 인정 받아 팀을 옮겨다니는 '야구 전문 경영인'이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다. 세토야마는 소프트뱅크에 이어 오릭스 버펄로스의 구단 고문으로 취임하며 팀의 재건을 노렸지만 아직 오릭스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부럽기만 한 지바시의 협조

필자는 지난달 일본 방문 도중 다카하시 부장을 오랜 만에 만났다. 현재 그는 마케팅본부장을 맡고 있는데, 그가 소개한 지바 롯데의 현황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우선 지바시와 롯데 마린스의 독특한 업무 협약이다. 마린스의 홈구장은 시 소유이고, 롯데는 임대해 쓰는 형식인데, 시의 협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에 따르면 ▲구장 명명권(QVC)에 따른 수입(총 2억 7천만 엔)은 시가 다 가져가지 않고 구단과 시가 50%씩 나누어 가진다. ▲아울러 구단이 지정관리자가 되면서 구장 내 광고 권리를 획득해 수입이 크게 늘어났다. ▲또한 시 조례상 프로야구경기는 흥행 사업으로 지정돼 사용료가 비싸지만, 롯데 구단 덕에 지바시가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점을 감안해 조례보다 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서울 잠실구장 등 지자체와와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우리 야구계 현실에선 꿈만 같은 얘기였다. 물론 일본 롯데도 불만은 있었다. 어느 나라 어느 업종이든 세입자의 입장은 다 같은지도 모르겠다. 구장이 전철역과 떨어져 있어 승용차를 이용한 관중이 많은데, 이들이 지불하는 주차요금은 온전히 시가 가져간다는 것이 불만의 주 내용이었다.

임대업체에게 잠실구장 주차장 운영권을 맡긴 서울시와 같은 맥락인데, 우리로선 당연하게 감수하는 일이어서 오히려 '투정'으로 들릴 정도였다. 참고로 지바 롯데의 2015년 기준 구단 수입 항목 및 금액은 스폰서 및 광고비용 약 20억 엔, 입장권 수입 21억6천만 엔, 시즌티켓 6억7천만 엔이다.

조희준

조희준은 20년 이상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야구행정을 다루며 프로야구의 성장과정을 직접 지켜봤다. 국제관계 전문가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범 당시 한국 측 협상단 대표로 산파 역할을 맡았다. ▲일본 호세이(法政)대학 문학부 출신으로 일본 야구에 조예가 깊은 그는 ▲KBO 운영부장 및 국제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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