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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한국행 제한 '중국發 악재'에 유통업계 '울상'


中 당국, 韓 단체여행 20% 축소…면세·화장품·호텔 등 매출 타격 전망

[장유미기자] 유통업계가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축소 정책' 소식으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유커) 의존률이 높은 면세점, 뷰티업계는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여유국은 최근 '불합리한 저가 여행상품 단속 통지'를 통해 해외 여행상품의 불합리한 가격과 부당 경쟁, 쇼핑 강요 행위를 단속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특히 '한국행 패키지 관광객'을 20% 축소하라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관련 업계는 매출 타격을 예상하며 걱정하고 있다.

현재 중국 국가여유국은 ▲한국·태국행 저가 여행상품 금지 ▲하루 1회로 쇼핑 제한 ▲관광객 수 작년 수준 유지 등이 내용을 각 지역 여행사들에게 알린 상태다. 저가 상품 기준은 2천위안(약 34만원 내외)으로, 이를 어길 경우 여행사들은 벌금을 내야 한다.

중국이 이처럼 나선 것은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한국과 태국을 중심으로 저가 여행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원이 계속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여행사는 항공권·호텔을 모두 포함해 약 34만원에 판매하고 손해 보전은 쇼핑 수수료로 채우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단속 기간인 다음달부터 내년 4월까지 중국인 여행객들이 감소할 것으로 보여 관광·면세·호텔·뷰티 등 관련 업계는 매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유커들이 한국에서 소비한 금액은 139억 달러(약 15조 원)로, 20% 유커 축소가 현실화되면 국내 관련 업계는 수 조원의 손실이 발생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중국의 방침에 따라 유커 의존도가 가장 심한 면세점 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 신라, SK워커힐, 동화 등 국내 4대 면세점의 총 매출 8조589억원에서 유커 비중(5조353억원)이 62%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K워커힐면세점은 2천874억원의 매출에서 중국인 매출 비중이 78.4%에 달해 4대 면세점 중 가장 높았다.

여기에 고성장을 거듭하던 국내 면세점 매출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논란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면서 지난달 소폭 줄었다. 한국면세점협회가 발표한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은 내국인 2억7천710만 달러, 외국인 6억6천647만 달러 등 총 9억4천357만 달러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지난 8월보다 2.6% 감소했다. 이는 외국인 매출이 6억6천647만 달러로 전월 대비 2.4%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이로 인해 앞서 메르스 사태로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월 매출이 20% 이상 줄어드는 피해를 입었던 면세점 업계는 이번 중국의 관광객 축소 정책 영향으로 매출 침체가 장기화 될까 염려하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이후 다양한 나라의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인 비중이 월등히 높아 이번 정책이 시행되면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 속에 올 하반기에 신규 면세점이 추가로 선정되면 경쟁력 없는 곳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이를 정책적으로 강하게 규제할 것인지, 단순히 경고성에 그칠 것인지 파악하기 힘들어 당장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아직까지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도 많지 않은데다 최근 2년간 개별 관광객 비중이 50% 이상 늘어나면서 단체 관광객 방문을 규제한다 해도 영향이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중국인들이 국내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구입하고 있는 화장품 역시 이번 일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실제로 유커들은 지난해 롯데면세점에서만 1조5천327억원의 화장품을 구매했으며 이는 롯데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사용한 금액(2조9천447억원)의 52.0%를 차지한다.

현재 화장품 업체별로는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국내 화장품 사업 매출 중 면세점 매출 비중이 20~30%를 차지하고 있으며 LG생활건강은 지난 2년간 매 분기별 면세점 성장률이 70~80%에 달한다. 또 로드숍 드랜드들도 중국인 매출 비중이 30~50%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중국의 유커 규제와 관련해 현재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으며 실제 지침과 이에 따른 사업에 대한 영향이 얼마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저가 패키지를 이용하는 단체 여행 고객들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개별 관광객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이번 일이 중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현재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들 중 60%가 개별 관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구매력이 더 높은 개별 관광객들이 증가 추세를 유지한다면 타격이 크지 않을 것 같다"며 "국내 면세 사업에 일부 위축이 있다 하더라도 중국 현지 사업과 글로벌 면세 확장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관광·호텔업계도 이번 일을 예의주시하며 불안해 하고 있다. 특히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동 인근의 중견 호텔들은 매출 감소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여 울상을 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을 통해 중국이 방한 유커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한 강도를 넓히고 있다는 점이 어느 정도 확인된 셈"이라며 "이제부터 쇼핑에만 치중된 한국 관광 상품의 품질을 높이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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