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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지상파 재송신 가이드라인 '기대 반 우려 반'


협상 강제 규정 담았으나 대가 산정 기준 빠져 …"직권 조정 기능 보완하겠다"

[민혜정기자] 정부가 내놓은 '지상파 재송신 가이드라인'에 업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과징금이나 시정조치 등을 통해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가 재송신료(CPS) 협상 자체를 거부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대가 산정 고려 요소에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고, 구속력도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일 조짐이다.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정부가 과징금 부과 등 이를 강제할 수 있지만 정작 관건인 재송신료 산정 기준은 빠진 것. 정부도 한계를 인정, 직권 조정 등 기능 보완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0일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지상파방송의 원활한 재송신 협상을 위해 이 같은 내용의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지상파 재송신료 산정을 두고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간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자 주무부처인 방통위와 미래부는 대책마련에 착수, 지난해 8월 재송신협의체를 구성해 가이드라인을 협의해 왔다.

이번에 마련된 지침에는 ▲재송신 협상의 원칙과 절차 ▲성실협상 의무 위반여부 ▲정당한 사유없는 대가를 요구하는지 여부(대가 산정 시 고려요소)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겨 있다.

이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성실한 협상 의무 위반 여부'와 '대가산정 고려 요소'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상파나 유료방송사가 3회 이상 협상을 요청했어도 협상을 거부하는 경우 ▲지상파나 유료방송사가 단일안만을 강요하는 경우 ▲지상파나 유료방송사가 다른 경쟁사와 계약을 거부하는 것을 조건으로하는 경우 ▲지상파나 유료방송사가 계약을 문서화하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 등을 협상 의무 위반으로 간주하게 된다.

지상파나 유료방송사가 이를 어기면 방통위와 미래부는 방송법과 IPTV 법을 토대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방송법과 IPTV법에 따르면 방송사업자가 금지행위를 하면 매출액의 2% 범위 내외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따라 지상파 재송신 협상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 사업자에는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인 것.

신영규 방통위 방송정책지원과장은 "방송사업자가 가이드라인의 소관법령인 방송법이나 IPTV법의 금지행위에 해당되는 일을 했다면 시청조치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가이드라인의 쟁점이 됐던 대가산정 부문에는 고려 항목은 제시돼 있지만, 구체적인 수치나 산술식이 없다.

가이드라인에는 대가를 산정할 때 고수익, 가시청범위, 시청률 및 시청점유율, 투자보수율, 방송제작비, 영업비용, 유료방송사업자의 수신료, 전송설비 등 송출비용, 홈쇼핑 채널의 송출수수료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다.

아울러 지상파나 유료방송사의 수익구조, 물가상승률, 유료방송사업자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의 비중 등을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구체적으로 대가산정에 대해서는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손지윤 미래부 뉴미디어정책과장 "대가 산정 문제는 지상파 CPS 뿐만 아니라 홈쇼핑 송출 수수료 등 방송사업 전반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갈등"이라면서도 "콘텐츠 대가를 정형화된 잣대로 산식을 만드는데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고 이를 설명했다.

또 미래부와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간 협상 결렬시 '지상파방송 재송신 대가검증 협의체'의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기구도 어디까지나 자문기구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직권조정 없이 직접 개입 어려워"

정부 역시 이번 가이드라인의 성과와 한계를 인정했다. 방송사업자간 갈등을 강제성 있게 중재하기 위해선 계약 당사가간 갈등을 직권조정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지난 2014년 방송사업자간 분쟁으로 방송중단 등 시청권 침해가 예상될 경우 당사자의 신청이 없어도 정부가 조정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무산됐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민간사업자간 협상인데다, 산정 기준을 수학공식처럼 제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협상이 이뤄지는 공정한 환경 조성에 노력하고 있고, 우리도 그와 같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김영관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가이드라인이 직접적인 법적인 효력을 갖고 있지 않다"며 "방통위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예전에 방송유지재개명령, 직권조정 등을 제안했는데 국회논의 과정에서 재개명령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유지 재개명령이나 가이드라인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직권조정 등 권한을 방통위가 가져가야 한다"며 "이런 부분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율 협상 해야" Vs "정부 강력 규제 필요" 여전한 입장 차

재송신 협상 당사자인 지상파와 유료방송사 역시 이번 가이드라인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정부의 개입 범위를 놓고는 입장이 크게 갈렸다.

지상파는 정부가 가이드라인 이상 대가 산정 등에 대해선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인 반면, 유료방송은 정부의 강력한 중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지상파와 유료방송간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첫 삽을 뜬 것을 다행"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협상에서 합리적인 대가 산정을 강제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여,이를 마련할 수 있는 전문기구의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관계자는 "시청자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자간 성실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적절히 활용되길 바란다"면서도 "가이드라인'의 수준을 넘어 대가 산정 자체에 개입하려 하는 것은, 오히려 자율적인 협상을 저해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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