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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韓 유통 상생 모델' 중심 당진 어시장을 가다


전통시장과 손잡은 이마트, '노브랜드' 앞세워 젊은 고객 유입 노려

[장유미기자] # 충남 당진 채운동에 사는 주부 이미림(32) 씨는 세 명의 아이를 둔 탓에 평소 키즈파크가 마련된 터미널 근처의 롯데마트를 자주 이용했다.

일주일에 평균 1~2번 장을 본다는 이 씨는 집 근처에 위치한 전통시장이 이용하기 불편한 데다 최근 날씨가 더웠던 탓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는 마트에 주로 갔지만 '노브랜드 전문점' 상품을 둘러보며 마음이 바뀌었다.

이 씨는 "당진에 이마트가 없어 이마트에서 '노브랜드'라는 브랜드로 이렇게 품질 좋고 저렴한 상품을 판매하는 줄 몰랐다"며 "홍보 전단지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방문했다가 상품과 가격이 만족스러워 앞으로 인근 롯데마트보다 이곳에 자주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6월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강조하며 이마트 에브리데이 중곡점을 시작으로 일산점, 사당점에서 지역 상인들과 동반성장에 나섰던 이마트가 이번에는 당진에서 자체 브랜드(PB)인 '노브랜드'를 앞세운 전문점으로 새로운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이마트가 31일 당진 전통시장 안에 위치한 당진 어시장 2층에 오픈한 상생 스토어는 410㎡(약 125평) 규모의 매장에 '노브랜드 전문점'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었다. 또 이마트는 매장 옆에 방문고객들이 쇼핑 도중 저렴한 가격으로 음료와 다과를 즐길 수 있도록 50㎡(약 15평) 규모의 '노브랜드 카페'도 조성해 눈길을 끌었다.

이곳은 같은 건물에 전통시장과 대형 유통업체가 함께 들어선 새로운 유통형태로, 지난 2010년 전통시장 인근 1km 이내에 대형 유통업체의 출점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된 후 처음 선보이는 모델이다.

노브랜드 전문점이 들어선 당진 어시장은 지난해 6월 오픈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 일 평균 방문자 수가 50여명에 그칠 정도로 한산했다. 당진시 인구 중 30~40대 젊은층 비율이 32.1%로 높은 편이지만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 편의시설이 부족한 데다 위생에 대한 염려 때문에 젊은층들이 찾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곳은 주로 단골 중심으로 50대 이상의 고객들만 방문하는 탓에 입점 상인들의 매출이 점차 줄어들기만 했다. 이로 인해 해당 건물 소유주인 당진시와 어시장 상인회는 상권 활성화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지난해 8월 이마트 측에 입점 협의를 요청했다.

당진시청 경제환경국 지역경제과 이동현 물가관리팀장은 "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고민하던 중 이마트 측에 상생스토어 입점을 요청하고 어시장 상인회와도 협의를 진행했다"며 "올 6월 상생합의를 체결해 이번에 매장을 선보이게 돼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상생 스토어를 통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하루에만 전체 인구의 약 10%가 이곳을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프리 오픈을 한 30일 하루에만 800명이 온 것으로 집계돼 굉장히 고무적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문한 노브랜드 매장 안에는 상품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면서 많은 고객들이 장바구니에 여러 상품을 가득 담은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 매장에는 당진 특산물인 김류를 포함해 축산, 수산,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을 빼고 노브랜드 가공식품과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약 950여종의 핵심 상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또 가격대도 일반 내셔널 브랜드의 상품보다 저렴해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특히 프리 오픈일인 지난 30일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노브랜드를 알게 된 중·고등학생들이 몰려들어 초콜릿 등 간식류가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날 노브랜드 전문점을 방문한 어수정(35) 씨는 "입소문을 통해 노브랜드를 알게 된 후 상품을 구입하고 싶어 이마트 서산점을 이용했지만 이제 당진에서도 노브랜드 전문점을 통해 저렴하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며 "앞으로 이곳에서 장을 본 후 1층에 있는 어시장과 인근 재래시장도 자주 가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전문점 외에도 젊은 엄마 고객들을 유입하기 위해 노브랜드 옆에 희망 장난감 도서관을 290㎡(약 85평) 규모로 조성했다. 그러나 이날 방문한 엄마 고객들은 시설과 규모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장난감 도서관에서 만난 김아영(29) 씨는 "이곳에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생긴다는 얘기를 듣고 기대하고 왔지만 당진시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규모가 생각보다 작았다"며 "다른 곳은 놀이시설도 다양하게 구비돼 있지만 이곳은 휑한 느낌마저 들어 아기를 자녀로 둔 엄마들만 주로 이용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당진시청은 이곳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주차 시설을 증축하는 한편 주변 도로 포장과 비가림 시설, 간판 정비 등 시장 현대화 사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2층 매장에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250㎡(약 76평) 규모의 푸드코트도 조성해 지역 사회의 관심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상생 스토어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통시장과 공동으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것"이라며 "집객은 물론 서로 연계 구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시너지를 극대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규제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협력을 통한 실질적 공존으로 전환하는 첫 걸음인 만큼 수익을 바라보고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며 "이번 당진 전통시장과의 협력을 계기로 앞으로 서로의 역량을 모아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진(충남)=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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