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민혜정]본방 사수가 사라진 올림픽


[민혜정기자] 스포츠 중계를 즐겨보는 편이지만 지난 22일 폐막한 리우올림픽은 시차 탓에 생중계 를 거의 못 봤다.

이번 올림픽에 관심이 없다거나 영광의 순간을 지켜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모바일 IPTV나 푹의 다시보기(VOD)로 주요 경기는 모두 섭렵했다. 한 경기를 모두 볼 시간이 없으면 하이라이트 장면만 보여주는 조각 영상만 시청했다. 우사인 볼트의 3관왕 모습도 각각 4분도 안되는 3가지 영상만으로 충분했다.

잠을 설칠 필요도 없었고, 지상파 방송의 재방송 프로그램을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했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사의 리우 올림픽 시청률은 주요 경기도 한 자릿수일 정도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반대로 모바일IPTV는 VOD 덕분에 트래픽이 늘었다.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는 올림픽 이전 대비 150% 증가했을 정도다.

시차 탓도 있었지만 감히 개인 경험을 일반화한다면 이번 올림픽은 스포츠 VOD 방송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본방'을 놓쳤던 사람은 물론 '생방'을 봤던 사람까지 VOD를 즐겼을 정도다. 리우올림픽이 생중계가 필수였던 스포츠까지 VOD 시장에서 환영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빅 스포츠 이벤트마저 시청 행태가 이같이 변하고 있는데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은 부언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3일에 한 번 이상 VOD를 이용한 사람의 비율은 2011년까지 5%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엔 약 20%까지 늘었다.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미디어렙 관계자는 "경기가 워낙 안좋다보니 광고 시장도 위축되고 있지만 VOD 다르다"며 "유료 방송 VOD 광고 만큼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데, 이는 매체 환경이 변화됐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청률이 콘텐츠의 인기 척도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른바 '본방 사수'가 사라진 VOD의 시대는 미디어 생태계를 흔들 수 있다. 정해진 시간에 특정 콘텐츠를 방송해야 할 필요가 없다면 케이블TV나 IPTV 등 유료방송사도 자체 콘텐츠로 승부할 수 있다고 본다.

유료방송사들이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가입자를 유치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방송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와 같은 킬러 콘텐츠를 제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체 제작이 어렵다면 VOD 환경에 최적화돼 있으면서 독점적으로 내보낼 수 있는 콘텐츠를 수급하는 단계부터 노력하면 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우리가 늘 추상적으로 말했던 플랫폼 사업의 가치는 미디어 플랫폼 사업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본다"며 "재편되고 있는 미디어 시장에서 IT기업이나 콘텐츠 업체가 방송사 등 기존 매체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사나 콘텐츠 업체들에게 VOD의 시대는 지상파의 파급력에 도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민혜정]본방 사수가 사라진 올림픽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